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이필형 동대문구청장..."뉴욕 뛰어넘는 전통시장 만들 것"

정세진 기자 2025. 8. 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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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형 서울 동대문구청장 인터뷰
"스페인·영국·미국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명품 전통시장 만들 것"
12개 철도노선 만나는 청량리역 일대 종합 개발 '큰 그림'
시립대·외대·경희대 잇는 '젊음의 축' 조성해 청량리와 연결
동대문구, 서울시 자치구 중 학생 1인 기준 교육경비보조금 가장 많아
이필형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동대문구청


"구청장님이 책임지셔야 합니다."

손해보는 것 같은 결정을 지시하자 담당 국장이 이필형 서울 동대문구청장(사진·65)에게 답했다. 동대문구 전농동에는 고등학교 유치를 위해 10년 동안 비워둔 공터가 있다. 학령인구가 줄고 입주하겠다는 학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부지는 10년 넘게 방치됐다. 펜스로 둘러싸 관리해보려 했지만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간다' '쥐가 나온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지방선거만 되면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약을 건 출마자들이 나왔지만 진척은 없었다.

이 구청장은 시유지인 구민회관 부지와 구유지인 해당 학교 부지를 교환하기로 결정했다. 구유지인 학교부지가 면적이 조금 더 큰 탓에 단순 '땅값'으로 비교하면 20억원을 동대문구가 손해보는 교환이었다. 올 연말부터 해당 부지에는 도서관을 짓는 공사가 시작된다. 서울 최대 규모의(연면적 2만 5000m²)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올 연말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서울시가 2500억원의 공사비를 댄다. 매년 90억원 가량의 운영비도 부담한다. 이는 이 구청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구청장은 의자가 없는 스탠딩 책상에서 보고를 받는다. 동대문구청 직원들은 종이 문서 없이 태블릿 기기를 활용해 보고한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이 구청장은 보고의 핵심 골자를 빠르게 파악해 결심한 후 지시하는 스타일이다. 불법 노점 정비, 전통시장 활성화, 공교육에 대한 투자 등도 이런 식으로 결정됐다. 민선 8기 임기 3년차를 지난 시점에 지난 19일 집무실에서 이 구청장을 만났다.

그는 그간의 구정 성과를 종합 설명하면서 "청량리역 일대를 중심으로 2030년이면 동대문구는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변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대문구는 2030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B·C 노선과 면목선을 포함해 12개 철도 노선이 모이는 청량리역 일대를 환승 거점이자 복합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청량 개벽' 프로젝트다.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불법 노점 단속과 전통 시장 활성화 등도 큰 그림에서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구청장은 "도쿄 롯폰기 힐즈와 아자부다이 힐즈를 가서 보니 업무·주거·상업·문화 기능이 한 공간에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더라"며 "롯폰기 힐즈와 아자부다이 힐즈를 모델로 청량리역 일대를 일과 여가, 주거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곳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은 수도권 최대 환승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경원선 지하화가 확정되면 철로 상부 공간을 활용해 상업·문화·물류·교통 기능을 집약한 복합 타운으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시너지를 더하기 위해 청량리 일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도 병행한다. 현재 추진 중인 '청량마켓몰' 사업은 청량리 일대 9개 전통시장을 하나의 테마로 묶어 '나인 보우(9bow) 마켓'으로 재편하려는 구상이다. 단순히 시장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광장 △스카이워크(옥상길) △미디어아트 보행로 등 새로운 콘텐츠도 도입한다. 청량리 일대 전통시장을 '글로벌 탑5 전통시장'으로 만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제가 임기를 시작하고 2년 동안 전통시장 매출이 74%가 올랐다"며 "이제 사람들이 엄청나게 오는 데 이것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시장으로 이제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있다. 이 구청장은 "영국 버로우 마켓, 스페인의 산타 카테리나 시장, 미국 뉴욕의 첼시 마켓을 응축한 게 우리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형태의 야시장도 계획 중이다. 그는 "토리노의 야시장을 아주 인상적으로 봤다"며 "거기서는 오전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에서 좌판을 깔아준다. 그리고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청소를 하고 오후 6시부터는 '밤의 거리'로 만들어 준다"고 했다. 이어 "매일 그렇게 야장을 한다'며 '충분히 행정을 통해 도시를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시를 위한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최근 성수동, 문래동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청량리 전통시장 인근에 '청년 사장'들이 모이고 있다고 한다. 동대문구청은 여기에 더해 대학가를 활용한 상권 발전 전략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개별 언어학과를 정책적으로 지원해 '외국 음식 문화 거리' 조성을 함께한다는 구상이다. 이 구청장은 "시립대, 외대, 경희대를 젊음의 축으로해서 청량리 전통시장과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공교육에 대한 투자도 강조했다. 그는 임기 초 80억원이던 교육경비보조금을 올해 155억원으로 늘렸다. 학생 1인당 지원액 기준으로는 현재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출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학교·교육청·교사가 함께하는 합동 워크숍을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계획이다. 내년엔 교육 인프라에 대한 집중 투자에 나선다.

그는 "교육을 구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좋은 교사가 먼저 찾는 교육 환경, 학부모와 아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교육 기반 조성을 핵심 과제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필형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동대문구청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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