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권위주의에 익숙해지는 위험 [세계의 창]

한겨레 2025. 8. 2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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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쿠데타에서 장군들은 하루아침에 권력을 장악한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더 흔한 방식은 수천번의 작은 칼질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내의 여러 저항 세력(지식인, 언론인, 법조인, 그리고 트럼프의 반민주적 조치에 불편함을 느끼는 보수 판사들)을 표적 삼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청소'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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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의 리하이 밸리 국제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앨런타운/AP 연합뉴스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군사 쿠데타에서 장군들은 하루아침에 권력을 장악한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더 흔한 방식은 수천번의 작은 칼질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다. 2000년 처음 대통령에 선출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종신 지도자가 되었다. 2010년 헝가리 총리가 된 빅토르 오르반이 푸틴을 본떠 장기 집권 중이다.

이제 도널드 트럼프가 오르반을 뒤따르고 있다. 오르반이 고등 교육을 공격하고, 언론과 사법부를 통제하며, 헌법을 고쳐 쓰고, 민족주의와 기독교, 이성애 중심 가족을 강조한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올해 스웨덴에서 발표된 ‘민주주의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세계에서 독재 국가의 수가 민주주의 국가 수를 넘어섰다. 전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독재 체제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의 침식은 미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스타판 린드베리는 “이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은 내년에 발표될 자료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워싱턴디시(D.C.)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 도시의 범죄를 해결하겠다며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하지만 사실 워싱턴디시의 범죄율은 감소 추세다. 그는 불법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고, 노숙자 캠프를 철거한다. 워싱턴디시는 주가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 지역이 정치적으로 약하고 연방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다.

이것은 하나의 시험대다. 트럼프는 주방위군을 시카고, 볼티모어, 뉴욕 등 다른 주요 도시로도 보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가 언급한 도시들은 모두 민주당이 통제하고 있는 곳이다.

트럼프는 알래스카에서 푸틴과 만났고, 이 자리에서 푸틴은 2020년 미 대선이 우편투표를 통해 “도난당했다”는 데 동의했다. 트럼프는 우편투표와 투표 기계를 모두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텍사스에서는 공화당이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밀어붙여 연방 하원에서 5석을 추가로 얻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간선거에서는 야당이 유리하다. 민주당은 2026년 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대학, 언론사, 로펌 등 기관들에 마치 보호비를 뜯는 마피아 보스처럼 행동하고 있다. 법적 조처와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을 무기 삼아 대학들로부터 일종의 보호비를 받아내고 있다.

사법부도 위협받고 있다. 트럼프는 단순히 보수적인 판사들로는 부족하다 판단했고, 판사직을 강경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로 채워야 한다고 결론 냈다. 전통적 보수 성향보다는 철저한 충성심을 갖춘 판사들이 지명 우선순위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내의 여러 저항 세력(지식인, 언론인, 법조인, 그리고 트럼프의 반민주적 조치에 불편함을 느끼는 보수 판사들)을 표적 삼고 있다. 선거 규칙 자체를 바꿔 연방과 주 차원에서 공화당의 정치적 지배를 영구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동기의 일부는 거액의 돈을 챙기려는 것이다. 또 다른 동기는 자신을 조롱하거나 도전했던 이들에 대한 복수다. 하지만 이념적 목표도 있다. 그는 미국을 ‘정화’하고 싶어 한다. 노숙자와 불법 이주자들을 도시에서 몰아내고, 미국의 역사에서 노예제의 잔혹함을 지우며, 정치적 반대자를 철저히 통제하려 한다. 이러한 ‘정화’ 시도는 정치적 반대자 암살(러시아)이나, 특정 민족 말살(가자지구)과 한걸음 차이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는 지저분하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청소’하는 게 아니다. ‘파괴’하고 있다. 이런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아서 대규모 시민 반발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시민들은 새로운 권위주의 환경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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