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숨결로 담아낸 다채로운 민속문화 이야기
제주 굿 음식
서울 철거민 삶
호남 모정문화
다섯 주제로 엮은 전국 곳곳의 현장 기록

국립민속박물관은 최근 지역 민속조사의 결과물인 ‘2024년 국립민속박물관 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박물관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화·전승되는 전통문화를 기록해 널리 알리고, 민속 연구 활성화와 연구자 지원을 위해 매년 ‘자유주제 민속조사 과제’를 공모해왔다. 연구자들은 전국 곳곳을 누비며 현장의 민속문화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으며, 올해는 다섯 가지 주제를 선정해 다섯 권의 보고서로 묶었다.
제주 굿판에서 음식은 굿의 중심에 놓인다. 심방(무당)은 잡신까지 불러내 굿상에 음식을 차려 바치고, 참여자들은 저마다 음식을 준비해 서로 나눈다. 제주 해녀굿을 처음 목격한 연구자의 기억 속 가장 깊이 자리한 것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잘 먹여 보내려는 굿판의 음식과 이를 통해 전해지는 열기어린 마음이었다.
서울 변두리 산비탈 집과 골목은 수십 층 아파트촌으로 바뀌었다. 과거 개발로 밀려났던 철거민들은 또다시 삶의 터전을 찾아야 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이렇듯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담겼다. 호남권의 모정문화, 영남권 달성의 농악, 경기지역이 중심이 된 길군악칠채까지 각 권역별 민속과 전통문화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첫 번째 권 ‘호남문화권의 모정문화와 장원례 술멕이’(송화섭)는 조선 후기 농촌 마을의 중심 공간이었던 모정(茅亭)을 다뤘다. 모정은 마을 대소사를 의논하는 공론장이자 휴식·놀이 공간이었으며, 농경의례가 펼쳐지던 장소였다. 그러나 현대식 마을회관과 농업 기계화로 점차 사라져갔다. 연구자는 모정문화의 마지막 세대를 직접 찾아 이야기를 기록하며 모정의 역사적 내력과 가치를 담았다.
두 번째 권 ‘달성의 농악 - 달성군 다사지역을 중심으로’(정모희)는 대구 달성군 다사지역에서 전승되는 농악을 조명했다. 금호강과 낙동강 유역의 생활양식이 배어 있는 가락과 판제, 진법을 중심으로 지역적 특성을 기록했으며, 지역민들의 삶과 의식까지 함께 탐구했다.
세 번째 권 ‘먹는 것으로 들여다보는 제주 큰굿’(김영희·김시연)은 제주 굿에서 음식을 신과 인간의 매개로 바라봤다. 연구자들은 1년간 60회 가량 굿판에 참여하며 신과 굿판의 참가자들의 먹고 먹이는 의례와 행위를 살폈다. 기존 연구가 굿의 형식과 절차에 집중했다면, 이번 보고서는 음식이라는 맥락으로 제주 굿을 이해하려 했다.
네 번째 권 ‘길군악칠채의 분포와 지역적 성격’(시지은)은 경기도를 중심으로 충청·강원 일부 지역에서 전승되는 길굿의 장단을 분석했다. 길을 걸으며 한 장 단에 징을 일곱 번 치는 ‘길군악칠채’는 전국적으로 가장 넓게 분포된 길굿이다. 보고서는 전승 지역별 차이와 용어, 연희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폈다. 특히 각 지역 보존회의 사례와 연행 장면 사진도 담아 길군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다섯 번째 권 ‘서울의 철거 이주민 정착지-상계동 양지마을·희망촌 도시민속지’(김태우·류영희)는 서울 상계동 철거민 집단 이주지의 생활사를 다뤘다. 낙원시장 철거와 청계천 복개공사로 밀려난 주민들이 모여 만든 마을의 형성과 공동체 문화, 다시 재개발로 내몰리는 현실을 담았다. 이주와 정착, 생업과 종교, 생활상의 면면이 기록됐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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