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학당, 정규직 장애인 100명 돌파 '공존의 꿈' 꽃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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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매장에) 먼저 들어온 제품이 먼저 팔리게 정렬하는 일을 해요. 지금은 3개월 치 소비기한을 입력하고 있죠."
학교법인 이화학당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이수매니지먼트' 소속 발달장애 직원 100명이 상점과 카페, 매점 등에서 일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장애인) 사원을 뽑을 때 '물품에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소근육이 발달됐는지' '소비기한을 보고 물품 분류가 가능한지' 등 살펴봐야 할 직무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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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총 100명 고용... 부담금 '제로' 임박
"교직원·학생이 장애 근로자와 어우러져 큰 가치"

"전 (매장에) 먼저 들어온 제품이 먼저 팔리게 정렬하는 일을 해요. 지금은 3개월 치 소비기한을 입력하고 있죠."
1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매점. 발달장애인 정직원 손예진(25)씨가 비품실에서 발판과 카트를 끌고 나와 음료 냉장고 앞에 섰다. 발판을 밟고 맨 위에 진열된 캔음료를 꺼내 소비기한을 확인했다. 지난해 이곳에서 일자리를 잡은 손씨는 초반엔 실수라도 할까 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빈틈없는 숙련자가 됐다.
이화여대와 이대 부속병원에선 손씨 같은 발달장애 노동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이수매니지먼트' 소속 발달장애 직원 100명이 상점과 카페, 매점 등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하루 4시간 일하고 최저시급을 받는다. 업무 전후로는 도예와 체육 등 사업장에서 지원하는 동아리 활동도 즐긴다. 박애영 이수매니지먼트 대표는 장애인 채용을 두고 "함께 일해 보니 '누구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제도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억 부담금 대신...자회사형 표준사업장으로 '상생'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 제도는 사업주가 자회사를 설립해 장애인을 고용하면 모회사의 고용률(민간기업 기준 3.1%)에 산입해주는 제도다.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 기업(월 상시 근로자 100명 이상)은 미달 인원에 비례해 부담금을 내야 한다.
현실에선 장애인 채용보다는 부담금을 내는 기업이 많고, 대학법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6월 발표한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 사업체 현황'을 보면, 불이행 기업은 328개다. 이 중 대학법인도 17곳 포함됐다.
이화학당도 2019년 이대서울병원 개원 뒤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떨어져 20억 원의 부담금을 냈다. 내부에선 '차라리 이 돈으로 장애인 고용을 제대로 해보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2022년 발달장애인 고용을 위한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설립했다. 2023년 18명이던 장애 직원은 현재 100명이다. 2년 6개월 만에 5.5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000만 원까지 줄어든 부담금을 올해는 아예 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사업장에선 장애인에 맞춘 채용과 교육, 직무 등을 설계하기 어렵지만,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선 가능하다. 박 대표는 "(장애인) 사원을 뽑을 때 '물품에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소근육이 발달됐는지' '소비기한을 보고 물품 분류가 가능한지' 등 살펴봐야 할 직무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직무 훈련도 마찬가지다. 직원들 교육을 맡는 황영우 팀장은 "(장애인) 사원들은 눈대중 추론이 어려울 수 있어 모든 과정을 정례화해 교육한다"고 했다. 채용과 교육 등에 절차와 기준이 정해져 있으니 장애인 고용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손해볼 거라는 막연한 걱정만 극복하면 득될 것도 많다. 박 대표는 "비용 중 상당 부분이 국비 지원이 된다"고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표준사업장에 인건비와 설비 보조금, 세액 공제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근무 환경 조성으로 공존의 문화가 움트고 있어 경제적 효과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박 대표는 "발달장애 사원과 일하는 걸 꺼리던 교직원들이 이젠 동료로 여기고, 발달장애 사원이 만든 커피를 학생들이 받아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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