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바닷속 이사 대란

기후 온난화 때문에 지구촌이 난리법석이다. 초대형 산불에 폭우, 가뭄, 폭염 등 기상 이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다도 뜨거워지고 있다. 2024년 우리 바다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18.74℃로 최근 57년간(1968~2024)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았다. 수온이 계속 오르면서 물고기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바다 환경이 변하면서 서식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안에서 흔하게 보이던 어종이 갑자기 사라지고 낯선 어종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민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국내 해역의 아열대화가 한반도 어장 지도를 급격하게 바꾸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강원도 삼척 인근 동해에서는 길이 3m에 무게 226㎏에 달하는 황새치가 잡혔다. 황새치는 온·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어종이다. 대표적인 아열대 어종인 참다랑어도 경북 영덕군 인근 동해에서 잡혔다. 오징어도 과거엔 주로 동해 남부에서 주로 잡혔지만 서해와 동해 북부에서도 잡히고 있다. 남해에 주로 형성되던 멸치 어장도 서해와 동해 전역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우리 해역에 서식하지 않던 상어 종류들이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23년부터 지난달까지 동해에서 혼획된 상어는 난류성 어종인 청상아리 40마리, 청새리상어 12마리 등 총 81마리에 달했다. 난류성 상어들은 부시리와 민달고기 등 먹잇감들이 동해 쪽으로 북상하면서 함께 옮겨온 것으로 추정됐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해양생물들도 서식지를 북쪽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발표에 따르면 주로 남해안에 서식하던 소라도 동해로 이동, 울진 인근까지 올라왔다. 기후 변화로 남해 사막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먼 길을 떠난 것이다.
회유 패턴 자체가 달라진 어종도 이어지고 있다. 도루묵은 주로 차가운 겨울철 동해에서 잡혔지만 지난 2021년 이후에는 무더운 여름철에도 잡히고 있다. 계절 감각을 잃은 것인지 새 환경에 적응 중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가을 어종으로 분류되던 전어도 최근에는 금어기가 끝나는 7월 15일 직후부터 대거 어획된다. 이미 ‘여름 전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당장 닥친 문제는 서식 환경 변화 때문에 어민들이 어업 부진에 시달리면서 생선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고등어도 큰 개체 감소와 가격 급등으로 ‘국민생선’ 타이틀을 반납해야 할 판이다. 이대로 가면 서민 밥상에서 ‘물고기 반찬’을 찾아보기 어려운 날이 올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