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만찬, 안동찜닭·카레로 풀어낸 ‘생활 속 외교’

오종명 기자 2025. 8. 25. 16: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향 음식·술로 공감대 형성…안동소주·돗토리 맥주 건배주로 올라
정치 현안 대신 문화·관광·가정 이야기 나누며 화해와 협력 메시지
이재명 대통령 부부, 이사바 일본 총리 부부와 기념촬영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한일 정상 만찬상에는 낯익고도 특별한 음식들이 올랐다. 경북 안동 출신 이재명 대통령을 위해 안동찜닭과 안동소주가, 돗토리현 출신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위해 '이시바식 카레'와 돗토리 맥주가 나란히 자리했다. 일본식 장어구이에는 김치가 고명으로 얹혔고, 후식으로는 복숭아를 좋아하는 이 대통령을 배려해 오카야마산 백도가 준비됐다.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서로의 고향과 입맛을 존중한 음식 외교였다.

안동찜닭
카레를 좋아한다는 이시바 총리의 말에 이 대통령은 "캔디즈 노래를 들으며 카레를 먹던 청년 시절 모습이 떠오른다"고 화답했다. 이어 "총리께서 한국 라면을 좋아하신다 해서 종류별로 가져오려 했지만 부피가 커 포기했다"는 농담도 곁들였다.

한일 관계의 무거운 현안 대신 카레, 라면, 과일 같은 생활 화제가 오가며 분위기는 자연스레 부드러워졌다. 이는 의전의 틀을 넘어, 사람 대 사람의 공감이 쌓이는 과정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의 자서전 일본어 번역본에 직접 서명을 부탁했다. 또 하회마을, 도산서원, 월영교 등 안동의 풍경 사진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관광지와 고향 문화에 대한 관심을 공유했다.

안동소주
이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는 "총리 당선 때 눈물을 흘리던 요시코 여사의 모습에서 공감대를 느꼈다"고 말해, 정상 외교 속에서 가족의 감정까지 교차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만찬을 두고 "협력과 화해의 메시지를 음식과 문화로 풀어낸 시도"라고 평가한다. 정치 현안과 역사 갈등의 무게가 여전히 크지만, 음식과 음악, 책과 여행지 같은 생활 문화의 교집합이 새로운 외교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동소주와 돗토리 맥주가 함께 오른 건배주는 단순한 술잔이 아니었다. 고향의 밥상은 서로 다른 기억과 문화를 인정하면서도, 공감과 화해의 여지를 넓히는 상징이었다.

찜닭과 카레가 만난 자리에서 보여준 '생활 속 외교'는 거창한 선언문보다도 따뜻한 울림을 남겼다. 고향 음식을 매개로 한 이번 만찬이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서도 문화적 신뢰를 쌓아가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