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 산업안전 선진국의 비결…매경·BGI 국제 산업안전 세미나

양재필 매경비즈 온라인기자(sohnsb@naver.com) 2025. 8.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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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BGI - 미국·독일 안전전문기업 초청 국제 산업안전 세미나
9월17일 코엑스, 세계적인 안전전문가 총출동...진단과 해법 제시
[인터뷰] 제프 반다 미국 반다 그룹 대표

최근 한국 산업계는 연이은 중대 재해로 인해 근로자, 기업, 정부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규 강화 등 강경한 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실질적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경미디어그룹은 한국 산업계에 중대한 화두로 떠오른 ‘산업 안전’을 주제로 반다 그룹(Banda Group International)과 함께 오는 9월 17일, 미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을 위해 코엑스에서 국제 산업안전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에 앞서, 미국 안전전문가 제프 반다(Zef Banda Jr.) 대표와 한국 산업안전이 마주한 근본적인 문제와 그 해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제프 반다는 미국 인텔(Intel)의 안전 매니저 출신으로 20여 년간 NASA, GE, TSMC, Turner, AstraZeneca 등 글로벌 기업들에게 안전 서비스를 담당하고 ISO 45001 개발에도 참여한 세계적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다. 국내 유수 기업과도 10여 년간 안전 컨설팅을 해왔다.

Zef Banda Jr. (BGI President/CEO)
Q. ‘안전을 시스템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A. 안전은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 정석이다. 사람의 노력과 주의력에 의존하는 방식은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 가장 시급한 근본 대책은 기업의 안전 프로그램과 훈련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법 강화나 벌금 인상, 안전인력 충원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Q. 만약 안전을 시스템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가
A. 결국, 모든 문제를 사람이 직접 막아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왜 한국은 미국보다 4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더 많은 안전인력을 투입해야 현장이 유지될까?” 이 질문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2023년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약 500명의 안전관리자가 34만 5,000명의 근로자를 담당하는데, 비율로 따지면 690:1 수준이다. 반면, 유사 업종에서 한국은 미국보다 적게는 4배에서 많게는 10배(최대 14배)까지 더 많은 안전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설계나 양산 준비 단계, 즉 ‘앞단’에서 위험 요소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단에서 처리하지 못한 모든 부담이 ‘뒷단’인 현장으로 넘어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을 계속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선도 기업들은 ‘양산 전에 95%의 위험을 제거한다’는 것을 목표로 안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장에서 관리해야 할 위험이 급격히 줄어들고,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시스템 중심 안전관리의 핵심 매커니즘이다.

Q. 그럼 안전관리시스템에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인가
A. 넓게 보면 예방이지만, 더 정확히는 위험을 사전에 제거해 예방 자체가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는 발주사–협력사–공급사가 함께, 그리고 정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동일한 수준의 안전프로그램과 훈련이 필수적이다.

덧붙이자면,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OSHA 사고 보고서에 가끔 ‘System Failure(시스템 실패)’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 현장 실수나 문서 미비 수준이 아니다. 해당 기업의 안전관리체계(SMS)가 현장에 없거나, 있어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심각한 경고이다. 한두 항목 손보는 문제가 아니라,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신호로 봐야 하고 그러면 미국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장기적인 기업 운영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Q.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의 안전 프로그램이나 훈련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A. 많은 문제가 있지만, 대표적인 예로 LOTO(Lockout/Tagout; 에너지 차단 잠금장치)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장비 유지보수 중 에너지를 물리적으로 차단해 발생하는 사고를 막는 이 절차는 미국 OSHA(산업안전보건청)에서 연방법으로 매우 강력하게 관리하며, 현장 안전관리자 업무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적인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한국 기업 현장을 보면, LOTO 프로그램이 미국국가표준협회(ANSI) 기준의 2~5%, OSHA 요구사항의 20~30%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마치 워드나 엑셀 프로그램의 기능을 20~30%만 알고 쓰는 것과 같다. 훈련도 그 수준에서 멈춰 있고, 심지어 안전담당자조차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장비 유지보수 관련 중대재해의 상당수가 이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국도 법령에 ‘정비·보수 시 에너지 차단’ 의무가 있으나, 운영은 지침이나 권고 수준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전사 프로그램으로 정착이 미흡한 실정이다.

