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 '2인 3각' 절실… 검찰 해체에만 몰두하면 국민만 피해"

이유지 2025. 8. 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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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관건은 설계다]
<4> 핵심은 '권력남용' 방지
인터뷰④ 김종민 MK파트너스 변호사
"尹·韓 같은 최악의 정치검사 막아야"
'정권 인사·수사 통제·책임 부재' 지적
檢 직접수사 떼내 지휘·통제 집중해야
공소청 전환 땐 검찰 공익적 본질 훼손
'판·검·경' 일정 기간 선출직 제한 제안
편집자주
다시 ‘검찰 개혁’의 시간이다. 검찰권 남용을 막아 일그러진 검찰 국가를 바로 세우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범죄 피해자 약자들을 대변해 온 변호사, 일선 형사부 검사, 현장 경찰, 법률 전문가의 진단과 제언을 종합해 성공적인 검찰 개혁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시스템 구축의 방향과 조건을 모색했다.
김종민 변호사가 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MK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윤석열, 한동훈 같은 최악의 정치 검사가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반드시 검찰을 개혁해야 합니다."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에서 작심 발언을 내놓은 김종민 MK파트너스 변호사는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내는 등 20년간 검사로 살았지만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프랑스대사관 법무협력관 파견 시절 현지 형사사법 개혁을 연구한 경험이 있는 그는 저서 '검찰제도론' 등을 통해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검찰 제도를 비교·분석해왔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등 활동을 하며 검찰 제도의 본질과 개혁 방향을 꾸준히 제언하고 있다.

그가 꼽는 진짜 검찰 개혁의 조건은 세 가지다. ①집권 정치권력의 인사권 ②통제받지 않는 수사권력 ③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 부재라는 '3대 근본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어떤 논의도 공허하다는 것이다. "검찰의 독립이 없으면 공정함이 없고, 공정함이 없으면 정의가 없다." 김 변호사는 장 루이 나달 전 프랑스 검찰총장의 말을 인용하며 "피해자를 대리한 경찰의 소추대리인에 불과한 영미법계 검사와 달리, 우리나라 형사사법의 근간인 대륙법계 국가에선 검사는 '사회와 공익의 대표자'"라며 "검찰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정치검찰은 없어지겠지만 곧 정치경찰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찰 인사 체계상 또 다른 형태의 권력 남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여당이 추진하는 개혁법안 중 '국무총리 산하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 신설' 구상을 두고도 "수사의 공정성을 누가 담보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총리 산하 위원회가 모든 수사기관을 지휘·조정하는 구조 자체가 정치 권력의 입김을 배제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에 대표 발의한 법안을 보면, 국수위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수사 관련 조사는 물론, 자료 제출 및 징계 요구까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김 변호사는 "최근 '범죄자 천국, 피해자 지옥'이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올 정도로 수사 적체가 정말 심각하다"며 "검사도, 경찰도 '나 몰라라' 하도록 시스템이 설계돼 사건이 공중에 붕 뜨는 모순이 생겼다"고 짚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수사 현장에선 사건 처리 지연이 만성화되고, 검경 간 책임 떠넘기기로 피해자 보호가 뒷전이란 얘기다. 그는 "대륙법계 국가들은 검사가 사법경찰을 지휘하는데, 마치 운동회 때 한 발씩 묶고 뛰는 '2인3각 경주'와 같다"며 "공조 체제를 구축하면 검경 어느 한 기관도 독주할 수 없고 상호 협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지휘권'과 '직접수사권'을 분리하는 절충안을 검찰 개혁 해법으로 제시한다. 경찰이 전반적인 범죄 수사를 하도록 하고, 검찰 직접수사 인력은 모두 떼어내 중수청 등 부패·금융 범죄를 전담하는 특별수사 기관에 배치하자는 것이다. 대부분 검사들은 수사 지휘·통제에 집중하도록 보완수사 기능만 남겨 둠으로써 검찰을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준사법기관으로 역할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수사 절차를 단순화해 막힌 병목을 뚫어야 하는데, 검찰 해체에만 몰두하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검찰청법 폐지에도 그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검사의 역할은 단순 수사·기소에 그치지 않고, 국가·행정소송 수행은 물론 민법 분야 등에서도 성년·한정후견부터 실종선고·친권상실 청구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왔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공소청'으로 이름만 바꾸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결국 검찰개혁의 목적은 '정권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되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며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 정체성을 회복하고, 판사·검사·경찰은 퇴직 후 일정 기간 선출직 공무원 출마를 제한하는 등 과감한 장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변호사가 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MK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검사 출신임에도 검찰 개혁 필요성을 주창해왔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방금까지 검사였던 사람이 퇴직하자마자 선출직에 나서는 일이 벌어지면, 그가 검사로 일하며 진행했던 수사의 정당성과 중립성을 국민이 의심하게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같은 선례는 반복돼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검찰 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소위 '특수검사'는 검찰 전체에서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의 본연 임무는 사법경찰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검찰은 그동안 특수부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직접수사에 몰두하는 등 사실상 경찰 역할을 떠맡으며 1차 수사기관화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검사는 90% 이상 사건에서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인권 보호 기관으로서 기능을 충실히 해야 하는데, 본분을 소홀히 한 결과가 문재인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나타났다."

