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권 구멍…“2·3대 주주, 이사 ‘최대 3명’ 좌우”
“50대 그룹 오너 우호지분 의결권 38% 상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로 경영권 위협 고조
국민연금 5% 이상 지분 74개사 ‘영향력 확대’

상법 2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영권 침해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통과된 1차 상법 개정에서 ‘합산 3%룰’이 도입된 데다, 이번에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내용까지 포함되면서 경영권 위협 고조로 중·장기적인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이 최소 2인으로 확대된다. 집중투표제가 강제되면 지분율 1~3%의 소수주주 연합도 이사회 진입이 가능해지는 만큼 지배구조 다양성과 경제 기능이 강화된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다만, 이번 2차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권엔 큰 구멍이 뚫린 만큼 재계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솟는 분위기다.
1차 상법 개정 때 강화된 합산 3%룰에 따라 1대 주주는 본인과 친인척 지분을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2대 주주 이하 주주들은 집중투표를 통해 추가 2, 3명의 이사 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다.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는 2차 상법 개정의 영향에 대해 “이사회의 다양성을 높이고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의사결정 지연이나 대주주 지배력 약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동반한다”면서 “투명성 강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하게 하지만, 동시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행동주의 펀드의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들로선 정관 변경, 이사회 운영 시뮬레이션, 우호 지분 관리 등 선제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차 상법 개정안 통과로 50대 그룹 중 총수(오너) 일가가 보유한 우호 지분율 중 약 38%가 감사위원 선출 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자산 상위 50대 오너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 지분이 존재하는 계열사 130곳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5.8명의 오너 일가·1.1개 계열사·0.6개 공익재단이 포함된 이들의 우호 지분율은 40.8%인 것으로 집계됐고, 이중 37.8%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만일 1차에 이어 2차 상법 개정안까지 적용되면 오너 일가가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서 들고 있어도, 대부분이 감사위원 선출에서 표를 쓰지 못하는 등 사실상 우호표가 크게 줄어든다는 게 리더스인덱스의 설명이다.
반대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비(非)우호 지분의 대부분이 국민연금에 속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30개 계열사 중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곳은 74개사(전체의 56.9%)에 달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이미 경영권 방어제도가 없는 우리 상장기업들은 1차 상법 개정안의 3%룰 확대 개정으로 인해 외국 투기 자본들이 들어와 자신들이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하도록 이사회 구성을 바꿀 수 있는 리스크가 확연히 높아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 무역 강화로 전보다 더 빠르게 경영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2차 상법 개정으로 인해 우리나라만 법률 리스크에 따른 기업 경영권 방어에 비용과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경영권 침해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 구조에 미칠 악영향이 더 장기적이고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자산 1~2조원 규모 상장사는 137개인데, 이들 기업이 상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장을 꺼릴 우려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미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 매커니즘이 약화한 상황”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중견기업의 대기업 도약마저 가로막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 노조 쟁의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포함한 ‘노란봉투법’까지 더해지면서 재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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