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산청은 연대와 환대의 날들 [서울 말고]

한겨레 2025. 8. 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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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에서 토사로 뒤덮인 생강밭 복구 작업 중 새참 시간. 자원봉사자들이 동네 카페 남다른이유에 기부자들이 복구 응원의 뜻으로 선결제해 둔 ‘까치밥’ 음료와 새참을 먹고 있다.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제공

권영란 | ‘지역쓰담’ 대표

되레 감동의 나날이다. 분명 200년에 한번 있을 재난을 당했는데 지역공동체는 마냥 주저앉아 있지 않다. 서울경기권 언론이 내내 기록적인 폭우와 최대 피해지인 경남 산청·합천 피해 상황을 보도하는 그 시각에 산청·합천지역 공동체는 날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연대의 나날을 맞이하고 있다.

이 연대의 중심에는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산청의료사협), 주민들 모임 ‘그늘과언덕’, ‘산청청년모임있다’가 있다. 처음에는 수해를 입은 친구와 이웃 농가의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주변 상황은 참혹했다. 산들이 내려앉고 마을이 떠밀리고 주민들은 논밭을 잃고 집을 잃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은 물론 누구랄 것도 없이 나서야 했다. 폭우 엿새째 7월25일,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공동으로 오픈채팅방 ‘산청·합천 수해 복구 자원봉사 연결방’을 열어 전국 각 지역에 현재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개인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침수 복구 작업 뒤 곡성, 함양, 합천 등에서 온 봉사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장화며 옷이 흙투성이지만 모두 얼굴은 환하다. 그늘과언덕 제공

파급력은 대단했다. 산청의료사협 피해복구 모금액은 2주 만에 3400만원에 이르렀고 ‘그늘과언덕’ ‘산청청년모임있다’는 날마다 봉사자들과 현장에서 수해 복구 활동을 벌였다. 함양 남원 구례 하동 등 지리산권 지역에서, 진주를 비롯한 부산 창원 등 경남권에서, 더 멀리는 서울 인천 공주 대구 경주 곡성에서, 그리고 ‘김제동과 어깨동무’ 회원 등 전국 각지에서 혼자서 또는 가족끼리, 동네 주민끼리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달려왔다. 동네 카페 ‘남다른이유’에는 수해 복구 자원봉사자들을 응원하는 음료 선결제 ‘까치밥’이 줄을 이었다.

인천, 경주 등 각 지역에서 경남 산청으로 온 봉사자들이 비닐하우스 복구 작업을 하다가 카페 남다른이유의 ‘까치밥’인 새참과 음료를 먹고 있다. 그늘과언덕 제공

지난 6일 ‘그늘과언덕’ 김한범(산청군 단성면)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담담하지만 지금의 소회가 들어있다. ‘저희는, 산청 주민들은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마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어떤 날은 30명 가까운 자원봉사자가 오신 적도 있고, 무더운 날씨에 땀 흘려 가며 복구 작업에 매달리셨습니다. 그냥 외면한다고 누가 뭐라 하지 않을 일인데 우리의 아픔을 ‘남’의 일로 생각지 않고 먼 길을 달려오신 이 분들 … 우리 모두는 때론 긴밀하게, 때론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이곳의 회복을 모른 척 하실 수 없는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오늘도 토사가 밀려든 큰 창고의 짐들을 들어내고 진흙을 치웠습니다.’

경남 산청 수해농가 집안과 창고로 들이친 토사와 진흙을 치우고 있다. 그늘과언덕 제공

여기에 지역공동체는 전국 각 지역에서 오는 봉사자들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현장마다 봉사자들을 위한 음료와 새참을 배달하고 4~5시간의 작업 후에는 모두에게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멀리서 오는 봉사자들을 위해 정성껏 무료 숙소를 제공했다. 지역공동체의 진심과 정성이다. ‘연대와 환대’를 쓴 박지호 작가는 남의 일처럼 보이는 일을 제 일처럼 받아들이고, ‘나도 관계된 일’이라 여겨 서로에게 손을 건네는 힘을 연대라 말한다. 또 연대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경로라는 것을 깨닫고 그런 마음으로 대하는 ‘진심’을 환대라 말한다.

아, 그럼 자치단체는 뭐하냐 하겠지만 산청군도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한달 내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600여명 공무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고 있다. 피해를 접수하던 기간에는 자정 가까이 면사무소 불빛이 훤했다. 더러는 여러 날 퇴근하지 못한 채 쪽잠을 잤다. 침수된 주민들의 집과 창고 등을 청소하러 다니는 군의원도 있다. 최호림(더불어민주당) 산청군의원은 곶감농사용 물차를 현장마다 끌고 와서 복구 작업 뒷정리를 자청했다. 지금 산청지역에서는 민·관이 각자의 자리에서, 특별재난지역을 ‘특별희망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산청으로 많이들 오시라. 자원봉사여도 좋고 삼삼오오 여행을 와도 좋다. 이 또한 주민들에게는 볕뉘와도 같은 위로이며 연대이다. 그리고 기억하시길. 산청지역에서 만드는 연대와 환대의 서사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을 비롯해 전국망을 통해 적극적으로 산청합천 수해 주민 돕기 모금을 했다. 그늘과언덕 제공
‘그늘과언덕’ 회원이며 서로, 도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푸른이 좀 더 쉽게 알리고 참가할 수 있는 웹자보를 만들었다. 그늘과언덕 제공
‘그늘과언덕’이 이번 수해 복구 시스템을 자발적으로 만들면서 피해 농가와 자원봉사 신청자를 연결하는 안내 웹자보이다. 그늘과언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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