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갈등 양상 제주 ‘행정체제개편’ …정치권 결단 ‘마지노선’

이동건 기자 2025. 8. 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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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도입 목표 기초단체 설립 논쟁 지속 전망에 도민 혼란 가중

'마지노선'에 다다랐다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주민투표 논쟁이 가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갈수록 도민 혼란만 가중되면서 '주민투표 마지노선'이 아니라 '정치권이 결단할 마지노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대림(제주시 갑)·김한규(제주시 을)·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과 함께 '제주-지역국회의원관의 당정협의회'를 가졌다. 

이날 당정협의회는 오는 9월 중순 제주 개최가 예정된 '2025 더불어민주당-제주특별자치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제주도정이 역점 추진하는 사업 추진 동력인 국비 확보를 위해 지역 국회의원에게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모두 발언까지만 공개되고 비공개로 진행된 당정협의회에서는 최근 제주사회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면서 '민주당 자중지란' 비판이 커진 가운데, 이날 당정협의회에서도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숙의형 공론화 과정을 거친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서제주·서귀포시) 도입이 도민의 의사라는 입장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을 위성곤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문대림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반면, 김한규 의원은 소위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이라는 2개 기초자치단체(제주·서귀포시) 도입 법안을 발의, 엇박자를 노출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도민사회의 통일된 의견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와 김 의원 측은 이날 당정협의회에서도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행정안전부의 의사를 다시 확인하자는 취지로 대화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해 제주도와 지역 국회의원은 9월17일 예정된 예산정책협의회 전에 또 만나기로 하고 이날 자리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논쟁은 오는 9월까지, 길게는 가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제주 도민사회에서는 8월 마지노선을 언급하면서 2026년 7월 기초자치단체 도입 일정이 촉박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제주도는 '마지노선'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내년 7월 도입을 위해서는 제주도의회와 각 기초자치단체 의회 등의 선거구획정이 필요해 올해 10월까지는 주민투표를 끝내야 한다. 오영훈 지사도 꾸준히 10월에 주민투표가 실시되면 내년 7월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면 제주도지사가 공표해 30일 이내로 제주도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의회에서 나온 의견을 다시 정부로 올려보내 '주민투표 발의일'이 결정된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주민투표 발의일'로부터 23일 지난 뒤 처음 맞이하는 첫 번째 수요일에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행안부장관의 주민투표 실시 요구 이후 2달 가까이 지나야 주민투표가 성사된다는 일정에 맞춰 역산할 경우 '8월 마지노선'이라는 시각이 강하지만, 일정을 대폭 줄일 여지는 있다.

지방자치법 제52조(임시회) 4항에 '임시회 소집은 집회일 3일 전에 공고하여야 한다. 다만, 긴급할 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명시돼 있다. 

30일 이내 의회 의견 수렴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3일내로 단축할 수 있다는 얘기로, 행안부 장관의 주민투표 요구 이후 빠르면 한달만에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다. 

또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구획정 기한은 올해 12월2일까지다. 전례에 비춰보면 선거구획정 때마다 진통을 겪으며 법정 시한을 넘긴 사례는 부기지수다. 

오영훈 지사의 구상대로 내년 7월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일정을 최대치로 조정한다면 올해 가을까지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논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 수록 지방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출마예정자뿐 아나라 유권자들의 혼란이 점점 가중된다는 점이다. 

'행안부의 주민투표 요구가 없었다'고만 비판하기에는 도내 정치권의 불협화음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단합해야 할 시기에 갈라선 모습으로 애꿎은 도민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주민투표는 '3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도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애초 주민투표는 참고자료일 뿐이고, 3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원하지 않으면 주민투표 때 '반대' 표결하면 그만이다.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문제는 이제 도민 혼란을 넘어 '갈등' 요소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미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행정체제에 대한 발언을 토대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이로인해 정치권이 '주민투표 마지노선'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 결단의 마지노선'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주민투표 극적 합의부터 문구 논의, 기초자치단체 도입 시기 조정 등에 대한 결단이다.  

이상봉 의장의 의지로 진행중인 제주도의회 차원의 행정체제개편 관련 여론조사의 경우 오는 9월 2일 공개될 예정이다. 

사분오열하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방향성을 잡는 계기가 될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분기점이 될지 바야흐로 제주도의 자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