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주차구역' 불법주차, 구축은 가능…왜?

임지섭 기자 2025. 8. 25. 17:2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반 건수 4배 급증 추세에도
2018년 소방기본법 개정 전
지어진 아파트는 적용 예외
전체 922곳 중 적용대상 43곳 그쳐
추가 개정 논의도 사실상 실종
진입 방해 골든타임 놓칠까 우려
광주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 주차 등 위반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법 개정 이전 단지는 단속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진은 25일 오후 1시께 서구 풍암동 한 아파트 단지 내 소방차 전용 구역에 한 차량이 주차한 모습.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광주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 주차 등 위반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법 개정 이전 단지는 단속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화재 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제도가 개정됐지만 정작 구축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광주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 공동주택 '소방차 전용구역 위반'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24건에서 지난해 108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북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만 73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올해도 6월 기준 44건으로, 2023년 전체 건수(41건)를 반년 만에 넘어섰다.

소방차 전용구역은 화재 발생 시 고가사다리차 등이 신속히 진입해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구역이다. 이탓에 소방차 진입을 막는 구역 내 불법 주차나 물건 적치 행위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1회 적발 시 50만 원, 2회부터는 건별 100만 원이다. 지난 2018년 8월 10일 소방기본법 개정·시행에 따른 것이다. 2017년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건물 인근 불법주차 차량들 탓에 소방차 진입이 30여분 지연되며 29명의 사망자를 냈던게 개정의 배경이 됐다.

문제는 법 개정 이전에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아파트에선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다. 실제 광주소방본부에 따르면 광주 아파트단지 전체 922곳 중 소방기본법 적용 대상은 43곳에 불과하다. 구축 아파트에도 소방차 전용구역이 있지만, 이는 아파트 자체적 규약에 따라 만들어졌을 뿐 법정 대상은 아니다. 노후 단지일수록 주차 공간이 부족해 불법 주차가 잦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셈이다. 한 소방 관계자는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어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받아 홍보물 설치나 계도 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의 소방관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현행법상 화재 진압 과정에서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불법 주차 차량을 강제로 이동하거나 파손해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구축 아파트 내 주차 자체는 법적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 차량 소유주의 항의로 행정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 소방관들은 대형 화재일수록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데, 긴급 상황에서도 분쟁 가능성을 의식하며 구조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후 아파트일수록 진입로가 좁은 데다 불법 주차가 겹치면 소방차 진입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앞서 2018년 국회에서 소급 적용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이후 추가 논의도 사실상 사라진 상태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조속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 같은 시설은 설치 비용이 커 소급 적용이 어렵지만, 소방차 전용구역은 단순히 도색만 하면 돼 부담이 없다"며 "일부 단지는 도로 폭이 좁아 소방차 진입이 힘든 만큼, 관계 당국이 소급 적용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