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한 포대 3만원, 지금은 7천원…황금알 낳는다던 염전 사업, 붕괴 초읽기

송민섭 기자(song.minsub@mk.co.kr) 2025. 8. 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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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 태평염전 가보니
2018년 가격 폭락 이후 염전 면적 급감
염전 140만 평 중 35만 평 태양광 전환
증도 곳곳 버려진 염전, 패널 설치 대체
10년 새 3분의 1 축소…산업 기반 흔들
“2021년 강제노동, 용납못해…재발 막을것”
지난 21일 찾은 신안 증도 태평염전에서 작업자가 소금을 수레에 싣고있다.
“천일염 사업이 총체적으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정부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21일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만난 박형기 소금장인은 천일염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강조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 회장을 맡아 950여 명의 생산자를 대표한 그는 “2019년 당시 20kg 한 포대 가격이 1800원까지 떨어졌다. 생산 원가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었다”며 “가격이 안정돼야 임금도 지급할 수 있고, 산업도 유지된다”고 말했다.

천일염 가격은 2011년 30kg 한 포대 3만 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2013년 이후 가격은 꾸준히 떨어졌고, 2018년에는 2만 원 선이 무너지며 올해는 평균 7000~8000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생산 원가는 상승했다. 과거 4000 원 수준이던 원가는 인건비 상승으로 최근 6000 원까지 올랐다. 박 장인은 “가격은 내려가는데 원가는 오르는 이중고가 산업의 지속성을 위협한다”고 토로했다.

박 장인은 소금값이 비싸다는 인식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4인 가정이 1년에 소비하는 소금은 약 20kg이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은 2만8000원에서 3만5000원 수준으로, 하루로 따지면 1인당 36원꼴에 불과하다. 결코 비싼 상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만난 박형기 소금장인이 천일염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일염 가격이 바닥을 친 이후 염전 규모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국내 최대 천일염 단지인 태평염전에서도 전체 140만 평 가운데 35만 평이 올해 안에 태양광 발전 시설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미 신안군 증도 곳곳에서는 태양광 패널 설치를 앞두고 방치된 염전이 눈에 띄고 있다.

신안군의 전체 염전 허가 면적은 현재 약 2000㏊ 규모다. 그러나 지난 10년 사이 태양광 발전 사업과 양식장 전환 등으로 전체 면적의 3분의 1가량이 줄었다. 천일염 산업 기반이 축소되면서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해졌고, 이는 곧 가격 안정과 산업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 지원 제도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천일염도 쌀이나 수산물처럼 가격 안정 장치가 필요하다”며 “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천일염 가격 안정을 위해 매년 1만5000t가량을 비축하고 있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약 1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생산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박 장인은 “쌀과 같은 주요 식량에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 비축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천일염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최근 미국의 천일염 수출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 4월 태평염전 소금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됐다며 인도 보류 명령(WRO·Withhold Release Order)을 내린 바 있다.

태평염전 소금 수레.
태평염전 관계자는 “2021년 발생한 강제노동 사건은 사실이며, 당시 임차 생산자와는 즉시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 조건에 근로기준법 준수 조항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손실을 책임지도록 제도를 강화했다”며 “신축 사택 제공, 노동 환경 점검 제도 도입 등 개선책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강제노동과 같은 인권 침해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제 기준에 맞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에도 불구하고 태평염전은 한국 천일염 산업의 중심지로서 여전히 중요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7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이곳은 단순한 생산지를 넘어 국내 천일염 산업의 상징이자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기반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태평염전은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염전으로, 140만 평 부지에서 연간 1만t 이상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한다.

오늘날 태평염전은 산업 현장을 넘어 관광과 문화 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1953년 착공해 1954년 완공된 태평염전은 7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소금박물관과 체험 프로그램, 예술가 레지던시 ‘스믜집’이 운영되며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찾는다. 신안군은 이를 통해 연간 약 300억 원 규모의 지역경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태평염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은 거의 모두가 갯벌 천일염으로 세계 5대 갯벌 중에서도 천일염을 규모 있게 생산하는 염전이 갖춰진 지역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며 ”특히 증도면은 풍부한 일조량과 알맞은 바람을 지닌 천혜의 기후조건과 모래와 점질토로 이뤄진 토양조건 등 양질의 소금을 생산하는데 있어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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