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줄긴 줄었는데…갈 길 먼 온실가스 감축

박상욱 기자 2025. 8. 25.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02)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잠정 총배출량이 6억 9,158만 일산화탄소 상당량 톤으로 집계됐습니다. 그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산정 기준이 됐던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1996년 지침이 아닌, 새로운 2006년 지침에 따르면, 우린 이제야 연간 배출량 7억톤 선을 깬 셈입니다.

과거에 비해 줄인 것은 맞지만, 우리가 수립해 둔 목표를 달성했느냐를 놓고 따져보면, 그러지 못했습니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우리나라의 2030년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그에 따른 해마다의 경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은 총배출량 6억 6,740만톤, 흡수원을 포함한 순배출량으론 6억 3,390만톤을 뿜어냈어야 했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각 부문별 2024년 배출량과 목표치를 비교해봤습니다. 전환(발전)과 건물, 폐기물, 탈루, 흡수원 총 5개 부문은 개별 부문별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전환부문 배출은 2억 1,830만톤으로 목표(2억 1,840만톤)를 턱걸이로 달성했고, 건물부문은 목표(4,700만톤) 대비 340만톤 가량 적은 4,360톤을 배출했습니다. 폐기물부문도 지난해 1,750만톤을 뿜어 목표(2,240만톤)를 초과 달성했죠. 탈루 등 기타 배출의 경우, 당초 계획에선 탈루만으로 500만톤, 그리고 수소 생산 등으로 410만톤이 배출될 거로 계획했던 것과 달리, 실제 탈루로 인한 배출은 320만톤으로 줄었고, 수소경제의 진척 속도가 계획보다 크게 느려지면서 수소 생산으로 통계상 유의미한 배출량이 기록되진 않았습니다. 흡수원의 경우, 우리나라의 산림과 습지 등 자연환경이 당초 목표(3,130만톤 흡수)보다 더 많은 양(4,020만톤)을 흡수해준 것으로 나타났고요. 지난 2024년, 대형산불 발생 면적이 이례적으로 적었던 덕분이었습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센터장 최민지)는 전환부문의 감축 배경으로 발전믹스의 개선을 꼽았습니다. 지난해 총 595.6TWh의 발전량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6TWh의 전력을 생산했음에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49.4TWh에서 53.7TWh로 10.9% 늘고, 원자력 발전량 또한 180.5TWh에서 188.8TWh로 5.7% 증가한 겁니다. 반면, 석탄화력발전량은 2023년 184.9TWh에서 2024년 167.2TWh로 9.6%나 줄었습니다. 전체 발전량만 놓고보면, 2022년(연간 594.4TWh)과 거의 비슷한 양을 발전했음에도 배출량은 2년 전보다 2,430만톤이나 줄일 수 있었던 겁니다.

산업부문은 전년 대비 130만톤 가량 배출이 늘었습니다. 철강과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 등 주요 다배출 업종 가운데 철강 배출량은 2023년의 1억 10만톤에서 지난해 1억톤으로 소폭 줄었으나 석유화학 배출량은 2023년 5,140만톤에서 2024년 5,360만톤으로 120만톤 늘었죠. 정유산업의 배출도 같은 기간 1,960만톤에서 2,080만톤으로 120만톤 증가했습니다. 시멘트의 경우, 건설경기 침체로 생산이 줄면서 배출 또한 4,320만톤에서 3,930만톤으로 390만톤 줄었습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문의 배출은 전년 대비 약 90만톤 감소한 270만톤을 기록했고요.

수송부문 또한 지난해 9,750만톤의 배출량을 기록하며 당초 목표(8,870만톤)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경유차 감소로 경유 소비량이 2,022.5만kl에서1,958.6만kl로줄어들었지만, 휘발유를 이용하는 차량이 늘어나면서 그 소비량 또한 1,414.3만kl에서 1,488만kl로 늘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산업과 수송부문의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실제 배출량과 목표의 간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대기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최소화하는 데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만 하더라도, 한 번 뿜어내면 2백년 가까이 대기중에 머무는 만큼, 이는 마치 매일매일 주어지는 숙제와도 같습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만, 그 약속이 실제 지구의 기온상승을 막기 위해선 2030년까지 매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것이죠.

당장 2023년과 2024년만 살펴보더라도, 총 배출량에 있어 우리는 7,360만톤의 숙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전환부문의 누적 미달량은 760만톤으로, 올해 처음 목표를 달성한 것에 만족하지 말고, 밀린 숙제까지 해내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산업부문의 경우, 2개년도 누적 미달량은 무려 5,800만톤에 달합니다. 사실상, 국가 차원의 '밀린 숙제' 대부분이 산업부문의 몫인 겁니다. 그런데 산업부문은 '줄이긴 줄였는데, 목표엔 부족했던 감축'이 아니라 '목표와 전혀 상관없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해마다 수송부문이 뿜어내는 온실가스의 양은 앞선 전환부문이나 산업부문에 비하면 30~40% 수준에 불과하지만, 2개년도 누적 미달량은 1,290만톤에 이릅니다. 올해나 다가올 2026년의 '당해년도 목표'의 달성과 미뤄둔 숙제와 같은 이 감축 미달량을 해결하기 위해선 그저 전기차 보조금만 퍼부을 것이 아니라 '20○○년부터 내연기관 판매 금지'와 같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국가 전체 배출에 있어 41.3%, 흡수까지 포함한 순배출량 기준으론 43.9%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문제는 무엇일까. 산업부문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과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그리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종의 최근 3년간 배출량과 생산현황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먼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경우, 2022년 7백만톤에 달했던 배출량이 2023년 360만톤, 2024년 270만톤으로 꾸준히 줄었습니다. 생산량이 무조건 줄어든 탓도 아니었습니다. 2020년에 비해 액정제조 생산지수는 28.8% 감소했으나 반도체 생산지수는 지난해 기준 59.9% 상승했죠. 각각의 생산지수에 가중치를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략적인 원단위 배출을 추정했을 때, 이 또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공정에서 사용되는 불화가스감축시설 운영 확대 등으로 배출량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철강산업의 배출량은 2022년 9,800만톤에서 2023년 1억 10만톤으로 늘었다가 올해 소폭 감소해 1억톤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조강 생산량(전로강+전기로강)은 2022년 약 6,580만톤에서 2023년 6,670만톤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6,350만톤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생산 감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가까운 것이죠. 심지어 생산량 대비 배출량은 해마다 계속 늘고 있습니다. 조강 생산량 1톤당 2022년 약 1,488.32kg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었는데, 2023년엔 1,501.13kg, 지난해엔 1,574.48kg을 뿜어낸 겁니다.

