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20만원, 한국인보다 비싸”… 불법 체류자에 의존하는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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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자들의 범죄가 우려돼 단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불법 체류자가 사라지면 농장은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 마을에 불법 체류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안 됩니다. 수익을 내는 농가는 모두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봐야 해요."
장성군의 한 농장주는 "불법 체류자들이 임금을 계속 올려도 당장 일손이 없으니 이들 요구대로 줄 수밖에 없었는데,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들어오면서 임금이 조금 내려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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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한국 사회 동전의 양면 불법체류자
불법체류자 없으면 당장 농촌 작업 차질
수확기에 단속하자 농민들 반발하기도
“계절 근로자 보완해 확대해야” 목소리
“불법 체류자들의 범죄가 우려돼 단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불법 체류자가 사라지면 농장은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 마을에 불법 체류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안 됩니다. 수익을 내는 농가는 모두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봐야 해요.”
농번기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수백~수천 명의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상당수 농촌은 여전히 불법 체류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농가가 불법 체류자를 쓰는 이유는 계절 근로자를 못 받았거나 손이 빠른 근로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계절 근로자는 5~8개월 근무하고 떠나는데, 작년에 일했던 근로자가 다시 오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불법 체류자는 한국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아 작업이 익숙하다. 불법 체류자를 찾는 농가가 늘면서 농촌에서는 불법 체류자가 갑(甲·우월한 위치에 있는 쪽)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남 장성군에서 만난 한 농장주는 “이 지역에 불법 체류자가 굉장히 많다. 불법 체류자 고용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고 가려 받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인력사무소에 연락해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거나, 인근 불법 체류자 밀집지에 직접 가서 사람을 구한다고 했다.
경남 창녕군 농민들은 지난 5월 불법 체류자 집중 단속이 벌어지자 “불법 체류자 체포를 유보하라”며 경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마늘과 양파를 주로 재배하는 창녕군은 5월부터 수확기라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데, 이때 수백 명의 불법 체류자가 잡혀가면서 작업에 큰 차질이 생겼다.
성보경 창녕군 대지면 새마을협의회장은 “적기에 마늘 순을 잘라줘야 알이 커지는데, 인력이 없어 제때 작업을 못했고 결국 상품성이 크게 하락해 농민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단속이 떴다는 소문이 돌고, 한 명이라도 잡혀가면 불법 체류자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월부터 파종기가 시작되는데, 인력이 없어서 모두 걱정이 태산”이라며 “1만평(3만3000㎡)가량 되는 농지는 이 시기에 3~4일간 매일 많게는 30명까지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불법 체류자 수요가 늘면서 임금도 오르고 있다. 창녕군청 관계자는 “수확기나 파종기 등 인력 수요가 급증할 때는 기본 일당 15만원을 받아 간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20만원까지도 받는다”며 “농촌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고령자가 많다 보니, 젊은 불법 체류자를 선호하는 농가가 많다”고 말했다. 젊은 불법 체류자의 일당은 고령의 한국인보다 비싸다.
성 회장 역시 “일당은 12만~15만원 정도인데, 날씨가 궂으면 18만원까지도 줘야 한다”며 “본인들이 없으면 안 되는 걸 알아서 달라는 대로 줘야 한다”고 했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면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를 보완·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성군의 한 농장주는 “불법 체류자들이 임금을 계속 올려도 당장 일손이 없으니 이들 요구대로 줄 수밖에 없었는데,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들어오면서 임금이 조금 내려갔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라오스 계절 근로자 요청은 해뒀지만, 들어온다 해도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며 “농번기엔 불법 체류자 단속을 멈추고, 계절 근로자 고용에 따른 부담을 완화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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