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수산물 싹쓸이 ‘해루질 동호회’
“매일 수백명, 취미로 잡는 걸 무슨 수로 잡나요”
어촌계선 외지인 막을 근거 부족
마을어장 헤집어도 올해 포기 상태
어린 개체·포란 꽃게 등 ‘무분별’
인천시·시의회 단속 조례 준비중

“취미로 해루질한다는 외지인이 매일 수백 명씩 몰려와 수천㎏의 수산물을 잡아갑니다.”
지난 22일 오후 7시30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내리어촌계 일대. 뜨거웠던 해가 서서히 지자 외지에서 온 차량들이 줄지어 마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외지인들은 저마다 머리에 랜턴을 쓰고 뜰채와 칼퀴, 두레박, 카트 등 해루질 장비를 중무장한 채 영흥도 내리 갯벌로 걸어갔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이들도 여럿이었다. 이날 영흥도에 해루질을 온 외지인은 어림잡아 150명이 넘었다.
내리어촌계가 마을어장에 접근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지만, 외지인들은 아랑곳 않고 문 옆의 작은 틈을 통해 수백m의 어장진입로를 걸어 들어갔다.

같은 시간 영흥도 옆 섬인 선재도에서는 선재어촌계원 100여명이 외지인들의 어장 진입을 막기 위해 순찰에 나섰다. 선재도에서 해루질을 못하게 한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외지인들은 영흥도에 몰렸다.
영흥도 내리어촌계는 지난해까지 외지인의 해루질을 막기 위한 순찰을 했지만 올해는 포기 상태다. 일부 어촌계원이 마을어장을 지키기 위해 외지인과 다투다가 송사에 휘말렸고, 막무가내로 바다에 들어가는 이들도 급격히 늘어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박영준 내리어촌계장은 “야간에 이뤄지는 해루질 특성상 60~70대 고령층으로 이뤄진 어촌계원들이 외지인을 모두 막기엔 역부족”이라며 “어장이 엉망이 되는 걸 바라만 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현행법으로는 외지인들의 해루질을 직접적으로 막을 근거가 부족하다. 어촌계가 마을어장에 종패를 뿌린 전복, 해삼, 바지락 등 정착성 수산물은 비어업인이 채취해서는 안 되지만, 비어업인의 어장 진입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다. 서울에서 왔다는 A(50대)씨는 “스마트폰으로 어촌계의 마을어장 위치와 양식 품종을 미리 확인하고 이를 피해서 해루질을 한다”며 “취미활동을 위해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무슨 권리로 막을 수 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어촌계는 외지인들이 어장이 없는 공유수면에서 해루질을 한다지만, 마을어장을 지나가며 무분별하게 바다를 헤집어 놓아 어민들이 뿌린 종패의 생장이 방해되고 결국 어종자원 감소로 이어진다고 푸념한다.
이날 간조시간(오후 10시33분)이 지나자 해루질을 마친 외지인들이 뭍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소라와 꽃게, 박하지 등을 주로 채취했다. 수산시장에서 팔 법한 크기의 꽃게도 많았다.
옹진군과 인천시 수산과, 영흥수협 등이 약 1시간 동안 불법 해루질 단속을 벌여 포획이 금지된 어린 꽃게(갑장 6.4㎝ 이하)나 외포란 꽃게 등을 잡은 외지인 수십 명을 적발했다. 문경복 옹진군수, 신영희 인천시의원(국, 옹진군)도 단속에 동행했다.

단속에 적발된 B(40대)씨는 “무슨 근거로 단속을 하느냐. 규정을 다 알고 있고 법에 위반될 게 없다”고 큰소리를 치다가, 포란 중인 꽃게가 발견되자 “한번만 봐달라. 펄이 묻어 있어 몰랐다”고 사정했다. 임병묵 영흥수협 조합장은 “산란기 꽃게의 포란량은 1마리당 약 30만~450만개에 달한다”며 “해루질을 하면서 포란 꽃게 1마리만 잡아도 사실상 수십만 마리의 꽃게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옹진군은 이날 단속으로 압수한 어린 꽃게 20여마리와 포란 꽃게 10여마리를 방류 조치했지만, 이미 대부분은 해루질 과정에서 죽은 상태였다. 옹진군은 어린 꽃게를 잡은 이들을 계도 처리하고, 포란 꽃게를 잡은 2명은 수산자원관리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불법 해루질 단속을 위해 드론 등 장비 지원과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신영희 시의원은 “국회에서 계류 중인 ‘수산자원관리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조례를 만들어 해루질 시간과 장소, 어종을 제한할 계획”이라며 “법안 통과 전까지 해루질 단속 장비와 인력 확대를 위한 시의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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