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사주 무혐의, 신고자 처벌이 사법정의인가"

박재령 기자 2025. 8. 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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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검찰 송치된 '민원사주' 제보자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하며 불기소 처분 촉구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와 공익제보자 관련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희 지부장, 양성우 변호사, 지경규 차장, 이호찬 위원장. 사진=박재령 기자

“이재명 대통령님, 답해 주십시오. 전국의 모든 공직자들에게 답해야 합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이후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공익제보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섰다. 이들은 “공익신고자는 죄가 없다”, “류희림을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92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방심위 공익제보자 불기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경찰이 류희림 전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공익제보자들은 검찰에 송치한 것을 두고 “죄를 지은 범인은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가고 범죄를 신고한 공익제보자들이 피고인으로 서는 장면”이라며 “드라마 속 스토리가 아니라 국민주권정부에서 현실로 목도하게 생겼다”고 했다.

이들은 “도둑을 풀어주고 도둑이야 외친 자들을 잡아가는 거꾸로 선 정의, 검찰은 이 뒤집힌 정의를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라며 “국민주권정부는 답해야 한다. 공익신고자를 범죄자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부패와 불법을 바로잡는 길에 동참할 것인가. 우리는 상식과 정의를 따르는 결정을 통해 뒤집힌 정의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92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방심위 공익제보자 불기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박재령 기자
▲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92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방심위 공익제보자 불기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박재령 기자

이날 공익제보자들은 자신들이 송치된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로 사회 각 분야에서 추천된 150명 이상 300명 이하 위원들 중 15명을 무작위 추첨해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심의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승계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등에 대해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수사심의위원회가 만약 이번 공익신고자들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하지 않는다면 자본과 권력을 쥔 자들에게만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공익신고자보호법 취지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는 그 행위로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되며 직무상 비밀을 포함하더라도 신고 자체는 위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방심위 공정성과 객관성, 독립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발견했다면 이를 신고하고 고발하는 것이 방심위 직원의 당연한 책무”라며 “공로를 인정해서 표창을 줘도 모자랄 판에 압수수색과 10번 넘는 경찰 조사로 당사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위축시키는 것이 국가기관과 나라가 할 짓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주권 정부라면 이들부터 보호하고 서둘러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이 순리”라고 덧붙였다.

▲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92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방심위 공익제보자 불기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박재령 기자

공익제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양성우 변호사(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는 “방심위 직원들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공익적 목적에서 행동한 것일뿐 어떠한 사적 이익도 추구하지 않았다”며 “언론 제보는 불가피했다. 제보자들은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방심위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만약 공익제보가 기소되고 처벌을 받게 된다면 누가 감히 부패와 불의에 맞설 수 있겠나”라며 “사건의 경위와 제보의 목적 등 여러 사정을 충분히 숙고해서 신고자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임을 인정하고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 사회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는 의미 있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희림 전 위원장을 신고한 제보자 중 하나인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은 “제보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성실하게 일하다가 회사에서 벌어진 기관장의 불법적인 비위 행위를 발견한 것”이라며 “범죄 현장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고 신고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돌아온 것은 범죄자 취급”이라고 말했다.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는 공익제보자(지경규 방심위 차장). 사진=박재령 기자

김준희 지부장은 “이재명 대통령님 답해 주십시오. 전국의 모든 공직자들에게 답해야 합니다”라며 “청부 민원을 사주한 자는 무혐의이고 공익신고자가 처벌받는 것이 사법 정의인가. 형법상 정당행위는 위법성 조각 사유다. 수많은 판례가 분명하다. 우리는 죄가 없다. 대한민국 검찰은 죄 없는 사람들 괴롭히지 마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달 25일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폭로한 지경규 방심위 지상파방송팀 차장과 탁동삼 방심위 연구위원, 방심위 직원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반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달 21일 류희림 전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업무방해죄)을 내렸다. 양천서는 류희림 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에게 민원을 사주했다고 해도 피사주인들이 류 전 위원장의 의견에 동조했다면 위법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무혐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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