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반일로 ‘정치’하고, 친일로 ‘외교’하는 이 대통령

최미화 기자 2025. 8. 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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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 정치평론가
김경국 정치평론가

지난 23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겉으로 보자면 성공적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양국간 협력 의지를 천명했고, 셔틀 외교 복원과 경제·사회 협력 의제에도 합의했다. 17년 만에 한일 정상이 공동 문서를 발표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장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다. 불과 지난해 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은 일본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이웃'으로 취급하며, 일본과 조금이라고 관계가 있으면 "토착왜구"로 몰아붙여왔다. 국내 보수 정치세력이 타깃이었다.
일본은 민주당이 좌파진영의 단결을 도모하는데 좋은 도구였다.
과거사 문제부터 시작해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소녀상 갈등, 강제징용 해법, 위안부 합의 등 보수정권의 모든 대일정책을 비판하면서 진영대결로 연결시켜왔던 세력이 바로 민주당이었다. 그 과정에서 보수진영 전체를 '토착왜구'로 몰아붙이면서, '자위대의 군화발'이나 '강간범'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거침없이 동원됐다.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당시에는 '핵 폐수'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했던 것 역시 민주당이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는 이런 일들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너무 가깝다 보니 불필요한 갈등도 가끔 발생한다"며 "서로 좋은 면은 존중하고 불필요한 것은 보정하면서도 필요한 것은 서로 얻을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게 이웃 국가의 바람직한 관계"라고 밝혔다.
너무 맞는 말이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집권하기 이전에는 일본과 관련된 일에는 그렇게 극언을 동원해가면서 악착같이 반대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갑작스러운 변신이라서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이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불필요한 갈등"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결국 지금까지의 행동은 '반대를 위한 반대'였을 뿐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냉정히 말해, 일본의 태도는 달라진 것이 없다. 과거사 문제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독도나 강제징용 문제에서 물러선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 대통령의 태도만 180도 바뀌었다.
결국 변한 것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뿐이다. 야권 정치인일 때는 반일 선동으로 진영을 결집시키고, 집권 후에는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협력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웃한 국가로 서로 협력하며 공동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글로벌 공급망과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냉랭한 관계를 방치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대통령의 입장변화를 환영한다.
그런데, 이같은 입장변화가 양국간의 신뢰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은 또다른 문제다.
이 대통령이 그렇게 입장을 선회하려면, 최소한 지금까지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대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 반일을 정치도구로 삼아 국내 보수 정치권을 '토착왜구'로 매도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해명과 사과는 있어야 한다.
입장이 바뀌었다고 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그 협력을 추진했던 이들을 반역자 취급했던 과거는 모른 척한다면, 진정성을 믿어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 '최적의 파트너'라는 표현까지 쏟아냈다. 미사여구들이 난무하는 좋은 말 대잔치 같다.
일본과 가까운 사람을 '토착왜구'라고 비난하던 세력이, 갑자기 '일본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라고 말하는 것은 가슴에 와닿지 않는 말이다. 그 모순에 대한 답이 없다면, 어떤 수사(修辭)도 공허할 뿐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솔직하게 반성하고, 과거 정적을 향해 던졌던 무책임한 낙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일본과의 신뢰를 쌓는 출발점이고, 진정으로 국익을 위한 길이다. 반일로 정치하고, 친일로 외교하는 모순은 언제까지나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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