[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대만이 던진 ‘원전’ 화두

박영서 2025. 8. 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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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치러진 원전 재가동 국민투표가 법정 요건 미달로 부결됐으나 투표자의 74%가 재가동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대만 사회에서 '탈원전'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와 대만 현지매체 중앙통신사(CNA)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야당 의원에 대한 2차 파면(국민소환) 투표와 함께 치러진 대만 원전 3호기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재가동 찬성은 434만여표(74.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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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대만에서 치러진 원전 재가동 국민투표가 법정 요건 미달로 부결됐으나 투표자의 74%가 재가동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대만 사회에서 ‘탈원전’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2021년만 해도 원전 재가동 반대가 다수였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여론의 향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와 대만 현지매체 중앙통신사(CNA)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야당 의원에 대한 2차 파면(국민소환) 투표와 함께 치러진 대만 원전 3호기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재가동 찬성은 434만여표(74.2%)였다. 반대 151만여표(25.8%)의 거의 3배에 달했다.

이번 국민투표에선 대만의 마지막 남은 원전이자 지난 5월 상업 운전면허가 만료된 대만 남부 핑둥현 헝춘의 제3 원전인 마안산(馬鞍山) 발전소 재가동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결과는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다만 찬성표가 국민투표 가결 요건인 전체 등록 유권자 수의 25%(500만532표)에 미치지 못해 안건 자체는 부결됐다. 이날 투표율은 29.5%였다.

불과 3년 전 국민투표에선 원전 반대가 우세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변화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는 대만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가량을 쓴다. TSMC의 핵심 고객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대만은 반드시 원전에 투자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그는 국민투표 전날인 22일 대만을 방문해 “(대만에서) 모든 형태의 에너지가 모색되기를 바란다”며 “원전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다. 마안산 원전 가동 중단으로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 탈원전 국가가 된 대만은 수입 천연가스와 석탄,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대만의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천연가스(47.2%), 석탄(31.1%), 석유(1.4%)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79.7%에 이른다.

만약 중국의 봉쇄나 무력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 안보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중국의 대만 봉쇄 워게임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면서 “대만이 중국의 장기적 봉쇄 국면을 견뎌내는 데 있어 가장 취약한 요소가 에너지”라며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전력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게 안전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대만 국민들이 원전 재가동을 선택한 것에는, 에너지 수급 안정 없이는 반도체 중심 경제도, 안보 대응도 불가능하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표 결과가 집권당의 탈원전 정책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대만 국민투표 사례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탈원전이냐 원전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에너지 안보·환경 목표를 모두 감안한 현실적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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