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모여드는 경성의 밤공원… 안식과 청량이 무르녹아 간다[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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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경성 시민들은 더운 여름밤을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1925년 8월 조선일보에는 '경성 밤 순례기(巡禮記)'라는 제목으로 100년 전 경성의 밤 이야기를 시리즈로 싣고 있다.
그중 1925년 8월 25일 자 신문에 실린 조선인과 일본인의 눈에 띄는 생활 차이가 엿보이는 공원(公園) 이야기를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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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경성 시민들은 더운 여름밤을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1925년 8월 조선일보에는 ‘경성 밤 순례기(巡禮記)’라는 제목으로 100년 전 경성의 밤 이야기를 시리즈로 싣고 있다. 그중 1925년 8월 25일 자 신문에 실린 조선인과 일본인의 눈에 띄는 생활 차이가 엿보이는 공원(公園) 이야기를 찾아가 보자.
“불같은 하루. 날은 지나갔다. 산들산들한 부드러운 바람과 같이 장안의 밤은 온 지도 모르게 오고 말았다. 종일 더위와 싸우던 어른, 아이, 노인, 노파, 부인네 할 것 없이 집을 뛰어나와 야시(夜市·밤에 열리는 시장) 혹은 남산, 장충단, 탑골 제각기 발길 닿는 대로 찾아간다. 소란한 종로를 지나 탑골공원 앞길까지 내려오니 유두분면(油頭粉面·기름 바른 머리와 분 바른 얼굴, 여자가 화장함)의 기생 아씨를 태운 인력거는 공원은 일이 없다는 듯이 그 앞을 지나 희미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풀 죽은 모시 두루마기에 먼지 오른 갓을 쓰고 발에는 고무신을 신은 40세가량 되어 보이는 4∼5명의 노인이 무엇인지 수군수군하면서 공원 속으로 들어간다. 어두침침한 숲 아래 벤치에 한가한 듯이 걸터앉아 부채로 손장단을 치며 유행 찬가(讚歌)를 얕은 목소리로 부르고 있는 학생 비슷한 청년들이 둘씩 셋씩 짝을 지어 구석구석 벤치를 찾아 앉는다.
육모정(여섯 개의 기둥을 세워 지붕 처마가 여섯 모가 되게 지은 정자)에는 빈틈없이 노동자 여러 분이 늦지도 않은 밤에 코를 골고 맨바닥에 누워 있다. 아! 이곳이 공원이냐. 아무리 돌아보아도 공원 같은 기분이 없다. 잠자는 노동자, 옛이야기에 밤을 보내는 참봉 샌님, 일본 속가(俗歌)나 부르는 심술 궂은 서방님네, 천 냥 만 냥에 정신없는 갓쟁이 나리들, 이러한 구질구질한 사람만이 찾아드는 어두컴컴한 이곳이 조선 사람이 사는 시가지 한복판에 있는 공원이다.”
구질구질한 사람만이 찾아드는 어두컴컴한 공원, 이곳은 바로 조선 시대 원각사 터에 세운 최초의 근대식 공원으로 탑동공원, 파고다 공원이라고도 불리는 탑골공원이다. 기사는 계속해서 일본인이 많이 찾는 장충단 공원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음울한 공원을 본 후에 이번에는 다시 일본인이 많이 찾는 장충단 공원을 가보자. 우거진 숲사이로 전등은 비친다. 연못을 둘러싼 버드나무는 지나가는 부드러운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춘다. 연못 건너편 언덕에는 수박등(대쪽이나 나무쪽으로 얽어 수박 모양을 만들고 종이를 발라 속에 초를 켜게 한 등)을 난간에 보기 좋게 달아 놓은 차점(茶店·실내에 좌석을 마련해 두고 차나 음료수를 파는 곳)이 있고 그 안에는 서늘하게도 차린 일본 젊은 남녀들이 웃고 즐긴다. 으슥한 숲 아래에는 사람의 눈을 피하여 달콤한 사랑에 밤이 가는 줄을 모르는 이름 모를 청춘들이 속살거린다. 뿡∼ 하고 자동차가 신정 고개로부터 네거리로 돌아온다. 눈이 부시게 비치는 자동차 앞 불은 점점 가까이 공원 안으로 들어온다. 속에는 남자 두세 명과 분 바른 어여쁜 기생이 소리를 하면서 휘 돌아간다. 어린아이를 가운데 세우고 양편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정다운 젊은 양주(兩主·부부)도 있다. 이리하여 이 공원의 밤은 깊어갈수록 기쁨과 평화, 안식과 청량이 점점 무르녹아 간다. 이곳이 일본 사람이 많이 오는 장충단 공원이다. 장안의 밤을 장식하는 공원도 이리하여 완연히 두 갈래로 갈려 있다.”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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