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계선 넘으며 새 정부 흔드는 北, 원칙대로 대응해야

북한군 30여 명이 지난 19일 오후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퇴각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북한은 비무장지대 북쪽 지역에 지뢰를 심고 철책과 대전차 방벽을 세우는 등 이른바 ‘국경 차단 공사’를 하고 있는데, 이 작업에 투입된 인원 일부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이다. 우리 군은 경고 방송 뒤 경고 사격하는 통상 절차를 따랐지만, 북은 부총참모장 명의 담화를 내고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는 위험한 도발 행위를 당장 중지하라”고 했다. 자신들이 먼저 월경해 놓고 남측이 도발했다고 주장하는 전형적인 적반하장 전술이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출범 후 대북 유화 공세를 펴는 이재명 정부가 과연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떠보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대북 전단, 확성기, 북 주민용 방송 등 북이 눈엣가시처럼 여긴 것들을 모두 중단시켰다. 북한인권보고서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9·19 군사 합의의 선제적 복원을 선언하며 “북측이 화답하길 인내하며 기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 김여정은 이런 조치를 ‘잔꾀’라고 부르며 “호응을 유도해보려는 것 같지만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남 확성기 한 개를 철거하나 싶더니 두 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이번엔 군사분계선 도발까지 감행했다. 이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방문을 위해 출국한 23일에는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 지대공미사일까지 시험 발사했다.
그런 점에서 북의 도발 사실을 우리 군이 아니라 북한이 먼저 공개한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우리 군은 지난해 6월과 올 4월 대남 장벽 작업을 하던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었을 때는 이를 먼저 공개했지만 이번엔 침묵했다. 신형 지대공미사일 발사도 군이 탐지했지만 공개하지 않았고, 북이 김정은 참관 사실을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북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겠지만 이런 태도를 본 북의 도발은 더 과감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새 정부 흔들기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철저히 원칙에 맞춰 대응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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