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산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행복을 배운다 | 전원생활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8월호 기사입니다.

하루 온종일 자연 속에서 다양한 야외 활동으로 부모와 함께 노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이곳은 유튜브나 틱톡 영상처럼 빠르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강주학교캠프는 영유아부터 시작해 초등학생까지 아이를 키우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된 손님이다. 평균적으로 주말 하루 150~160명의 손님이 방문하는데, 작년 한 해에만 1만5000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아이들의 밝은 에너지가 삶의 원동력이라는 아내 박민지 씨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이 떠나버린 폐교가 다시 아이들 웃음소리로 들썩이니 동네 마을 어르신들은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다고 좋아하세요. 저희는 캠핑장에 온 아이들에게 매번 이 공간이 원래 학교였다는 걸 꼭 설명해줘요. 아이들이 어디에 있든 고향과 유년 시절의 추억을 소중히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죠.”
보물찾기, 페이스페인팅을 비롯해 줄넘기, 2인 3각 달리기 등이 펼쳐지는 가족 운동회까지, 이곳에서 하루 내내 진행하는 6~7개 프로그램은 부부가 수년간 손님들의 반응을 관찰하며 최적화한 것이다. 텐트와 캠핑 의자 등 기본 캠핑 장비들이 세팅돼 있어 손님들은 번거로움이나 불편 없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캠핑의 즐거움도 온전히 즐긴다.

“저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함께 캠핑장을 다니면서 영유아들이 캠핑장에서 놀 게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나이대 아이들에겐 자연이 낯설고 무섭게 다가오기도 하고, 텐트를 치고 음식 준비를 하느라 지쳐 아이와 놀아주지 못했던 경우도 많았고요. 강주학교캠프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했어요. 부모와 아이가 같이 놀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경상남도 정중앙에 자리해 교통도 편리하고, 부부가 관리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규모라 캠핑장을 조성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폐교 임차료만큼만 벌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정씨는 1년 뒤 직장을 그만두고 캠핑장 운영에 전념했다.
“폐교를 사업 공간으로 꾸리는 분들이 많지만 대개 3년을 못 버텨요. 오랫동안 방치됐던 공간을 넘겨받는 탓에 이를 보수하고 유지·관리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외진 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려면 홍보도 잘해야 하고요. 제가 캠핑장 설계부터 공사까지 직접 했는데,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는지 1년 사이 10㎏이나 빠졌어요. 주변에 반대와 불신의 시선도 많았지만, ‘누구도 나의 일을 대신 해주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버텼죠.”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이들의 유년기를 온전히 보내고 싶어 결정한 함안으로의 귀촌이었지만, 부부의 바람과는 달리 처음엔 새로운 환경에 아이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첫째 희성 군(7)은 숙소 문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둘째 이든 군(5)은 하루 종일 엄마에게만 붙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란 말처럼,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매주 캠핑장을 찾은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며, 청개구리도 잡고, 메뚜기도 쫓으며 사회성이 새싹처럼 자라났다.
“다른 아이들에게만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처음엔 속상했어요.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달라지더라고요. 예전엔 동네 친구 집에서 밥도 먹고 했잖아요. 그것처럼 이젠 캠핑장에서 공동으로 아이를 키우는 기분도 들어요. 훗날 초등학교 때 폐교에서 살았다는 기억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될지 떠올리면 잘 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어요.”
부부의 변화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강주학교캠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기록돼 홍보 효과를 톡톡히 낸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의 마음에도 부부의 바람이 닿은 듯, 방문객들의 재방문율도 높은 편이다. 매달 이곳을 찾는 방문객도 있고, 미국에 살던 젊은 부부가 강주학교캠프의 SNS 계정을 보고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결국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귀촌해 행복해하는 게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테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서울로, 혹은 도시로 돌아가서도 이곳에서의 즐거웠던 추억으로 힘을 내고, 용기를 얻고 살아갈 거라 믿어요.”
부부의 다음 꿈은 자신들과 같은 청년 부모들에게 향해 있다. 아직 비어 있는 폐교 본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그곳에 귀촌을 꿈꾸는 30~40대 청년 부모들이 머물며 귀촌 생활을 배우는 새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공간을 서울시교육청 주도로 2021년 시작된 ‘농촌 유학 프로그램’ 등에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농촌 유학 프로그램은 도시 학생들이 농촌에서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부모와 함께 체류하는 것이다. 부부는 사업 계획이 구체화되면 지역 청년들을 고용해 팀을 꾸리는 것도 구상 중이다.
“청년들이 시골에 와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곤 해요. 이런 청년들과 서로의 버팀목이 될 수 있으면 해요.”
글 이수정 기자 | 사진 전승 기자, 정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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