석유화학산업의 배출량은 2022년 5,510만톤에서 2023년 5,140만톤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5,360만톤으로 반등했는데, 기초유분 6종의 생산량 또한 2022년 3,285.4만톤에서 2023년 3,115.8만톤으로 줄어든 후, 지난해 3,312.5만톤으로 늘어났습니다. 생산량 증감에 따라 마찬가지로 배출량이 달라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철강산업과 유사하지만, 단위 생산량당 배출량 관점에선 철강산업보다 상황이 낫습니다. 제품 1톤을 생산할 때, 2022년엔 평균 1,677.12kg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냈었는데, 2023년엔 1,649.66kg, 2024년 1,618.11kg으로 점차 원단위 배출량이 줄어든 겁니다. 이런 석화산업과 달리, 정유산업은 해마다 전체 배출량도 늘고, 원단위 배출도 늘었습니다.

시멘트산업의 경우, 클링커 생산량이 해마다 2022년 4,301.1만톤, 2023년 4,210.3만톤, 2024년 3,817.2만톤으로 줄어들었음에도 원단위 배출량은 2022년 톤당 990.44kg에서 2023년 1,026.06kg, 2024년엔 1,029.56kg으로 되려 증가했습니다. 시멘트 업계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관련 정책들의 공청회 현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이해관계자입니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 만큼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그간의 연도별 목표와 실제의 차이를 만회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앞으로의 연도별 경로를 잘 따라가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죠. 정부가 제시한 경로에 따르면, 올해 국가 총배출량은 6억 4,550만톤이어야 합니다. 지난해보다 4,610만톤을 더 줄여야만 하죠. 전환부문이야 지난해 배출량 대비 1~2%만 더 줄이면 달성할 수 있지만, 산업과 수송부문은 1년새 각각 11%(3,110만톤), 14%(1,340만톤)를 줄여야 합니다. 이들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은 적지만 농축수산부문도 2024년 2,560만톤에서 올해 1,410만톤으로 무려 45%(1,150만톤)를 감축해야 합니다.

지난 연말, 268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갈 길 먼 건물부문의 에너지전환〉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건물부문도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건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4,359만톤으로 다행히 전년 대비 2.8%(120만톤) 줄었고, 도리어 2030년까지의 경로보다 더 낮은 배출량을 현실에서 기록하고 있지만, 우리의 노력에 의한 감축보단 외부환경의 영향에 의한 감축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평균기온의 상승에 따른 난방도일의 감소로 도시가스 소비가 2023년 때보다 2.5%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건물에서 사용하는 열이나 전기 등 온갖 종류의 에너지의 총합은 도리어 2023년 3,588.8만TOE에서 2024년 3,727.5만TOE로 늘었습니다. 단위면적당 에너지총사용량 또한, 같은 기간 117kWh/㎡에서 119kWh/㎡로 늘어났고요. 건물의 효율 개선으로 열 수요를 최소화하고, 건물에서의 자체적인 전력생산을 통해 전기화로 인한 전력수요 상승 압박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우리의 현실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기울여져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더불어 앞으론 '총배출'뿐 아니라 '순배출'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국내 산림을 통한 탄소흡수 외에도 국외감축 등 '기술적인 감축'이 포함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로상 2029년까진 국내 자연환경만을 통한 탄소흡수만 반영되어있으나 2026년부터는 CCUS(Carbon Capture, Usage and Storage, 탄소포집흡수저장)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어 있고, 2030년엔 국외에서 한국의 자본과 기술로 감축한 성과의 일부를 우리나라의 감축 실적으로 갖고 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2030년 기준, 국외감축분이 3,750만톤에 달하는 만큼, 최소한 그 2배인 7,500만톤을 해외에서 줄여내야 그 절반을 우리 몫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내년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R&D에 배정된 몫은 2.6조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밖에도 정부는 민간투자 신규사업에 19조 7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8월 7일 열린 첫 간담회에선 환경과 산림 분야에서의 신사업을, 지난 22일 2차 간담회에선 에너지 분야에서의 신사업을 살펴봤습니다. 분명 반가운 소식임에도 선뜻 기대만을 품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나랏돈'이 화석연료에 발목 잡힌 상태이기 때문이죠.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다음 주 연재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