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볼턴 자택 압수수색…트럼프 ‘보복 정치’ 위험수위
FBI 국장 블랙리스트 논란 재점화…추가 보복 수사 촉각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기밀정보 유출 혐의로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했다. 압수수색은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알래스카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굴복시켰다”고 비판한 지 며칠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눈엣가시’를 침묵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정치’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2일(현지시간) 볼턴의 메릴랜드주 자택과 워싱턴 사무실을 급습해 서류 등을 압수했다. FBI는 볼턴이 국가 기밀정보를 불법 유출했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나에게 미리 보고되지 않아 압수수색 사실을 몰랐다”면서도 “볼턴은 저급한 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TV에서 나에 대해 나쁜 말을 할 때만 빼고 아주 조용한 사람”이라며 “아주 비애국적인 사람일 수 있다. 나중에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 가장 거침없는 매파로 분류되는 볼턴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지 17개월 만인 2019년 9월 경질됐다. 볼턴은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주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도 끝까지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물러난 뒤 대표적인 ‘트럼프 저격수’로 활동해왔다. 2020년 출간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무능한 총사령관이자 직책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당시에도 볼턴의 책이 기밀 정보를 담고 있다면서 출간을 막기 위해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백악관으로 돌아오자마자 볼턴에 대한 정부 경호를 중단시키는 ‘뒤끝’을 보여줬다. 볼턴은 이란으로부터의 암살 위협 때문에 비밀경호국의 경호를 받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최근 알래스카 회담을 놓고 “푸틴의 승리”라고 평하자 크게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첩보를 받은 캐시 파텔 FBI 국장이 전격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NBC방송이 전했다. 미 언론은 볼턴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공언해온 보복정치의 일환이며, 이를 계기로 보복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볼턴 수사는 러티샤 제임스 전 뉴욕주 검찰총장, 애덤 시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존 브레넌 전 CIA 국장 등 트럼프 비판자들에 대한 연방 당국의 조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시작된 것이다.
특히 가디언은 볼턴이 파텔 국장의 2023년 저서 <정부의 깡패들>에서 블랙리스트로 지목된 60명 중 실제 수사가 착수된 다섯 번째 인물이라는 데 주목했다. 우연의 일치라기엔 수사 대상과 명단이 너무 많이 겹친다는 것이다. 이 명단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등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공격했다. 미 법무부는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를 오바마 행정부가 조작했는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수사를 통해 백악관과 법무부, FBI 내의 충성파들은 ‘침묵하라, 그렇지 않으면 연방 법 집행 기관의 막강한 권력을 동원해 직위나 자유를 위협하고 영원히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평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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