-2021년 수사권 조정 후 현장이 혼란한데.

"피해 구제는 신속성이 핵심인데 수사 적체가 심각하고, 해결되지 않는 사건이 수두룩하다. 구조가 복잡해지고, 책임 있는 수사 주체가 없어져버렸다. 전반적으로 검사들이 많이 무력감에 빠져있는데, 옛날엔 '내 사건'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주임검사'로서 지휘하면 경찰에 내려보내도 사건번호가 계속 유지돼 검사 책임하에 진행되는 사건인 게 분명했다. 지금은 보완수사 요구로 사건이 경찰로 넘어가면 사건번호와 수사 주체가 바뀌어 검사는 "경찰 수사 사건 아니냐" 하고, 경찰은 "어차피 검사가 최종 결정하는데 우리가 왜 더 하느냐"고 서로 '나 몰라라'하면서 사건이 공중에 붕 뜨는 문제가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등에 중대 사건이 밀어닥치고 있는데, 효율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갖춰지지 않아 적체가 심각하다. '범죄자 천국, 피해자 지옥' 같은 극단적인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검찰 개혁이든 수사권 조정이든 절차를 단순화하고 막힌 병목을 뚫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 없이 사실상 검찰을 해체하는 게 방향인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재명 정부 검찰 개혁안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기본 전제로 삼고 있는데, 검찰 직접수사 폐해를 막으면서도 수사를 통제할 방법이 있을까.

"수사는 기소의 준비단계다. 수사·기소권의 분리가 아니라 수사지휘권과 직접수사권의 분리여야 한다. 프랑스,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들의 표준적인 제도인데, 우리와는 수사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는 검찰이 직접수사 인력을 보유하며 검사 본인이 수사를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직접수사 인력 없이 검사가 사법경찰을 지휘해 수사한다. 대신 검사와 경찰이 마치 운동회 때 '2인 3각 경주' 하듯이 한 발씩 묶고 함께 뛰는 식이다. 그렇게 하면 검찰이나 경찰 어느 한 기관도 폭주할 수 없고, 수사의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협력할 수밖에 없다. 그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수사권 조정 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수사지휘권이 있어야 하고, 대신 검찰 조직 운영은 바뀌어야 한다. 검찰을 해체하는 게 답이 아니라, 검찰의 직접수사 인력을 보완수사할 수 있는 정도만 남기고 모두 떼어내 이를테면 중수청과 같은 특별수사청에 인력을 재배치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검찰 특수부가 해온 부패·경제 범죄 수사를 독립된 수사청에서 전담하도록 하고, 경찰은 일반적인 수사를 하면서, 검찰은 경찰과 특별수사청을 아우르는 수사지휘와 통제를 하도록 3각 균형 구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프랑스에선 검찰을 '1,000개의 색깔을 가진 한 개의 팔레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수사·기소 외에도 검찰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공익의 대표자로 탄생한 제도다. 경찰의 소추대리인인 영미법계 국가의 검찰과는 다르다. 검찰이 무엇인지 근본부터 따져보고 개혁해야 하는데, 지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그런 것들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검찰제도론' 책에 영미법계와 대륙법계 검찰의 발전상, 현대적 검찰의 역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았다. 자꾸 검찰을 수사기관이라고 하지만, 검찰이 곧 수사기관은 아니다. 수사는 검찰 기능의 일부에 불과하다. 형사소송 외 분야에서도 검사의 일이 많은데 간과되고 있다. 검찰청법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한다는데, 이는 대륙법계 검찰 제도를 기반으로 만든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2000년 유럽평의회가 '형사사법제도에서의 검찰의 역할' 권고로 국제 표준을 정립한 바 있다. 검찰 개혁은 국제 표준에 비춰 볼 때 우리 제도는 어떻게 왜곡돼 있고, 보완돼야 하는지 측면에서 논의돼야 한다."

