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반등시킨 노동개혁·구조조정 日·프랑스와 달리 李정부에는 없어
이재명 정부는 지난 22일 첫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잠재 성장률(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현재 1.9%에서 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100조원의 민관 합동 펀드를 조성해 AI(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새해 예산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과거 잠재 성장률 반등에 성공한 국가들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산업 구조 조정 등 뼈를 깎는 구조 개혁을 거쳐 경제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미래 산업 투자를 통한 성장률 반등도 좀비 기업 구조 조정을 통해 신산업 투자 여력을 마련하고 해고 기준 완화로 기업들이 새로 고용할 여지를 열어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성장 전략엔 이런 내용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잠재 성장률 반등에 성공한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규제를 풀고, 인력 투입과 기업 투자를 활성화한 영향이 컸다”며 “노란봉투법과 주 4.5일제를 얘기하면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 개혁한 佛, 잠재 성장률 두 배로
2015년 0.71%였던 잠재 성장률을 2023년 두 배인 1.41%로 끌어올린 프랑스의 과거 사례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시장 개혁과 법인세 인하 등에 힘입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은 2017년 취임 직후 해고 사유 확대와 50인 이하 기업의 해고 자율화 등 ‘마크롱 노동 개혁’을 밀어붙였다. 이에 기업들도 인력 운용에 여유가 생기면서 투자를 늘렸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2016년 10.1%에 달했던 프랑스의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7.4%까지 떨어진 상태다.
일본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재임기인 2002년(0.61%)~2006년(0.87%), 아베 신조 총리 재임기인 2011년(0.04%)~2018년(1.1%)에 노동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고이즈미 내각은 일부 조선·철강 회사 등 부실 기업을 정리해 은행이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에 투자할 여력을 만들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거치며 일본 잠재 성장률이 제로(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아베 정부는 해고 기준 완화, 비정규직 파견 근로 허용 범위 확대 등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촉진을 핵심으로 한 ‘위미노믹스(Womenomics)’를 추진했다. 다만, ‘아베노믹스’와 함께 추진했던 이 같은 개혁 조치는 아베가 퇴임한 2018년 이후 노동계 등의 반발로 동력을 잃었고 일본의 잠재 성장률은 다시 작년 0.14%까지 떨어졌다.
◇伊, 노동 규제 풀어 잠재 성장률 1%p 올려
이탈리아는 2013년 마이너스(–0.66%)였던 잠재 성장률을 2023년 기준 1.6%까지 2%포인트가량 끌어올린 경우다. 마리오 몬티 총리 시절인 2012년에 단행된 노동 개혁이 2014년 마테오 렌치 총리 취임으로 본격화됐다. 성과 부족에 따른 해고 등을 허용하고, 부당 해고 시비에 따른 법원의 무분별한 배상금 판결을 막기 위해 배상금 한도를 정했다. 또 이탈리아 정부는 택시, 약국, 의사 등 서비스 부문 규제를 풀었다.
독일의 잠재 성장률도 2010년 0.96%에서 2015년 1.65%까지 반등했었다. 실업수당 축소, 단기 일자리 활성화, 직업훈련 강화 등 2002~2005년의 이른바 ‘하르츠 개혁’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낸 결과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폴크스바겐 노무담당 이사 출신인 페터 하르츠를 앞세워 추진해 ‘하르츠 개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고령화와 산업 구조 조정 지연 등으로 독일의 잠재 성장률은 올해 0.53%까지 떨어졌다. 특히 독일은 내연기관 자동차 등 전통 산업에 치중해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투자 적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한국은 1990년 9.76%에 달했던 잠재 성장률이 점차 하락해 2016년(2.99%) 2%대, 올해(1.94%) 1%대로 떨어졌다. 1986년 이후 집계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잠재 성장률 통계에서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2년 이상 상승한 경우는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5.13%)~2001년(5.46%)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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