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칼럼] 구윤철 ‘PBR 논란’에 묻힌 화두…‘기업 경쟁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른바 ‘PBR(주가순자산비율) 10’ 발언에 놓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PER’(주가수익비율)과 ‘착각’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신 공격까지 난무한다. 원군도 없다. 당사자인 구 부총리가 오롯이 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겉으로 드러난 이번 논란의 핵심은 구 부총리의 자질론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이 본체다. 바로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50억원에서 다시 10억원으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이다. 기준이 낮아지는 만큼 더 많은 투자자가 양도세를 내게 되니 투자 심리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증시에는 분명 악재다. 이재명 정부들어 잘 나가던 증시는 곧바로 박스권에 갖혔다. “코스피 5000시대를 연다고 해서 집 팔고 들어갔더니, 이게 왠 날벼락이냐”가 개미 투자자들의 보편 정서다. 정부 눈치를 보던 애널리스트들까지 목소리를 높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철회’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심사 숙고 중’이라는 앵무새식 답변은 개미 투자자들의 울화만 돋군다.
사건의 발단이 된 구 부총리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8월 19일) 발언 동영상을 여러차례 돌려봤다. 명백한 구 부총리의 실언이다.그러나 이소영 민주당 의원과의 질의 응답에 담긴 큰 맥락을 보면 ‘PBR 10’ 발언은 어쩌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BR 발언에 묻혔지만, ‘코스피 5000’시대를 위한 구 부총리의 진단에는 수긍이 갔다. 그는 기업 경쟁력 강화가 주가 상승의 ‘알파이지 오메가’임을 강조했다. “(주가 상승을 위한) 기본은 기업 경쟁력이다. (기업이)수익을 내면, 누구나 투자하고 (코스피가) 자동으로 5000고지, 10000만 고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여기에 중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가 정곡을 찔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 정부가 외치는 ‘코스피 5000’ 구호는 단순히 증시 부양, 증시 활황을 뛰어넘는 함의를 갖고 있다. ‘부를 이루는 방식의 대전환’을 상징한다. 부동산에 얽매인 돈을 자본시장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깔고 앉아 있어봐야 생산성이 없는 돈이 부동산에서 기업 투자 시장 쪽으로 더 많이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물꼬를 트고, 물길을 더 넓고 깊게 열자는 것이다.
우리 가계대출 중 60% 이상인 집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주택담보대출이다. 돈을 벌어도 돈을 빌려도 집값 갚기에 허덕인다. 소비와 투자, 생산, 그리고 다시 소비로 이어져야 할 돈의 물길이 부동산이라는 저수지에 고인 채 썩고 있는 것이다.
구 부총리와 질답을 한 이 의원은 ‘코스피 5000’을 이렇게 정의했다. “저속하고 가벼운 ‘부자되세요’ 구호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부동산의 노예가 되지 않고 균형 잡힌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라고.
개인만 부자되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막힘없이 흘러든 돈은 자본시장의 근본 기능인 기업을 지원하고,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마중물을 넘어 본류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게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진보 정권이 그렇게 외쳐온 ‘생산적 금융’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반짝 찾아온 코스피 활황세는 ‘돈 놓고 돈 먹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코스피 5000’은 좌회전 깜빡이를 우회전으로 바꾼다고해서, 기업에 배당을 강요한다고 해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증시의 주 플레이어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게 핵심이다. 삼성전자를 다시 엔비디아급으로 만들고, 현대자동차를 테슬라급을 미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코스피 5000으로 가는 길이다.
구호는 요란하지만 기업을 둘러싼 여건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정치권과 일부 노동계는 관세 전쟁에, 혁신 부족에 중병을 앓고 있는 국내 기업에게 생사를 건 ‘임상 실험’을 강요하고 있다. 24일 끝내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이다. 경제계의 읍소와 외국계 기업·단체의 압력에도 여당은 강행 처리했다.
이 법을 통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된다고 ‘희망 고문’을 해보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법을 빌리자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이 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누구나 탐낼 만한 이상적인 법이기 때문이다. 문제은 타이밍이다. ‘하필 지금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군색히다. 부작용이 나오면 다시 개정한단다. ‘졸면 죽는다’는 글로벌 무역 전쟁터에서 말이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 법이 통과됐으니,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라도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해한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살고, 가게도, 나라도 산다. 일반 상식이다. 김화균 편집국장
김화균 기자 hwakyun@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진 보내고 “저 검사에요”…지능화 보이스피싱 골머리
- 남편 중요 부위 절단한 아내 “주거침입 인정, 살인미수는 아냐”
- 출근하던 女 납치해 성폭행 시도 50대 긴급체포
- 회삿돈 42억여원 횡령 혐의 황정음, 1심서 집행유예
- 전여친 커플 살해 30대男에 검찰 사형 구형…“인명 경시 범행”
- 원안위, 국내 최초 원전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원전 해체 시장 열렸다
- "선생님, 보험 안 돼도 로봇수술로 해주세요"…수술 로봇 수입 1년 새 57% 증가
- 트럼프, 이란과 핵협상 한다면서 무력충돌 가능성도 제기
- 하반기 산업기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맑음`, 철강·자동차 `흐림`
- `6조 돌파`는 막아라… 5대은행, 대출조이기 총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