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압수수색 유출, 이게 수사입니까?”

하성진 부장(취재팀) 2025. 8. 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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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10년 전 일이다. 2015년 10월13일 청주지검 공보업무를 담당했던 차장검사가 법조출입기자단에 '번개 만찬'을 요청했다.

당시 검찰이 중원대학교 건축비리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터라 상당수 기자는 선약을 취소하고 차장검사 저녁 자리에 참석했다.

대학 재단의 핵심 관계자를 구속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혹여라도 이날 만찬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사건 관련 중요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저녁 자리에서는 당연히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검찰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충북도청 압수수색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검찰은 이날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튿날인 10월14일 오전 10시 검찰은 충북도청 법무통계담당관실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중원대 건축 비리 의혹과 관련, 충북도 행정심판위원회 진행 과정에서도 비위 정황이 포착돼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이날 수사관을 보내 행정심판위원회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도청 공무원들을 통해 전파되면서 정작 검찰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건너건너 인지하게 됐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전날 함께 저녁을 하며 압수수색 가능성 등 수사 계획을 취재한 기자들에게 단 0.1% '힌트'조차 주지 않았던 검찰에 대한 서운함이 상당했다.

당시 차장검사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운한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어떤 경로든 압수수색이 집행 전에 외부에 알려진다면, 그게 수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2025년 8월21일 오전 9시30분쯤 김영환 충북지사의 '돈봉투 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관 9명이 김 지사 집무실과 비서실을 비롯해 김 지사에게 돈을 건넨 의혹을 받는 윤현우 충북체육회장이 운영하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삼양건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이날 압수수색은 경찰 내부에서조차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루 전부터 '21일 압수수색설'이 나돌았고, 당일에는 공무원 등이 도지사 집무실 앞을 먼저 찾아 수사관들을 맞는 상황이 연출됐다.

김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설은 지난 20일 오후 늦게 알음알음 전파되기 시작했다. 이런 소문은 지역 정치권에도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21일에는 오전 9시를 전후해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도청 내부에서 "경찰 압수수색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왔고, 지사 비서실 등 일부 부서 직원들은 역으로 경찰에 확인하는 등 진위 파악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30분이 지난 오전 9시30분쯤 수사관들이 집무실을 찾으면서 전날부터 돌았던 압수수색설은 소문이 아닌 사실이 됐다.

압수수색은 통상 증거인멸 등을 우려해 극도의 보안 속에서 일사천리로 이뤄지는데, 전날부터 압수수색설이 나돈 데 이어 급기야 당일 이른 오전에는 압수수색 장소까지 특정된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비공개를 전제로 치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압수수색이 사실상 사전에 공개된 채 이뤄진 셈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사전에 수사 계획이 외부에 알려진 게 분명한 만큼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수사를 놓고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치 공작' 가능성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경찰 스스로 압수수색이 사전에 외부에 알려진 배경 등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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