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고 나면 어쩌려고"…지역 고압산소치료 ‘구멍’
질식 환자 치료 못해 전북까지
구입·운영비 수십억원 부담
환자 다량 발생시 포화 우려
"광역단체당 1곳씩 마련해야"

#. 최근 나주 사료제조공장에서 질식 사고를 당한 직원 A씨(30대)는 사고 발생 2시간을 넘겨서야 전북 원광대병원에 이송됐다. 당시 광주·전남 내 고압산소치료시설을 갖춘 병원이 포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중독 사고는 신속한 이송·치료가 필요함에도 A씨는 제 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의식 불명 상태로 전해진다.
광주·전남 내 중증 가스중독을 치료할 고압산소치료시설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 상황 대응 인프라에 구멍이 뚫린 셈이지만, 병원들은 예산이 부담돼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24일 대한고압의학회에 따르면 광주·전남 내 야간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4곳뿐이다. 전남대·조선대병원(각각 1인용 1대), 목포한국병원(1인용 1대), 순천성가롤로병원(12인용 1대, 1인용 2대)이다. 일부 민간 병원에서도 주간 운영 중이지만 응급 환자 치료에 부적합하거나 화상 등 특정 질환 치료에만 한정돼 있다.
고압산소치료기는 평소보다 2~3배 높은 대기압 속에서 100%에 가까운 산소를 흡입하게 하는 장비다. 캡슐형 시설로 '챔버'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지역 내 '챔버'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1인용인 데다, 재난·사고 상황 대처에 필수적인 다인용 시설은 광주 0곳, 전남엔 순천 1곳 뿐이다. 광주나 인근 시·군에서 사고가 나면 수 십㎞ 떨어진 순천까지 환자를 옮겨야 하는 셈이다. 이마저도 수용 공간이 없으면 타 시·도로 향해야 한다.
병원들은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1인용 챔버는 2~3억, 다인용 챔버는 한 대에만 1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알려졌다. 전문 운영 인력까지 갖춰야 한다. 응급 환자 중심으로 운영돼 수익성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병원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구조다.
챔버의 필요성은 지난 2018년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로 고등학생 3명이 사망한 이후 부각됐다. 이듬해 보건복지부는 광역 단체 내 다인용 챔버를 최소 1대씩 배치할 것을 권고했고, 국비 50%, 지방비 50% 매칭으로 이를 추진했으나 아직까지 광주엔 다인용 챔버가 갖춰지지 못했다.
다만 중독 사고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산소치료시설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최근 10년간(2015∼2024년) 밀폐공간 재해자는 총 298명 발생했다. 이 중 126명이 사망해 42%의 치사율을 보였다. 중독 사고 '골든 타임'은 가스 종류나 환자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치사율을 낮추려면 수 분 이내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허탁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고압의학회 전 회장)는 "다인용 챔버는 국가적 재난 안전망 구축을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라며 "예산 문제를 떠나 광역단위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고 갖춰야 할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