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재앙 대비하라"... 인천기상대 120년 날씨기록의 경고

강현수 2025. 8. 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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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부터 응봉산 정상서 관측
수도권 기온 100년 만에 2.2도↑
기후변화 21세기 후반 33도 이상
현재 7일에서 94일로 급증 예측
관측환경 변화 없어야 대응 가능
25일 인천기상대에서 김훈상 대장이 정규 관측 장비 중 하나인 백엽상을 살펴보고 있다. 백엽상은 기상 관측용 기구가 설비된 집 모양의 흰색 나무 상자를 말한다. 강현수기자

전국 7개의 기상대 중 인천 중구 전동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기상대 인천기상대. 120년 전인 1905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같은 자리를 지키면서, 2015년 신설된 수도권기상청 산하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이곳에서 한반도의 기후를 관측해 온 인천기상대는 최근 급변하는 기후환경과 관련해 변화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예측 기능을 하면서 기후 위기가 불러올 재앙을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를 전하고 있다.
 
25일 인천기상대에서 김훈상 대장이 정규 관측 장비 중 하나인 시정계를 살펴보고 있다. 시정계는 공기의 투명도를 측정하는 기계다. 강현수기자

25일 중부일보 취재진이 찾은 인천기상대 외부에서는 모두 17개의 정규 관측 장비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공기의 투명도를 측정하는 시정계, 구름 밑면의 높이를 계산하는 운고계, 땅속과 겉면 온도를 각각 재는 온도계 등이다. 장비들의 관측 결과는 실내 사무실에 있는 '기상 실황' 화면으로 수치화됐다.

정규 관측 장비들이 설치된 자리는 해발 69m의 응봉산 정상 잔디밭이다. 서쪽으로는 서해, 동쪽으로는 인천 도심이 내려다보이면서 해안성과 도시성, 도서와 내륙 기상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주변에 관측을 방해할 만한 고층 구조물도 없어, 수도권 서측 기상 변화의 흐름을 비교적 이른 시점에 감지해 왔다.
 
25일 인천기상대에서 김훈상 대장이 1999년 12월 31일까지 정규 관측에 사용했던 장비들을 설명하고 있다. 강현수기자

현장에 동행한 김훈상 인천기상대장은 날씨를 사람의 '기분'에, 기후는 '성품'에 비유했다. 기분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쑥날쑥하지만, 성품은 오랜 시간 쌓여 형성돼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하늘의 기분을 살피고 성품을 파악해 기상청이 예보·특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기상대의 역할이다.

120년의 세월 동안 같은 자리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관측을 이어온 인천기상대의 역할은 기후변화 흐름 속에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관측 위치가 바뀌면 더이상 과거 자료와 비교할 수 없기에, 기후변화와 지역기상의 경향을 정량적으로 살피기 위해서는 일관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만 기후변화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인천기상대는 처음 기상 측정을 시작한 시기였던 1905년부터 1924년까지 20년간 연평균 기온이 10.6도였다는 기록을 갖고 있다. 반면 지구온난화에 가속도가 붙은 최근 20년(2015~2024년) 동안의 연평균 기온인 12.8도와 비교하면 100여 년 사이 2.2도가 상승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25일 인천기상대에서 김훈상 대장이 정규 관측 장비들이 보이는 화면을 설명하고 있다. 강현수기자

120년의 기록을 기반으로 이뤄진 또다른 분석에서는 21세기 후반(2081~2100년) 인천의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 현재 7일에서 94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을 중심에 두고 화석연료 사용을 높이는 '고탄소 시나리오' 상황에서다.

중요한 건 앞으로도 인천기상대가 같은 조건에서 기상 자료를 수집해야만 이런 분석과 대응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은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돼 온 지역이기에 자연환경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김 대장은 "인천기상대가 앞으로의 1천 년을 바라보는 시점인 만큼, 관측환경에 지장을 주지 않는 조건이 유지돼야 한다"면서 "현재 눈에 보이는 실익만 따진다면 도시화 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지만, 기후 적응 대책이 잘못 수립된다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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