김종민 변호사가 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MK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며 저서 '검찰제도론'에서 2000년 유럽평의회가 권고한 '형사사법제도에서의 검찰의 역할'을 짚어보이고 있다. 박시몬 기자

-검찰과 관련한 3대 문제 중 첫 번째로 '집권 정치권력의 인사권'을 제시했다.

"검찰의 잘못이 절반이라고 하면, 검찰 인사 제도로 인한 문제 원인이 절반이라고 보면 된다. 예외 없이 역대 모든 정권이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검찰을 권력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 인사제도의 근본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프랑스의 장 루이 나달 전 검찰총장은 '검찰의 독립이 없으면 공정함이 없고, 공정함이 없으면 정의가 없다'고 했다. 결국 중요한 건 검찰의 독립이다. 물론 독립만 강조하면 '검찰 파쇼'가 될 수 있다. 독립이 전제된 아래 책임이 따르는 제도가 바람직하기에, 독립과 책임을 모두 담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검찰을 없애면 정치검찰은 없어지겠지만, 정치경찰이 탄생할 것이다. 경찰 인사 제도 독립도 완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할 수 있는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경찰도 정권 입맛에 맞는 편향된 수사를 할 가능성은 살아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해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헌법상 독립기구로 최고사법평의회를 둬서 판사·검사 인사와 징계를 관할하도록 한다. 최고사법평의회가 인사에 개입하기 때문에 권고 효력밖에 없다고 해도 충분히 견제와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최고사법평의회는 사법관 7명, 비사법관 8명으로 구성되는데 사법관은 검사의 경우 선거로 선출된 고검장, 검사장, 부장검사 및 평검사의 직급별 대표가 1명씩 참여하는 식이다. 아울러 1년간 운영실적을 국회에 보고하고 국민에게 보고서가 투명하게 공개돼 집권 정치권력이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두 번째 문제가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력'인데.

"경찰 수사는 검사가 통제하는데, 검찰 수사는 누가 통제하느냐의 문제다.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한 이 문제는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그래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아니라 '직접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위증 등 관련 인지 사건 정도에서의 수사권은 존치하더라도 특수부 등 인지부서의 직접수사는 더 이상 검찰이 하는 건 적절치 않다. 절충적으로 검찰 내부 통제 시스템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고등검찰청 역할이 형해화돼 있는데, 지방검찰청에서 하는 직접수사를 상급청인 고검이 들여다보고 제어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지휘가 대검과 검찰총장에게 집중돼 권한이 쏠려 있다. 외부 통제 수단으론 일본식 검찰심사회를 거론하기도 하나, 피해 발생에 대한 사후적 통제에는 한계가 있다. 검경을 떠나 중요한 건 수사 과정에서 그때그때 통제할 수 있어야 된다. 압수수색이나 구속 영장 단계에서 위법, 부당한 점이 있으면 고등법원에 즉각 이의를 제기해 판단을 구할 수 있는 영장항고제 도입 등 법원의 사법통제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 부재' 문제다.

