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호남 사람’ 대통령 꿈꾸던 한덕수의 몰락
계엄문건 진술 번복 등 ‘치명적 발목’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지난 24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사상 전직 총리에게 영장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다. '관운의 사나이',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며 총리를 두 차례 지내고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올랐던 그는 내란 방조 혐의 앞에서 황혼기에 큰 굴곡을 맞게 됐다.
특검은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우두머리 방조를 비롯해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서류 손상 등 여섯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대통령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국무총리로서 불법 계엄을 막지 않고 오히려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가담했다는 판단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국무총리는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유일한 공직자이자 헌법 수호를 보좌하는 제1국가기관"이라며 "한 전 총리는 위헌·위법한 계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경우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계엄 해제 방해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줄줄이 소환될 수 있다. 반대로 기각되면 특검 수사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25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내란을 막을 수 있는 기관이었지만 오히려 도왔다"며 "(한 전 총리 영장 발부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 내란 공범을 신속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를 외치며 '호남 출신 대통령'을 꿈꿨던 한 전 총리는 이제 '계엄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정통 엘리트 관료였다.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국무총리를 거쳤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주미대사를 지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로 복귀한 뒤에는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우며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대선에 도전했으나 국민의힘과 단일화 과정에서 고배, 결국 내란 방조 피의자로 법정에 서게 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국정 1인자와 2인자 모두가 감옥 앞에 선 건 대한민국 정치의 후퇴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윤 정권 시절의 불행한 역사는 모두 헌정사 최초의 사태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작은 진실까지 모두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