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 탈출하려는 검사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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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대법관을 지낸 어느 원로 법조인 A씨의 회고록에 나오는 일화다.
법원으로 실무 교육을 나온 어느 사법연수생에게 '자네는 이 다음에 판사를 할 건가, 아니면 검사를 할 건가' 하고 물었더니 대뜸 "검사"라는 답이 돌아왔다.
반면 검사는 초임이라도 떡하니 독방이 제공되고, 휘하에 수사관 등 직원들을 거느리며 지휘할 수 있으니 판사보다 훨씬 낫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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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대법관을 지낸 어느 원로 법조인 A씨의 회고록에 나오는 일화다. 법원으로 실무 교육을 나온 어느 사법연수생에게 ‘자네는 이 다음에 판사를 할 건가, 아니면 검사를 할 건가’ 하고 물었더니 대뜸 “검사”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가 이유를 묻자 이 연수생은 “법관이 되면 배석판사부터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그때만 해도 배석판사를 비롯해 서열이 낮은 신참 법관들은 여러 명이 사무실 하나를 공동으로 써야 했다. 반면 검사는 초임이라도 떡하니 독방이 제공되고, 휘하에 수사관 등 직원들을 거느리며 지휘할 수 있으니 판사보다 훨씬 낫다는 뜻이었다.

“사법연수원 수료생들의 ‘검사 기피·판사 선호’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994년 1월 조선일보 사회면에 등장한 기사 첫머리가 이렇다. 보도를 한 담당 기자는 “검사직은 사회의 전반적 민주화 추세와 함께 ‘바람’을 타기 쉽고 과거와 같은 ‘끗발’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연수원 수료 성적을 기준으로 최상위권에 든 이들이 판사 정원을 모두 채운 다음 그 아래의 수료생들이 비로소 검사를 지망한다는 의미다. 사시가 없어지고 연수원 대신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법조인을 배출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우수한 법률가들이 법원과 검찰 중 어디로 더 많이 가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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