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이 끝내면 견제할 수단이 없다…3% 둑도 무너졌다

#1. 2018년 여중생 나체를 온라인에 중계하면서 성폭행한 남학생 4명에 대해 사건 발생 6년 만인 지난해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됐다. 수사 10개월 만에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사건에 의문을 품은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재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지난 3월 대전지검은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보완수사에 착수해 주범을 구속하고 피의자 4명을 모두 재판에 넘겼다.
#2. 2022년 6월 정신장애를 앓던 A씨는 친형 B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졌다. '사인이 타살로 의심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도 있었지만 경찰은 1년여 수사 끝에 불송치로 결론냈다. 청주지검은 주변인 추가탐문 등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7개월 뒤 '이행불가' 통보를 받았다. 결국 검찰이 사건을 직접 받아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B씨를 구속했고 사건 발생 2년 만에야 기소가 이뤄졌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직접 다시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한 사례들이 줄어들고 있다. 불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수사하라고 요청한 비율은 3% 밑으로 떨어졌다.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 제도적 한계 탓이다. 법조계는 검찰개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건송치 제도 부활 등 견제장치를 충실히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검찰에 불송치 의견으로 기록을 보낸 사건 총 54만5509건 중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건수는 1만4243건으로 2.6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3.82%, 2022년 3.77%, 2023년 3.07%로 유지되던 '3%선'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또 재수사 요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검찰이 송치를 요구한 사건은 지난해 164건으로 전체 재수사요청 사건의 1.1%에 불과했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이후 불송치 사건은 급증하고 있다. 2021년 37만9821건, 2022년 36만9589건이던 불송치 사건은 2023년 40만6951건, 2024년 54만5509건으로 3년 새 41% 늘었다. 불송치 사건은 경찰이 여러 이유로 기소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자체적으로 종결한 사건이다.
문제는 경찰이 불송치로 결론내린 사건들 중 실제 혐의가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검찰이 그런 우려가 있는 사건들을 재수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관련기록을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 불송치 사건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사는 최대 90일간 경찰이 보낸 종이기록만 검토한다.
검사가 의심을 품고 재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은 3개월 내에 재수사를 마쳐야 한다. 재수사 결과, 혐의가 있으면 경찰은 검사에게 사건을 넘기지만 불송치 결정을 유지할 경우 그 내용과 이유를 적은 1~2장 분량의 서면만 통보한다고 한다.
이때 검찰에 재수사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보내지 않기 때문에 검사를 경찰이 제대로 재수사를 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고 사건 송치도 쉽게 요구할 수 없다. 수사준칙에 따르면 검찰의 송치요구는 경찰 수사에 △법령·법리 위반 △재수사 요청 미이행 △공소시효·소추요건 판단 오류 등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재경지검의 한 부부장검사는 "'검찰이 사건을 뺐었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 송치를 요구하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 판단이 매우 어려운 구조"라며 "처음 재수사 요청을 결정할 때 봤던 사건기록만으로도 명백히 송치요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쉽게 사건을 달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재수사 요청도 단 한 차례만 가능하고 경찰이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검찰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근거도 없다. 수사지휘권도 폐지되면서 불송치 사건에 대한 검사의 책임 역시 사라졌다.
법무연수원 교수를 지낸 이태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불송치 사건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게 (수사권조정 이후) 5년 정도 되다보니 검사들도 상황에 익숙해졌을 것"이라며 "사건 송치를 받으면 그 사건은 검사 책임이 되고 사건 관련 민원인도 모두 검사가 상대해야 해 (사건이) 웬만큼 이상하지 않으면 경찰이 불송치한 대로 놔두는 것"이라고 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검사가 수사기록을 송부받아 검토하거나 이의신청하는 정도의 수사통제 장치는 '실체적 진실 발견'이란 관점에서 매우 미흡해 자칫 범죄자가 숨을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과거처럼 모든 사건을 검찰로 보내 원점에서 사건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할 수 있는 전건송치 제도로 수사절차가 정립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이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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