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슬로시티 목포와 신안의 발전 성과

7월 말 광주광역시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 검증회의에 참석했다. 기후 맞수로 부상한 광주는 대구를 능가할 정도로 뜨거웠다. 극한호우 직후에 찾아온 찜통더위에 놀라 당초에 구상한 미식투어 일정을 광주송정역 떡갈비로 축소하는 대신에 해양 매력도시인 목포와 신안으로 향했다.
유달산 등산로 초입인 노적봉 정자에서 만난 노인은 전성기를 회상하며 원도심이 비었다고 탄식한다. 산동내를 중심으로 빈 건물이 늘고 사람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목포역에서 내항으로 걸어가다 오래된 상회를 발견했다. 인구밀도가 저하된 원도심에서 노인 부부가 편의점 진출을 방어한 것이다.
목포시 전반의 발전성과 하락세에 더해 무안권 도청이전과 영암권 조선단지가 원도심 공동화를 가중시켰다. 그나마 북항 일대는 목포해상케이블카와 국립목포해양대에 힘입어 활력을 유지했다. 목포항이 관문 역할을 수행했지만 요즘은 연육교에 자리를 넘긴 상태이다.
목포시는 루미나리에 조명을 설치하고 전통시장에 청년의 진출을 장려했지만 활성화 성과는 미진했다. 삼학도를 매립해 내항을 정비하고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과 이난영공원도 조성했지만 여수와 달리 불편한 교통이 발목을 잡았다. 썩어도 준치라고 제주도행 카페리 퀸제누비아를 비롯해 신안의 먼바다를 연결하는 쾌속선이 마지막 생명줄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목포에는 민어의 거리와 홍어센터는 물론 세발낙지나 준치회집 같은 맛집이 즐비하다.
바다 위의 꽃정원을 조성하려는 신안군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퍼플섬의 라벤더 축제를 비롯해 선도의 수선화 축제, 압해도의 애기동백꽃 축제, 병풍도의 맨드라미 축제, 증도의 튤립 축제, 도초도의 수국 축제 등 꽃섬 마게팅을 통해 주민이 살고 싶고 관광객이 가고 싶은 섬 만들기를 추구했다.
꽃섬 만들기를 주도한 박우량 군수의 리더십이 직권남용죄로 중단된 일은 아쉽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적극행정을 강화하려면 기관장을 밀착 보좌하는 엽관제 공무원이 긴요하다. 하지만 고시문화와 결부된 실적제라는 방벽이 기간제 공무원 채용을 정실제 논란으로 비화시키기 일쑤다. 인사행정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촉진하는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
절해고도가 산재한 신안군은 남해군처럼 유배의 적지이자 인재의 고장이다.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저술했다. 이세돌 기사의 고향은 비금도다. 목포에서 성장한 김대중 대통령의 생가가 하의도이다. 거제 장목에서 앞바다 부산의 불빛을 동경한 김영삼처럼 하의도 소년 김대중도 목포 진출을 열망했다.
신안 1004섬을 제대로 느끼려면 홍도에 다녀와야 한다. 요즘은 천사대교나 증도대교를 차로 건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현상의 본질을 관통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쾌속선으로 섬과 섬 사이를 누비거나 수평선의 섬을 조망하면 드론 영상처럼 지리적 감각이 살아 난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을 빠져나온 배는 늦장마의 불청객 해양 쓰레기를 피하느라 한동안 서행했다. 선내 안전방송이 끝나자 신안의 꽃섬을 홍보한다. 창문 밖으로 방송에 등장한 섬의 입간판이 보인다. 지방대 입시홍보처럼 인구소멸에 직면한 도시마케팅도 필사적이다.
비금도와 도초도 사이의 해협에 잠시 들른 배는 흑산도와 홍도로 쾌속 항진한다. 자연방파제인 섬의 밀도가 줄면서 배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거센 파도는 흑산도와 홍도 해안의 비경을 조각한 조형예술가다.
완도와 신안을 포괄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한산도와 여수의 합성어 한려해상국립공원은 남해안의 절경이다. 동해안의 울릉도와 독도, 서해안의 백령도와 연평도, 제주의 부속섬인 추자도와 우도가 도서지역 슬로시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 슬로시티는 휴가철 힐링의 장소를 초월해 50플러스 세대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할 도전의 무대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