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갯벌 위에 남긴 늦여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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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 꺾인 줄 알았던 무더위가 다시 고개를 들자, 여름 바다는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바다의 리듬을 알지 못한 채 무모하게 즐긴다면, 추억의 무대는 곧 위험의 현장이 될 수 있다.
바다는 언제나 즐거움을 주지만, 그 즐거움은 안전 위에서 비로소 빛난다.
늦더위를 피해 바다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살피는 마음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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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 꺾인 줄 알았던 무더위가 다시 고개를 들자, 여름 바다는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 무의도의 하나개해수욕장 역시 추억을 쌓으려는 이들로 활기를 띤다. 썰물 때면 바닷물이 멀리 물러가 바다에 닿으려면 한참 갯벌을 걸어야 하지만, 뜨거운 모래를 맨발로 밟는 감촉이 오히려 즐겁다. 가끔 나타나는 웅덩이에 발을 담그면 따뜻하게 데워진 물이 뜻밖의 족욕처럼 다가와 미소를 짓게 한다. 한낮의 강렬한 햇살 아래 끝없이 펼쳐진 갯벌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는 신기루처럼 사람들을 사막을 건너는 카라반 행렬로 바꾸어 놓는다. 그 풍경은 인간의 연약함과 자연의 압도적인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동해의 해수욕장들이 차례로 폐장을 앞두고 있지만, 무의도의 하나개 해수욕장은 다음 달 7일까지 운영된다. 늦여름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즐거움은 언제나 안전이 전제될 때 완성된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밀물의 속도를 예측하지 못해 갯벌에 고립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구조를 기다리다 인명 피해로 이어진 사례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바다의 리듬을 알지 못한 채 무모하게 즐긴다면, 추억의 무대는 곧 위험의 현장이 될 수 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바닷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바다는 언제나 즐거움을 주지만, 그 즐거움은 안전 위에서 비로소 빛난다. 파도 소리와 함께 쌓인 추억은 누구에게나 소중하지만, 그 기억이 슬픔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늦더위를 피해 바다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살피는 마음을 배운다. 그렇게 지켜낸 순간들이 모여, 이번 여름 또한 오래도록 따뜻한 계절의 기억으로 남아 우리 삶을 은은히 밝혀줄 것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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