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길이 곧 생존, 네팔의 숨길에서 한반도의 바닷길까지

김현덕 2025. 8. 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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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덕(순천대학교 물류비즈니스학과 교수)
김현덕 순천대학교 물류비즈니스학과 교수

필자는 최근 네팔을 직접 여행하며 국토 곳곳을 둘러보았다. 눈에 들어온 건 장대한 산맥과 평원,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길이었다. 남쪽 테라이 평원에서 중앙의 언덕 지대, 북쪽 히말라야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압도적이었고, 그 길 위에는 수백 년을 이어온 교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이지만, 네팔은 늘 길을 통해 생존을 이어왔다.

네팔의 교역은 산과 계곡을 넘나드는 길에서 시작되었다. 칼리간다키 계곡과 쿠티·게룽 고개를 따라 티베트의 소금·양모·차가 흘러내려왔고, 네팔과 인도의 쌀·직물·금속이 반대로 올라갔다. 이른바 '소금길'이라 불린 이 길은 단순한 물자의 이동로를 넘어 종교와 문화가 전파되던 살아 있는 통로였다.

오늘날 네팔 경제는 농업·관광·해외 노동 송금이라는 세 축이 지탱한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지만,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남짓이다. 반면 해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액은 GDP의 25%를 넘어서며, 사실상 네팔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관광은 히말라야 등반과 유적 관광 덕분에 7~8%를 차지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약한 탓에 국가 경제는 불안정하다. 결국, 무역로 확보가 곧 생존과 직결된다.

실제로 네팔 무역의 절반 이상은 인도 국경도시 비르건지의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통해 이뤄진다. 캘커타항에서 들어온 화물이 이곳에 집결하여 다시 카트만두와 주요 도시로 향한다. 비르건지는 단순한 물류 거점이 아니라 네팔 경제의 숨통이자 국가의 혈관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쪽 게룽 국경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과거 티베트로 향하던 전통길이 이제는 중국-네팔 교역의 통로로 부활하고 있다. 중국 라사에서 국경까지 철도가 이미 개통되었고, 장차 카트만두까지 연장될 계획이다. 이 길이 현실화하면 네팔은 인도 일변도의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 중국과도 직접 연결되는 새로운 선택지를 확보하게 된다.

네팔은 인도와 중국이라는 두 거대국 사이에 놓인 '히말라야의 완충지대'이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면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떠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역로 다변화와 균형 외교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며, 지정학적 필연이다.

네팔은 바다가 없다. 그래서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길이 곧 생명줄이다. 과거 '소금길'이 사람들의 삶을 지탱했듯, 지금은 철도와 도로, 내륙기지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연결이 끊기면 숨통도 막히는 것이다. 네팔의 역사는 분명하게 메시지를 남긴다. "길은 곧 생존이다"라는 것을….

이 이야기는 비단 네팔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대외무역 없이는 버티기 힘든 나라다. 자원과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곳곳과 연결된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흔들리면 우리나라 경제도 충격을 피할 수 없다. 네팔이 국경을 통한 연결로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처럼, 한국도 글로벌 해상 네트워크를 지키는 일이 곧 생존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생존 전략도 자명하다. 글로벌 해상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북극항로와 같은 신항로를 선제적으로 개척하며,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잘 유지하여야 한다. 네팔이 길의 다변화를 통해서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찾듯 우리나라도 다변화와 균형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을 줄여야 한다. 결국, 작은 내륙국가이든, 해양국가이든 교훈은 같다. "연결을 넓히는 것이 곧 생존이다"라는 것을….

히말라야의 작은 길 하나가 네팔의 생존을 좌우하듯, 우리에게도 연결은 곧 미래다. 작은 길 하나가 열리면 거대한 시장으로 이어진다. 네팔의 길 위를 걸으며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떠받치는 혈관이며, 사람들의 지속 가능한 생존과 발전을 가능케 하는 숨길이었다. 길은 단순한 물자의 통로를 넘어 세대를 이어 미래로 나아가는 숨길이자 국가를 지탱하는 혈관이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