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한 병에 12억?… 집값 뺨치는 생수의 세계

박순원 2025. 8. 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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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룸 79’ 현존 최고가 생수
최고가 크리스탈로 물병 제작
필수재의 극단적 명품화 현상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수 아우룸79. [pinterest 제공]


물도 잘못 마시면 체한다. 그런데 듣기만 해도 체할 것 같은, 물을 물로 볼 수 없는, ‘억소리’나는 물이 있다. 생수 한 병에 우리 돈으로 12억원이 넘어가면 어떨까? 어떤 물이길래 어지간한 집 한 채 값이나 하는 걸까?

역대 가장 비싼 물은 ‘아우룸 79 한정판’(Aurum 79 Limited Edition·사진)이다. 500㎖에 90만달러(약 12억5000만원)로,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거래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틀 워터’다.

이 물은 2013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였다. 단 3병만 제작한 이 물은 당시 90만달러에 판매됐다. 3병 모두 한 사람에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확한 구매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우룸 79는 금을 뜻하는 라틴어 ‘아우룸’(aurum)과, 금의 원소번호 79를 합쳐 만들어진 브랜드다.

물병은 세계 최고가의 크리스탈로 제작됐고 순금과 113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됐다. 이쯤되면 물값이라기보다 병값이라고 봐야 되겠다.

독일 세인트 레온하르트 광천수가 담겼고, 24캐럿 식용 금조각이 들어갔다.

다음으로 비싼 생수는 매년 생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청판으로 유통됐던 이탈리아 ‘아쿠아 디 크리스털로 트리뷰토 아 모딜리아니’(Acqua di Cristallo Tributo a Modigliani)다. 한 병(1리터)당 6만달러(약 8300만원)다. 수입 중형차 한 대 값이다.

아쿠아 디 크리스탈로 트리뷰토 아 모딜리아니는 ‘크리스털 워터, 모딜리아니에게 바치는 헌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멕시코 디자이너 페르난도 알타미라노가 제작한 이 병은 24캐럿 순금으로 장식된 예술 작품이다.

이 생수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워터 소믈리에가 프랑스와 남태평양 피지섬의 광천수를 조합해 단 1병만 생산했으며, 물에는 금가루 5mg이 들어가 있다.

2010년 멕시코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6만달러에 팔리면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수’로 등재됐다. 낙찰금액은 모두 지구 온난화 개선 기금에 기부됐다.

이 물은 현재 개인이 직접 주문해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며, 경매나 컬렉터 시장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금 장식이 제외된 보급형 제품도 존재하는데, 보급형이라 해도 한 병에 3600달러(385만원) 수준이다.

실제로 유통·생산이 이뤄진 제품 가운데 리터당 가격 기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수는 일본 고베산 ‘필리코 주얼리 워터’(Fillico Jewelry Water)로, 리터당 약 1390달러(190만원)에 달한다.

이 물은 최고 품질의 천연수로 제조된 제품으로, 일본 고베시 롯코산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누노비키 수원지가 원천이다. 화강암 지층을 거치며 자연 여과된 물로, 산소 함유량이 높고 미네랄 성분도 일반 생수보다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부유층 사이에서는 선물용 고급 생수 중 하나로 유통되고 있으며, 상온에서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독일 생수 네바스도 리터당 1180달러(163만원)에 팔리는 초고가 생수다. 독일 최고의 프리미엄 생수로 꼽히는 네바스는 와인에서 사용되는 블렌딩 기법을 생수에 적용했다. 네바스는 지하수 샘물을 혼합해 ‘생수계의 샴페인’으로 불리며 프리미엄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의 ‘블링 에이치투오’(Bling H2O)는 리터당 219달러(30만원)로, 미국 헐리우드 배우들이 즐겨 들고 다니는 생수로 알려지면서 ‘셀럽 워터’라는 명성을 얻었다.

노르웨이 브랜드 ‘스발바르디도 리터당 185달러(26만원)로 일반인이 범접하기 힘든 고가 생수다. 이 물은 2018년 국내에서 병당 13만원 수준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노르웨이 북쪽 스발바르드 군도의 빙산에서 1년에 두 차례만 채수해 한정판으로 생산된 생수다.

국내 유통을 담당했던 G오션그룹은 당시 이 제품을 “건강과 체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고퀄리티 생수”라며 “수액을 마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브라질 아마존(리터당 110달러) △스코틀랜드 위스크소스(Uisge Source, 리터당 94달러) 7위 슬로베니아 로이(ROI, 리터당 59달러) △독일 미누스181(MINUS181, 리터당 50달러) △캐나다 버그(Berg, 리터당 46달러) △호주 BLVD(리터당 27달러) 등도 내 돈 주고 사서 마시긴 부담이지만, 그나마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생수다.

국내에서 프리미엄 생수로 소비되는 프랑스 에비앙은 리터당 2.2달러(3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가 생수는 물맛 자체보다 희소성과 스토리, 병 디자인에 부여된 가치가 가격을 좌우한다”며 “생존 필수재인 물이 사치품으로 둔갑하는 극단적 명품화 현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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