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 산업안전 선진국의 비결…매경·BGI 국제 산업안전 세미나
9월17일 코엑스, 세계적인 안전전문가 총출동...진단과 해법 제시
[인터뷰] 제프 반다 미국 반다 그룹 대표
최근 한국 산업계는 연이은 중대 재해로 인해 근로자, 기업, 정부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규 강화 등 강경한 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실질적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경미디어그룹은 한국 산업계에 중대한 화두로 떠오른 ‘산업 안전’을 주제로 반다 그룹(Banda Group International)과 함께 오는 9월 17일, 미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을 위해 코엑스에서 국제 산업안전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에 앞서, 미국 안전전문가 제프 반다(Zef Banda Jr.) 대표와 한국 산업안전이 마주한 근본적인 문제와 그 해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제프 반다는 미국 인텔(Intel)의 안전 매니저 출신으로 20여 년간 NASA, GE, TSMC, Turner, AstraZeneca 등 글로벌 기업들에게 안전 서비스를 담당하고 ISO 45001 개발에도 참여한 세계적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다. 국내 유수 기업과도 10여 년간 안전 컨설팅을 해왔다.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설계나 양산 준비 단계, 즉 ‘앞단’에서 위험 요소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단에서 처리하지 못한 모든 부담이 ‘뒷단’인 현장으로 넘어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을 계속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선도 기업들은 ‘양산 전에 95%의 위험을 제거한다’는 것을 목표로 안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장에서 관리해야 할 위험이 급격히 줄어들고,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시스템 중심 안전관리의 핵심 매커니즘이다.
덧붙이자면,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OSHA 사고 보고서에 가끔 ‘System Failure(시스템 실패)’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 현장 실수나 문서 미비 수준이 아니다. 해당 기업의 안전관리체계(SMS)가 현장에 없거나, 있어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심각한 경고이다. 한두 항목 손보는 문제가 아니라,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신호로 봐야 하고 그러면 미국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장기적인 기업 운영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한국 기업 현장을 보면, LOTO 프로그램이 미국국가표준협회(ANSI) 기준의 2~5%, OSHA 요구사항의 20~30%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마치 워드나 엑셀 프로그램의 기능을 20~30%만 알고 쓰는 것과 같다. 훈련도 그 수준에서 멈춰 있고, 심지어 안전담당자조차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장비 유지보수 관련 중대재해의 상당수가 이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국도 법령에 ‘정비·보수 시 에너지 차단’ 의무가 있으나, 운영은 지침이나 권고 수준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전사 프로그램으로 정착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들은 모든 사고를 ‘금전적 손실’로 해석하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UL(Underwriters Laboratories; 제품 안전 인증 및 시험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민간 독립 기관), FM Global(산업용 화재보험 전문 보험 기업), NFPA(화재 예방 및 전기 안전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는 비영리 단체) 등 보험사 기반의 민간인증기관과 ASME(기계 공학 분야의 기술 표준을 제정하고 보급하는 전문 학회), ANSI(민간 표준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비영리 기관) 같은 산업계 표준기관들이 함께 성장하며 ‘민간주도 안전생태계’를 구성해 왔다.
이런 압박 속에서 기업들은 프로그램을 정비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며 진화했고, 그 결과 ‘위험을 미리 제거하는 시스템 중심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지난 1990년대 초 이후에는 디지털 환경과 고위험 환경에 맞게 시스템이 재정비되며 안전 프로그램이 더욱 고도화됐다.
반면 한국은 전쟁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정부 주도의 안전관리 체계가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국제 표준이나 선진 프로그램 도입보다는 정부의 규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소극적으로 진화해 오면서 자체적인 안전 시스템 구축을 등한시했다고 판단된다.
산업안전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검증된 국제 표준과 인증은 가져다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을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도록 만드는 ‘실행력’이며, 이것이 바로 기업의 안전관리시스템의 키포인트다. 입국 전 코로나 PCR(유전자 증폭검사) 음성확인서 제출 요구가 장비의 UL/CE 인증 획득과 같고, 입국 후 자가격리 절차가 설비 설치 후 현장 평가(ESO/FEE)와 같은 원리이다. 이를 그대로 산업 안전 현장에 도입하면 안전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엔지니어와 근로자들의 역량은 매우 우수하다. ‘FM(정석)대로 해’라는 말 한마디면, 매뉴얼 없이도 역동적으로 교착된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것이 부족한 시스템을 보완하며 한국 기업을 성장시킨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이 유능한 인력과 인재들을 제대로 된 시스템 위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
BGI에서는 미국 안전 생태계에서 한국 기업에 필요한 전략과 시스템 구축 방안을 제시하고, 전 인텔 지역안전매니저였던 앨런 윌슨(Allen R. Wilson)은 발주사의 관점에서 실제 안전관리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또한, 건설사업관리(CM/PM) 전문 기업인 한미글로벌(Hanmi Global)은 미국 하이테크 프로젝트의 특징과 해법을, 독일의 산업 자동화 기업인 필츠코리아(PILZ Korea)는 장비 인증의 중요성과 간과하기 쉬운 문제들을 다룰 예정이다.
본 세미나는 초청 형식으로 진행되며 사전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사전 신청자에게는 혹시나 참석하지 못하시더라도 세미나 요약본과 향후 안전과 훈련 관련 정보를 제공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바란다.
[매경비즈 양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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