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규 작가, 중(中) 광동미술관서 ‘외국인 생존 작가’ 첫 전시

송태섭 기자 2025. 8. 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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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5일부터 10월8일까지 개인전 ‘비트의 유령들’ 개최
중국 광동미술관 바이에탄관 2층전관, 대형 회화 20여 점, 미디어 설치 40여 점 등 총 60여 점 전시
올 가을 이집트 피리미드 앞에서 설치 작품 전시 예정
박종규 작가가 대구 비산동 작업실에서 올 가을에 참여하는 이집트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태섭 기자

중국의 '한한령'으로 한국 작가가 중국에서, 그것도 국공립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박종규가 지난 5일부터 중국 광저우 광동미술관에서 개인전 '비트의 유령들'을 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오는 10월8일까지 두 달여 간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생존해 있는 외국인 작가가 광동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최초의 개인전이다. 그래서 한한령 이후 사실상 멈춰 있던 한국 현대 미술 중국 진출의 물꼬를 트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작가는 중국에서 최근 귀국해 올 가을에 참여할 예정인 이집트 전시회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 서구 비산동에 있는 작가의 작업장을 찾아 광동미술관 전시 얘기와 향후 해외 전시 계획 등을 들어봤다.

▲ 광동미술관, 어떤 미술관인지부터 우선 소개해 달라.

-1997년 개관한 미술관으로 중국 광저우를 대표하는 공공 미술관이다. 본관, 바이에탄관, 동산관 등 총 3개의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건축 면적은 약 7만㎡로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2만㎡)의 세 배가 넘는다. 광동미술관은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요한 허브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 중 하나로 실험적이고 개념적인 작업을 폭넓게 포용하는 기관이다. 내 전시가 열린 바이에탄관은 2021년 새롭게 개관한 신관으로,디지털 기반 전시 시스템이 적용됐다.바이에탄관 2층 전관에 300호 크기의 대형 회화 20여 점, 미디어 설치 작품 40여 점 등 총 6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박종규 작가의 개인전 '비트의 유령들'이 열리고 있는 광동미술관 바이에탄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박종규 작가 제공

▲ 외국인 생존 작가로는 첫 전시인데 ,어떤 계기로 광동미술관에서전시회를 열게 됐나?

-내 작업이 '노이즈(소음)'를 중심으로 디지털과 인간, 동양적 사유와 서구적 시스템을 탐구해 온 점이 광동미술관의 큐레이터들과 깊이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 같다. 특히 왕샤오창 광동미술관 관장이 내 작업의 실험성과 동시대성을 높이 평가하며 초청 의사를 보내왔고, 세 번의 심사 끝에 전시가 성사됐다.

▲이른바 중국의 '한한령'이후 중국과 문화 교류가 경색돼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시는 의미가 클 것 같은데

-'한한령' 이후 중국 국가미술관에서 한국 작가가 개인전을 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개인 활동을 넘어, 양국의 문화 교류가 다시 열리는 흐름 속에서 현대미술이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실험정신을 중국 관객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광저우 광동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박종규 작가의 작품. 박종규 작가 제공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개막일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젊은 층, 노년층까지 많은 관객들이 전시장을 찾는 등 반응은 좋은 편이다. 한 젊은 관람객은 "처음엔 시각적 잡음처럼 느껴졌지만, 점차 끊긴 선과 파열된 조각들이 하나의 시간 흐름으로 이어지는 경험이었다"고 했고, 또 다른 관람객은 "한국이라는 문화가 디지털 언어로 번역되며 감각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했다.

올 가을 이집트를 시작으로 중동 국가에서 전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선 올가을에 이집트 카이로의 피라미드 앞에서 열리는 'Forever is Now'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새로운 설치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대 이집트의 상징성과 한국 고대 신화의 서사를 현대적 기하학 구조로 재해석해, 동서양의 신화와 시간성을 하나의 공간에서 연결하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리야드, 카타르 등 중동 주요 도시와 독일 뒤셀도르프로 활동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현재의 도시적 맥락을 제 작업 언어로 풀어내고 싶다.
박종규 작가가 광돔미술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규 작가 제공

해외 전시는 비용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은데, 해외 전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까닭은?

-해외 전시는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 그리고 예술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작업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에게는 도전이자, 동시에 작업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디지털과 인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내 작업의 특성상, 다양한 문화권에서의 대화와 실험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박종규 작가는 계명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했다.회화와 설치, 미디어를 넘나드는 실험적 형식 안에서 디지털 노이즈와 인간 존재의 경계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미술관과 후쿠오카시립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뉴욕 아모리쇼 포커스 섹션에 선정되기도 했다. 2024년 제3회 하인두예술상을 수상했다.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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