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피하고 말 더듬던 한덕수…국회 ‘위증’ 순간, 다시 보니 보인다

조은석 특검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위증’ 혐의를 포함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한 전 총리가 국회에 나와 뱉었던 발언들과 당시 표정, 말을 더듬었던 순간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6일 오전 10시52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전 총리에게 핵심적인 질문을 했다.

부승찬 : 피피티 한 장만 띄워주실래요? (띄워지자, 한 전 총리를 보며) 비상계엄 선포문입니다. 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한덕수 : (화면을 내려다보며) 네, 이거를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당시에는 제가 전연 인지를 하지 못했고요. 비상계엄 국무회의, 해제 국무회의를 마치고 그리고 어,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제 그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 :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걸 ‘그때’ 알았다고요?
한 : 네. 저희가 인지한 것은 그때입니다만.
부 : 그때 그러면 (선포문이) 거기에 놓여있었습니까?
한 : (눈 동그랗게 뜨며 처음으로 부 의원을 보는)
부 : 양복 뒷주머니에 있었으니까 (본인이) 집어서 뒷주머니에 넣으신 거 아니에요?
한 : (다시 화면 보며) 네. 저, 이, 이런,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그러나 이것이 제가 저, 그, 우리 국무회의,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는 전연 인지를 하지 못했고, 그래서 이 부분은! 저희가 수사기관에 제출을 하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당일 ‘비상계엄 선포문을 본 적 있냐’는 부 의원의 질의에 내내 화면만 응시하며 “양복 뒷주머니” 이야기를 했다. 이에 부 의원이 “거기에 놓여 있었냐”며 구체적으로 들어가자 한 전 총리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처음으로 부 의원을 응시했다.
부 의원이 거듭 “(본인이) 집어서 뒷주머니에 넣은 거 아니냐”고 추궁하자 한 전 총리는 말을 더듬으며 ‘나중에 보니까 저런 내용이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본인은 비상계엄의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계엄을 막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질의는 종일 계속됐고, 오후 5시32분 이번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한 전 총리에게 물었다. 이때 한 전 총리는 오전보다는 자연스럽게 질의자를 보거나 말을 자르기도 하면서 대답했다.
용혜인 : 헌재에서 김용현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전에 한덕수, 이상민, 조태용 역시 계엄 지시 문건을 받아 갔다 이런 진술을 했습니다. 이 진술에 대해서 총리께서는 인정하십니까?
한덕수 : 저는 그 계엄에 관련된 어떠한 지시나 어떠한 서류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용 : 그러면 김용현 전 장관이 헌재 판결을 훼방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라고 봐야겠네요. 그런 말씀이시지요?
한 :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용 : 둘 중의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한 : 저는 분명히 어떤 것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용 : 둘 중의 한 명은 거짓말이겠지요. 총리가 받은 게 없다면 총리가 받은 게 없다는 지금의 증언이 거짓말이거나 아니면 한덕수, 이상민, 조태용에게도 줬다는 김용현 전 장관의 그 증언이 거짓말이거나, 당연히 둘 중의 하나는 거짓말이겠지요.
한 : 총리는 받은 적이 없습니다.
얼마 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지난 2월20일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계엄 선포문을)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 정말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00여 일이 지난 최근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한 전 총리의 당시 발언들과 배치되는 물증을 확보했다.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의 호출로 대통령실에 왔던 한 전 총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온 뒤 대접견실에서 대기하다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그리고 한 전 총리는 지난 19일 특검 소환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문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국회와 헌재에서의 ‘위증’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한 전 총리의 국회 발언에 위증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현행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해당 위원회 고발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한데 고발 주체인 내란 국조특위의 해산으로 위증을 고발할 위원회 자체가 존속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은 고발할 위원회가 존속하지 않거나 고발 주체가 불분명할 경우 국회 본회의의 의결로도 위증 등에 대해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1호 법안으로 내놓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 전 총리 등에게도 소급 적용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7일 오후 1시30분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한편, 당시 용 의원은 질의 말미에 “40년 총리의 공직 생활을 지탱해 준 국민들 앞에서 진실로 응답해야 되지 않겠냐”고 한 전 총리에게 물었다. 한 전 총리는 “저는 우리 국회가 그동안에 여러 현안 질의나 관련되는 상황에서 저에게 물은 모든 것에 대해서 진실에 기초를 두고 저의 마지막 이 자리를 충실하게 마치겠다는 그런 의지로 진술해 왔다”고 말했다. “진실을 국민들 앞에 더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추가적 진술을 해달라”는 용 의원의 마지막 질문에 한 전 총리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조금도 부끄러움은 없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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