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차 여행의 꽃 '에키벤', 기차와 먹거리의 만남
(4)일본 기차 여행의 꽃 '에키벤'이 지역에 주는 가치
일본 기차 여행대표 '에키벤' 도시락
지역 특산물 개성담아 각 도시의 명물로
140년 전통·4,000종 넘어



# 140년 도시락 문화···지역 명물
과거 국내에서 기차여행을 하면 '삶은 계란+사이다'가 국룰(국민 룰)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명한 빵집의 빵을 사 오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지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대표 먹거리는 여전히 부재한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기차여행을 대표하는 '에키벤'이 지역의 특색을 담은 도시락으로 자리매김하며 오랫동안 이어온 하나의 여행 문화이자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방대한 에키벤의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전국 JR 노선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에키벤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신제품 출시 소식은 물론 계절 한정 상품, 그리고 각 에키벤을 판매하는 취급역에 대한 상세한 소식까지 제공하고 있다.



# 기차 안에서 만나는 일본 맛과 역사
공동취재단이 찾은 여행의 출발점 신오사카역에는 층층마다 에키벤 전문 매장이 즐비했다. 매장 수는 한눈에 파악되지 않을 만큼 많았고,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북적였다.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명소를 즐기듯 둘러보며 고심 끝에 에키벤을 골랐다. 오전 시간이었음에도 이미 일부 인기 상품은 품절 상태였다.
에키벤 종류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다. 단순히 흰밥과 반찬이 담긴 일반 도시락을 넘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해산물 도시락, 두툼한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가 중심이 된 도시락, 계절의 재료를 담아낸 한정 메뉴까지 수십 가지는 훌쩍 넘었다.
도시락마다 반찬의 배열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고, 마치 하나의 작은 예술 작품 같은 정성이 느껴졌다.
기차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먹거리를 놓치지 않고 기차 모양을 본뜬 상징적인 도시락통도 눈길을 끌었다.
여행의 설렘과 기대를 한층 끌어올려주는 에키벤을 통해, '먹는 즐거움'이야말로 기차 여행의 중요한 일부임을 새삼 느꼈다.




# 지역 특산물 활용한 먹거리 발굴
무엇보다 지역의 특산품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것이 주목할만한 점이다. 실제로 경험한 에키벤은 단순한 도시락을 넘어, 지역의 맛과 이야기를 담아낸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는 곧 각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에키벤은 고속열차가 생기면서 1987년부터 2008년까지 제조 업체 수가 50% 감소하면서 쇠퇴했으나, 1990년 열차 내 식당차가 중단되면서 다시 인기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이제는 기차역 뿐만 아니라 백화점이나 공항에서 구입할 수 있고, 나아가 매년 여러 백화점에서 에키벤 박람회도 열리고 있다.
이처럼 에키벤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각 지역의 고유한 특색을 세심하게 반영한 데다 지역 특산물을 간편하게 맛볼 수 있어서다.
잘 지은 초밥 위에 고등어, 연어, 새우, 도미 등 다양한 생선을 올려 감나무 잎으로 감싼 후 꾹 눌러 만든 누름초밥의 에키벤은 나라현의 향토 요리다. 훗카이도의 연어, 연어알, 게살, 가리비, 성게 등 여러 유명 해산물을 올린 스시로 만든 에키벤도 유명하다.
일본에서 삼치가 가장 많이 잡힌다는 오카야마의 삼치회, 구이, 타다키 등 종류별로 만든 명물 에키벤도 있다. 최근에는 훗카이도 모리마치산 돼지 등심 고기를 양념에 재워 구어 내고 여기에 인삼조림을 곁들인 '구운돼지고기 덮밥'이 신제품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에키벤은 각 지역의 향토 식재료를 사용하면서 전통을 이어갔고 해당 지역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용기를 사용해 기념품이나 수집품이 됐다.
일본의 에키벤처럼 정체성 있는 대표 먹거리와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는, 철도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지역을 알리고 살리는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신섬미 기자·사진=조나령 PD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