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차 여행의 꽃 '에키벤', 기차와 먹거리의 만남

신섬미 기자 2025. 8. 25. 17:2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해선 K-관광의 미래 ‘로컬들 매력을 잇다']
(4)일본 기차 여행의 꽃 '에키벤'이 지역에 주는 가치

일본 기차 여행대표 '에키벤' 도시락
지역 특산물 개성담아 각 도시의 명물로
140년 전통·4,000종 넘어
신오사카역의 한 에끼벤 판매 매장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신오사카역의 한 에끼벤 판매 매장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철도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에는 기차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특별한 문화가 있다. 바로 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에키벤'이다. 정갈한 구성과 뛰어난 맛으로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에끼벤은 지역의 특산물과 개성을 담아 각 도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새로 개통된 ITX-마음의 각 주요 역사는 부족한 편의시설과 상업시설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대표 먹거리 발굴을 통한 활성화 방안을 짚어본다.

# 140년 도시락 문화···지역 명물

과거 국내에서 기차여행을 하면 '삶은 계란+사이다'가 국룰(국민 룰)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명한 빵집의 빵을 사 오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지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대표 먹거리는 여전히 부재한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기차여행을 대표하는 '에키벤'이 지역의 특색을 담은 도시락으로 자리매김하며 오랫동안 이어온 하나의 여행 문화이자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에키벤의 역사는 1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5년 도쿄 우쓰노미야역에서 주먹밥과 단무지를 대나무에 싸서 판매한 것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점점 도시락 형태의 모양을 갖추며 발전했고 1890년 히메이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했다. 철도 이용객이 늘면서 각 역마다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다양한 에키벤이 출시됐고 현재는 전국 역에서 약 4,000종 이상의 에키벤이 판매되고 있다.
일본 에끼벤 공식 홈페이지
쓰루가역에서 만난 다카하시(70대) 씨와 하사쿠(67) 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대한 에키벤의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전국 JR 노선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에키벤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신제품 출시 소식은 물론 계절 한정 상품, 그리고 각 에키벤을 판매하는 취급역에 대한 상세한 소식까지 제공하고 있다.

쓰루가역에서 만난 다카하시씨(70대)와 하사쿠(67)씨는 "예전에는 열차 시간이 길다 보니 에키벤이 기차 여행의 필수였지만, 요즘은 기차가 빨라져 승차 시간이 짧아지면서 매번 사서 먹을 수는 없다"며 "그래도 에키벤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제는 꼭 기차역이 아니더라도 백화점에서도 관련 이벤트가 열려 구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오사카역의 에키벤 매장에서 승객들이 에키벤을 고르고 있다.
신오사카역의 에키벤 매장에서 승객들이 에키벤을 고르고 있다.
신오사카역의 에키벤 매장에서 승객들이 에키벤을 고르고 있다.

# 기차 안에서 만나는 일본 맛과 역사

공동취재단이 찾은 여행의 출발점 신오사카역에는 층층마다 에키벤 전문 매장이 즐비했다. 매장 수는 한눈에 파악되지 않을 만큼 많았고,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북적였다.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명소를 즐기듯 둘러보며 고심 끝에 에키벤을 골랐다. 오전 시간이었음에도 이미 일부 인기 상품은 품절 상태였다.

에키벤 종류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다. 단순히 흰밥과 반찬이 담긴 일반 도시락을 넘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해산물 도시락, 두툼한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가 중심이 된 도시락, 계절의 재료를 담아낸 한정 메뉴까지 수십 가지는 훌쩍 넘었다.

도시락마다 반찬의 배열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고, 마치 하나의 작은 예술 작품 같은 정성이 느껴졌다.

기차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먹거리를 놓치지 않고 기차 모양을 본뜬 상징적인 도시락통도 눈길을 끌었다.

여행의 설렘과 기대를 한층 끌어올려주는 에키벤을 통해, '먹는 즐거움'이야말로 기차 여행의 중요한 일부임을 새삼 느꼈다.

쓰루가에서 만난 20대 커플은 "장거리 연애를 해서 기차를 자주 이용한다"며 "멀리 갈 때는 에키벤을 이용하는데 종류가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에키벤은 내세울 만한 장점이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오사카역의 한 에끼벤 매장에서 아이가 기차 모양을 본뜬 상징적인 도시락통을 보고 있다.
쓰루가역에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에끼벤을 판매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먹어 본 에끼벤.
기자가 직접 먹어 본 에끼벤.

# 지역 특산물 활용한 먹거리 발굴

무엇보다 지역의 특산품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것이 주목할만한 점이다. 실제로 경험한 에키벤은 단순한 도시락을 넘어, 지역의 맛과 이야기를 담아낸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는 곧 각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에키벤은 고속열차가 생기면서 1987년부터 2008년까지 제조 업체 수가 50% 감소하면서 쇠퇴했으나, 1990년 열차 내 식당차가 중단되면서 다시 인기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이제는 기차역 뿐만 아니라 백화점이나 공항에서 구입할 수 있고, 나아가 매년 여러 백화점에서 에키벤 박람회도 열리고 있다.

이처럼 에키벤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각 지역의 고유한 특색을 세심하게 반영한 데다 지역 특산물을 간편하게 맛볼 수 있어서다.

잘 지은 초밥 위에 고등어, 연어, 새우, 도미 등 다양한 생선을 올려 감나무 잎으로 감싼 후 꾹 눌러 만든 누름초밥의 에키벤은 나라현의 향토 요리다. 훗카이도의 연어, 연어알, 게살, 가리비, 성게 등 여러 유명 해산물을 올린 스시로 만든 에키벤도 유명하다.

일본에서 삼치가 가장 많이 잡힌다는 오카야마의 삼치회, 구이, 타다키 등 종류별로 만든 명물 에키벤도 있다. 최근에는 훗카이도 모리마치산 돼지 등심 고기를 양념에 재워 구어 내고 여기에 인삼조림을 곁들인 '구운돼지고기 덮밥'이 신제품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에키벤은 각 지역의 향토 식재료를 사용하면서 전통을 이어갔고 해당 지역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용기를 사용해 기념품이나 수집품이 됐다.

일본의 에키벤처럼 정체성 있는 대표 먹거리와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는, 철도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지역을 알리고 살리는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신섬미 기자·사진=조나령 PD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