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트럼프의 노벨 평화상 꿈

김광태 2025. 8. 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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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디지털콘텐츠국 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벨상 집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 때부터 드러난, 질투와 경쟁심이 그의 마음 속에 꽤 깊게 자리한 듯하다. 그는 종종 “오바마도 받았는데, 왜 나는 안 되느냐”는 불만을 드러내 왔다. 부와 권력을 모두 거머쥔 그가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명예’인가 보다.

최근의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알래스카에서 푸틴을 만나더니 백악관에 젤렌스키까지 불러들였다. 유럽 정상 7명도 소집했다. 트럼프 재집권 후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을 그만둘 것이라는 전망은 맥없이 빗나갔다. 그는 태국과 캄보디아에 분쟁을 그만두라고 경고했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간 평화협정을 중재했다. 그래서일까.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향해 줄곧 몸이 달아 있다는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는다.

각국 정상들도 일찌감치 눈치 챘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며 추천서를 들고 왔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트럼프가 아니라면 누가 자격이 있겠느냐”고 치켜세웠다. 캄보디아 총리도, 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도 한목소리다. 심지어 2016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조차 “러시아에 영토를 넘기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낸다면 트럼프를 추천할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유는 단순하다. 노벨상 추천에는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가성비가 좋다.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지금 그가 노리는 마지막 무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트럼프 스스로도 이 전쟁을 “7번째 전쟁”이라 불렀다. 종전을 성사시킨다면 노벨상 수상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고 계산하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푸틴은 돈바스 전체를 요구한다. 우크라이나 국토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알짜배기 땅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 영토 양보는 헌법상으로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돈바스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50㎞에 걸쳐 양쪽을 가르는 ‘요새 벨트’다. 러시아의 돈바스 전체 장악뿐 아니라 서진 위협까지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영토 할양은 젤렌스키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알래스카에서 개최된 미러 정상회담 이후 종전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과연 3년 6개월을 끌어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을 맺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목이 타는 쪽은 약자인 우크라이나다. 미국 마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서도 “휴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평화협정에 신속하게 응할 것을 촉구했다.

평화협정이 쉽게 성사될지는 의문이다. 해결해야할 난제가 산적하다. 우크라이나 전후 안전 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 사이에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방안, 규모는 작지만 정치·군사적으로 상징성이 큰 ‘인계철선 부대’를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어떤 형태로든 우크라이나 영토에 나토 군대가 주둔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전쟁 종식의 그림은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내주고, 러시아와 유럽 사이 완충지대로 남는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트럼프의 종전 청사진이다. 결국 젤렌스키가 굴복하는 분위기다. “조건 없이 푸틴과 만나겠다”고 했다. 그토록 거부했던 영토 분할 문제도 “푸틴과 내가 결정할 일”이라며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세계 정치사 속에서도 ‘역사적 합의’가 노벨 평화상의 지침서 역할을 해왔다. 1973년 베트남 전쟁을 끝낸 파리평화협정의 키신저, 1993년 오슬로 협정의 라빈과 아라파트, 2008년 국제 분쟁 중재에 앞장선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이 그 예다. 트럼프가 조율하려는 미-러-우크라 3자 회담이 실제 성사된다면 그 또한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트럼프는 미-러-우크라 3자 회담을 추진한다고 했다. 푸틴-젤렌스키 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가 말하는 “7번째 전쟁”이 될 수 있을까. 결국 우크라이나의 선택에 트럼프의 ‘노벨상 메달’이 걸려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나는 일이다. 그것이 설령 트럼프의 야심을 위한 무대라 할지라도.

김광태 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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