Q. 왜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하는가
A. 한마디로 ‘안전 생태계’의 출발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의 안전 생태계는 지난 200여 년간 보험사가 주도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모든 사고를 ‘금전적 손실’로 해석하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UL(Underwriters Laboratories; 제품 안전 인증 및 시험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민간 독립 기관), FM Global(산업용 화재보험 전문 보험 기업), NFPA(화재 예방 및 전기 안전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는 비영리 단체) 등 보험사 기반의 민간인증기관과 ASME(기계 공학 분야의 기술 표준을 제정하고 보급하는 전문 학회), ANSI(민간 표준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비영리 기관) 같은 산업계 표준기관들이 함께 성장하며 ‘민간주도 안전생태계’를 구성해 왔다.

이런 압박 속에서 기업들은 프로그램을 정비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며 진화했고, 그 결과 ‘위험을 미리 제거하는 시스템 중심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지난 1990년대 초 이후에는 디지털 환경과 고위험 환경에 맞게 시스템이 재정비되며 안전 프로그램이 더욱 고도화됐다.

반면 한국은 전쟁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정부 주도의 안전관리 체계가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국제 표준이나 선진 프로그램 도입보다는 정부의 규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소극적으로 진화해 오면서 자체적인 안전 시스템 구축을 등한시했다고 판단된다.

Q.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이 이 상황을 극복할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A. 그 해법을 ‘K-방역’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한국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WHO(세계보건기구)나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표준을 가져와 독자적인 실행력과 촘촘한 시스템 통제로 세계적인 방역 모델을 만들었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핵심은 ‘앞단에서 위험을 사전 차단’하는 것이었다.

산업안전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검증된 국제 표준과 인증은 가져다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을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도록 만드는 ‘실행력’이며, 이것이 바로 기업의 안전관리시스템의 키포인트다. 입국 전 코로나 PCR(유전자 증폭검사) 음성확인서 제출 요구가 장비의 UL/CE 인증 획득과 같고, 입국 후 자가격리 절차가 설비 설치 후 현장 평가(ESO/FEE)와 같은 원리이다. 이를 그대로 산업 안전 현장에 도입하면 안전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엔지니어와 근로자들의 역량은 매우 우수하다. ‘FM(정석)대로 해’라는 말 한마디면, 매뉴얼 없이도 역동적으로 교착된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것이 부족한 시스템을 보완하며 한국 기업을 성장시킨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이 유능한 인력과 인재들을 제대로 된 시스템 위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

Q. 산업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약한다면 무엇인가
A. 결국 기업 스스로 답을 만들어야 한다. 법률 강화, 벌금 인상, 안전인원 증원은 단기 보조책에 불과할 뿐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안전 표준을 지키고, 안전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직원·협력사를 실질적으로 훈련하고, 이 전 과정을 지속 개선하는 것만이 총체적인 난국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중에서도 안전프로그램 개선과 훈련이 한국에서는 특히 필요해 보인다.
Q. 마지막으로, 오는 9월 17일에서 개최되는 세미나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부탁한다
A. 이번 세미나는 9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컨퍼런스룸 328호에서 개최된다. 특히 미국에 진출한, 혹은 진출을 앞둔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즉시 적용 가능한 실행 전략에 대한 총 4개의 세션을 구성했다.

BGI에서는 미국 안전 생태계에서 한국 기업에 필요한 전략과 시스템 구축 방안을 제시하고, 전 인텔 지역안전매니저였던 앨런 윌슨(Allen R. Wilson)은 발주사의 관점에서 실제 안전관리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또한, 건설사업관리(CM/PM) 전문 기업인 한미글로벌(Hanmi Global)은 미국 하이테크 프로젝트의 특징과 해법을, 독일의 산업 자동화 기업인 필츠코리아(PILZ Korea)는 장비 인증의 중요성과 간과하기 쉬운 문제들을 다룰 예정이다.

본 세미나는 초청 형식으로 진행되며 사전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사전 신청자에게는 혹시나 참석하지 못하시더라도 세미나 요약본과 향후 안전과 훈련 관련 정보를 제공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바란다.

[매경비즈 양재필 기자]

BGI 제프반다 대표 인터뷰는 총2회로 진행됩니다. 이번 편에서는 당면한 한국 산업안전의 문제와 이에 대한 미국 안전전문가 관점을 들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실제로 마주하는 문제와 해법들에 대해 다룹니다.  - 미국기업이 안전으로 돈을 버는 법  - 안전매니저가 편해지는 RFP - 요구가 80%를 결정한다  - ‘내가 모르면 안전용병을 잘 쓰면 된다’ – 외주 안전전문가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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