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자동확산소화기, 화재예방 장치가 ‘추락 위험’ 안전 위협
소방당국 관리 사각지대 놓여…주민 “화재예방 시설이 오히려 사고 불러”

포항시 북구 양덕동 소재 A아파트 주민 정모씨(67)는 최근 아파트 뒷베란다에서 나는 굉음에 깜짝 놀랐다.

자동확산 소화기는 보일러 등 열기구 상단에 설치해 열센서를 통해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터져 불을 끌 수 있도록 하는 화재예방 시설이다.
하지만 이 소화기에는 약 3㎏의 분말소화제가 들어 있으며, 센서를 포함한 용기 무게가 2㎏이나 나가 약 3m 높이의 아파트 천장에서 떨어질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주거용 자동확산소화기의 설치 기준만 규정돼 있을 뿐 설치방법에 대한 안전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데다 소방당국 등의 점검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행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 제 4조 설치기준 규정 상 주거용 주방자동소화장치 설치 기준은 △소화약제 방출구를 환기구 청소부분과 분리 △형식승인받은 유효설치 높이 및 방호면적 따라 설치(통상 10㎡당 1개) △감지부 유효 높이 및 위치에 설치 △차단장치는 상시 확인 및 점검 가능한 곳 설치 △수신부는 사용자가 상시 볼 수 있는 곳에 설치 등의 기본 내용을 정해 놓았다.
하지만 소화기구를 어떻게 안전하게 설치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규정은 모호하다.

이를 위해 소화기를 설치할 곳에 먼저 쇠로 만들어진 부착대를 피스로 고정한 뒤 자동소화기 윗부분을 끼워 볼트 등으로 결합하도록 해 놓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에 설치된 자동확산소화기는 천장벽에 드릴 등으로 구멍을 뚫은 뒤 바로 자동확산소화기 윗부분을 꽂아 놓은 것으로 확인돼 정씨 아파트 소화기처럼 떨어질 위험이 높다.
특히 아파트 등 가정용 소화시설의 경우 법적 검사 대상이 아니어서 소유주 또는 실거주자가 직접 확인점검해야 돼 안전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정씨는 "보일러실에 저런 소화기가 달려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라며 "문제는 아파트 관리실이나 보일러 설치업체에 얘기해도 누구도 책임지거나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아 결국 자부담으로 이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라고 얼굴을 붉혔다.
그는 또 "다행히 아무도 없었을 때 떨어져 큰 사고는 없었지만 누군가가 아래에 있었더라면 화재예방하려다 자칫 사람잡는 일이 일어날 뻔 했다"며 "기왕에 화재예방 시설로 설치기준을 정했으면, 설치방법 및 안전기준도 정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자동확산소화기의 소화제 수명은 10년인 것으로 돼 있으나 교체 여부에 대한 의무규정이 없어 노후 아파트의 경우 거주자가 제때 교체하지 않을 경우 화재 시 무용지물이 될 우려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