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캄보디아 '수원마을'과 '메콩 피스파크'

캄보디아 북서부 시엠립주 앙코르와트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수원마을'이 있다. 현지 지명은 프놈끄라옴이지만, 자매결연 도시인 수원시가 2007년부터 꾸준히 지원하면서 '수원마을'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수원시는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우물을 파고, 공동 화장실과 학교를 짓고, 마을회관과 진료소를 세웠다. 지금까지 10억 원 이상이 투입됐고, 양봉·버섯재배·새우양식 등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도 병행됐다.
마을 주민들은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고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며 "한국의 지방정부가 우리 마을을 기억해준 건 처음"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도로를 포장하며 '프놈끄라옴·수원 우정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DA)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이 맺은 연대의 결실이다.
그런데 최근, 같은 캄보디아 땅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수상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기, 한국은 캄보디아에 대한 ODA 한도를 기존 7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대폭 증액했다. 방식도 바뀌었다. 구체적인 사업을 특정하지 않고, '민간협력 전대차관'이라는 형식으로 현지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는 포괄적 방식이 채택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ODA는 특정 개발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지만, 이 '민간협력 전대차관'은 투명성 문제로 인해 1987년 이후 단 한 차례만 쓰였다. 왜 유독 캄보디아에 이 방식이 도입됐을까. 이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면 국내에서는 사업의 내용이나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이 시점에 '메콩 피스파크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지금까지의 보도를 종합하면, 통일교 전 간부와 김건희 여사 측 인사들이 캄보디아 정부 고위층과 접촉하며 이 사업을 제안했고, 이후 실제 ODA 예산에 반영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메콩강 인근 부지를 개발해 아시아태평양 유니언 본부를 세우고, 대륙 단위의 연대를 추진한다는 이 프로젝트는 공공 외교라기보다 특정 종교단체의 숙원사업에 가까워 보인다.
'수원마을'은 주민의 삶을 바꿨고, '메콩 피스파크'는 구린내가 진동한다. 지방정부가 투명하게 진행한 프로젝트와 종교단체가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추진한 프로젝트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ODA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외교다. 현지 주민의 몫까지 가로챈 범죄를 용서해선 안 된다. 자초지종을 밝혀 ODA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양훈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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