"특수부 등 인지부서에서 직접 수사해 기소까지 했는데 무죄 선고가 나왔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과거 대검 중수부도 무죄율이 27%에 달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위법·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수사가 있었다면 해당 검사가 수사를 못 하게 한다든지 응당한 처분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 지금 특별검사팀 수사도 마찬가지고 검사들이 함부로 칼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과엔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가 사실상 수사 책임자였는데 누가 책임졌느냐. 검찰로서는 가장 뼈아픈 부분이고, 과거 검찰 특별수사가 국민에게 박수 받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벌여놓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불신이 커진 것이다. 수사 검사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과 관련해 검사의 책임 희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여당 안대로 가면 검찰은 극단적으로 경유 기관 정도밖에 역할을 못 하게 된다. 옛날 수사지휘권이 있을 때는 검찰에서 '지게 검사가 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했다. 경찰 수사를 제대로 검토도 안 하고 그대로 지게에 진 것처럼 법원에 퍼나르기만 하는 무능한 검사를 의미하는 모욕적인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검찰이 정말 그렇게 돼버리는 것이다.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 말지 논의 중이라고 하지만, 그런 기능마저 없어지면 앞으로 많은 사건에서 무죄가 날 것이고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될 것이다. 반대로 죄가 있는데도 경찰의 부실하거나 편향된 수사로 법의 심판을 피해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경찰의 수사·소추 전담으로 문제점이 부각되자 영국도 1986년 공소국을 도입했는데, 수사지휘권이 없고 대륙법계 소추 제도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탓에 '가장 최신의, 그러나 가장 무력하고 비판을 많이 받는 검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것이 여당의 검찰 개혁 모델이다. 검사로 일하면서 경찰이 송치한 사건 기록을 보다 보면, 기소를 하자니 부족하고 안 하자니 혐의가 명백해 보이는 사건들이 많았다. 형사사법의 첫 번째 목적은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어하는 것이다. 수사 시스템 미비 때문에 죄 지은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사회 정의에 부합하나. 보완수사권이 있어야 그런 억울한 일이 줄어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한을 확대하는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데.

"공수처는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취지가 홍콩 염정공서, 싱가포르 탐오수사국 등 반부패기구를 모델로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부패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자는 거였는데, 입법 과정에서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등 죄목이 들어가면서 정치적 수사기구로 변질됐다. 공수처 수사 대부분이 직권남용에 집중돼 있고 본래 목적인 판·검사 비리나 권력형 부패 수사는 거의 없다. 검찰 출신을 철저히 배제하고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로 인적 구성을 채우다 보니 수사의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그러니 매년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개점휴업 상태로 지낸다.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물어야 한다. 그나마 검찰이 있을 때는 공수처의 존재 이유가 있었지만, 검찰이 완전히 해체되면 중수청과 역할이 겹치지 않겠나. 국가적 차원에서 공수처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행정안전부 산하에 국가수사본부가 있는데, 중수청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수청을 만든다면 권력의 분산과 균형 차원에서라도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게 맞다. 미국만 봐도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이 전부 연방 법무부 소속이다. 영국도 중대비리수사청(SFO)은 법무부 산하다. 행안부 산하에 국수본과 중수청이 같이 있는 경우는 외국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행안부 권력의 비대화도 문제다. 중수청장 추천위원회도 경찰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승만 정부 때 역사적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 검사의 사법통제를 받지 않는 경찰의 영장청구권이 인정되던 시절, 3·15 부정선거 후 4·19혁명이 일어났고 결국 1962년 헌법 개정으로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 개혁안은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 직접수사가 폐지되면 검찰 수사관들이 대거 남게 되는데, 이들을 중수청으로 보내 전문성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국무총리 산하 국가수사위원회 관련 정치권력 개입 우려를 표명했는데.

