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폭등이 불러온 ‘검은 金 광풍’… 지구촌 집어삼킨 범죄 경제

백윤미 기자 2025. 8.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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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밀림·내전지대까지 금 채굴 확산
범죄조직·무장세력 얽힌 불법 채굴 전쟁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문제도 심각

세계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향해 치솟으면서 세계 곳곳에서 불법 금 채굴 광풍이 불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폐광, 브라질 아마존, 내전 중인 수단까지 범죄조직과 무장세력, 빈곤한 광부들이 몰려들었다. 이로 인해 폭력과 환경 파괴, 자금 세탁이 얽힌 거대한 범죄 경제가 만들어졌다.

인도 델리 구시가지의 보석점에서 한 여성이 금 귀걸이를 고르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직접적 관련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총·사제폭발물 난무하는 광산... 金, 내전 자금줄 되기도

21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한때 번영했던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틸폰테인 금광은 이제 ‘자마자마’라 불리는 불법 광부들과 무장 갱단의 격전지가 됐다. 현지 주민들은 총으로 무장한 이주민들이 몰려와 며칠씩 머물다 사라진다고 증언했다. 광산 보안 전문가 루이스 넬은 “지하에서는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총격뿐 아니라 사제폭발물까지 동원된다”고 말했다.

브라질 아마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소규모 불법 채굴인 ‘가림포’가 퍼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마약 카르텔이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밀림 깊숙한 비밀 활주로를 통해 마약과 금이 동시에 오가고, AK-47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조직원들이 채굴장을 지킨다. 원주민 마을에는 말라리아와 알코올, 마약이 번지고, 수은으로 오염된 강과 숲은 파괴되고 있다.

수단에서는 불법 금 채굴이 내전의 생명줄이 됐다. 유엔은 군과 준군사조직 ‘급속지원군(RSF)’이 금을 약탈해 무기와 작전에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금 수익이 전쟁 자금으로 흘러들면서 최소 1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추산도 나온다. “금이 새로운 석유가 됐다”는 말도 과장이 아니다.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들은 불법 금 거래 규모가 연간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경고한다. 국제 NGO 스위스에이드는 2022년 아프리카에서만 435톤(t), 약 310억 달러 규모의 금이 밀수됐다고 추산했다. 페루에서는 전체 금 수출의 40% 이상이 불법으로 추정됐다. “범죄조직이 마약보다 금에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전문가의 말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금의 가치는 지난 10년 동안 세 배로 뛰었고, 올해 들어서만 25% 이상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긴장, 무역 전쟁 속에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금을 쓸어 담으면서 범죄 세력에게는 ‘황금의 시대’가 열렸다.

◇두바이·뭄바이서 세탁돼 유럽 수출... 환경 파괴도

채굴된 불법 금은 아프리카와 남미의 밀림을 벗어나 두바이, 뭄바이, 홍콩 같은 국제 허브로 빠르게 흘러들어간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는 규제가 느슨하고 현금 거래가 활발해 ‘금 세탁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외부에서 들어온 금을 정제해 ‘에미리트산’으로 둔갑시키고, 이후 스위스·영국 등 정제·거래 허브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정제된 금괴는 화학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원산지를 구분할 방법이 거의 없다.

아프리카 가나 타르크와의 금광산 일부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UAE 정부는 최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두바이 금시장의 보석상들은 “우리가 판매하는 금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고 털어놓는다.

더욱이 이는 단순한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사회와 환경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수은 오염으로 물고기와 강이 죽어가고, 원주민들은 생계와 전통적 생활 방식을 잃고 있다. 브라질 문두루쿠족 활동가 알레산드라 코랍은 “가림포는 숲을 파괴하고 강을 더럽히며 조직범죄를 키운다”고 호소했다.

남아공의 ‘자마자마’ 광부들은 굶주림을 피해 몰려든 이주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빈손으로 갱도 속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금을 캐지만, 이익의 대부분은 범죄 조직이 챙긴다. 페루에서는 광산을 둘러싼 갱단 충돌로 지난 3년간 39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멈추지 않는 불법 채굴... “전 세계의 숙제”

국제 사회는 불법 금 거래와 세탁을 차단하기 위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원주민 영토 내 불법 채굴장을 폐쇄하고 장비를 파괴하는 작전을 벌였으며, 지난해 금 수출량을 전년 대비 40% 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마존의 광활한 규모와 부패한 지방 행정, 그리고 범죄조직의 자금력 앞에서 단속은 여전히 역부족이다.

세계금협회는 불법 금 유출과 자금 세탁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사회가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불법 금 산업은 마약 카르텔보다 더 거대한 범죄 제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국제 NGO 관계자는 “이제 금은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전쟁과 범죄, 그리고 불평등을 먹여 살리는 연료가 되고 있다”면서 “금값 폭등이 불러온 이 거대한 암시장은 결국 전 세계가 함께 감당해야 할 숙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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