"총리 산하 국가수사위원회 안은 굉장히 문제가 많다. 총리는 집권 정치권력의 일부인데, 거기서 모든 국가 수사기관을 통제한다면 그 자체로 수사의 공정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왜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와 예산 권한을 주고, 검찰총장에겐 주지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수사권이 주어져 있는 총장의 권한이 비대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장이 인사, 예산 권한을 다 갖고 있는데 그런 경찰을 국수위를 통해 총리가 지휘하는 형태가 되면 그건 바로 정치권력이 모든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돼 굉장히 위험하다. 국수위 법안을 보면 위원회가 수사와 관련해 언제든 개입해 살필 수 있고, 자료 제출 요구와 현장 방문 조사도 가능한 데다, 수사기관이 지시에 불응하면 과태료까지 부과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나. 아울러 수천, 수만 쪽의 방대한 이의신청 사건 기록을 민간위원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검사를 대체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

-진정한 검찰 개혁의 방향을 한마디로 제언한다면.

"정권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되돌려주는 것이 검찰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 경찰의 수사를 지휘·통제하고, 오로지 법과 증거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이런 정체성을 망각하고 경찰 못지않게 직접 수사에 뛰어들면서, 인사권을 쥔 정권과 손발을 맞추는 정치검사들이 설치고, 수사가 정치화되는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을 본래 자리로 돌려놓고, 권한 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특단의 방안으로 판사·검사·경찰은 퇴직 후 5년~10년 선출직 공무원으로 출마하지 못하도록 피선거권을 제한해야 한다. 극단적일 수 있지만 지금 한국사회엔 정치판사, 정치검사, 정치경찰이 정권 부침에 따라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일반화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그 정도의 과감한 장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뒷전으로 밀린 현장 대란
    1. • 검경 '사건 핑퐁'에 수사 하세월… 6개월 걸리던 사건 2,3년씩 떠돌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2380003217)
    2. • "현재 검찰 개혁안, 범죄자만 살판나는 세상 될 우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5050000097)
  2. ② 보완수사 막으면, 진실은
    1. • 성폭행, 뇌물, 무고… 경찰 수사종결 억울해도 구제할 길 막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13430003540)
    2. • "수사 지연 심각... 검찰 개혁하려면 제대로 된 현장 조사부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0510002047)
  3. ③ 역할 커진 경찰도 비상
    1. • 수사관은 안 늘었는데… 쏟아지는 사건에 경찰 베테랑도 떠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1110003606)
    2. • "국가수사본부가 중요 수사 전담해야… 중수청 신설보다 효율적"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201380005295)
  4. ④ 핵심은 권력남용 방지
    1. • 경찰·중수청·공수처 통제 방안 미흡... 검찰 개혁 성패, 설계에 달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1913330005588)
    2. • "검경 수사 '2인 3각' 절실… 검찰 해체에만 몰두하면 국민만 피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322590005123)
  5. ⑤ 국민 피해 없는 개혁안은
    1. • 검찰 개혁 찬성론자들도 우려 "10대 쟁점 고민 없이 밀어붙여선 안 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509270002994)
    2. • "검찰 개혁 논의 지나치게 진영화... 조사, 검증, 평가 없어 답답"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3390004960)
  6. ⑥ 피해자가 남긴 당부
    1. • '8번 검경 조사' 끝에 밝혀진 집단 성학대… 현실판 '더 글로리' 피해자의 울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608580004214)
  7. ⑦ 합리적 토론의 쟁점들
    1. • '행안부냐 법무부냐'... 대통령까지 중재 나선 중수청 논란 대체 뭐길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09150004758)
    2. • '검찰총장' '검사' 법률로 폐지? 대통령실 "네이밍보다 대안" 언급 이유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12350002935)
  8. ⑧ 쏟아진 전문가 우려
    1. • "괴물 만들기" "손목 아픈데 어깨 잘라" 검찰 개혁안 성토 쏟아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507300002765)
  9. ⑨ 검찰청 폐지, 직면 난제는
    1. • 신설 '중수청'… 누가 이끄나? 인력 확보는? 산적한 과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6580002098)
    2. • 검찰청 폐지 예정에 "사명감으로 버틴 형사부 검사가 무슨 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5230002566)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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