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한미정상회담, 경주 APEC으로 풀어라

이재명-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축하한다.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과 미합중국 트럼프 대통령의 첫 상견례 자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기심이 발동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호방함이 합쳐져 화기애애하고 상호교감하는 친교의 장이 되었으면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엄중한 국제정세와 각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격을 차리고 예를 논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원래 외교무대는 '우아한 백조'들의 사교장인 듯 보이지만 실제는 치열한 전장이다. 내 나라의 정체성과 국가이익을 두고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더 어려운 점은 모든 국민들이 수족관에 든 백조의 우아함뿐만 아니라 발을 제대로, 빠르게 움직이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국과 상대국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국심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익을 해치거나 매국을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최고의 요령은 자신감과 시치미 뚝, 뜸 들이기 기법이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약간의 어려움은 겪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세인 대한민국의 국운을 믿으면 된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애국과 주인의식만 튼튼하다면 당당하고 여유롭게 이익과 협력을 두고 담판할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 테이블에는 두 가지의 코스요리가 준비된다. 육류와 생선을 재료로 한 군사동맹과 경제동맹이다. 군사동맹 메인디쉬(Main dish)에는 '한미동맹 현대화'가 차려진다. 대만 유사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감축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한다는 등 부담스러운 요리들로 가득하다. 관건은 해양세력의 생선을 먹을 것인지 대륙세력의 육류를 먹을 것인지를 두고 선택을 강요한다는 사실이다. 생선을 권하는 호스트 때문에 육류도 함께 먹고 싶지만 쉽지 않다. 경제디쉬는 더 혼란스럽고 복잡하다. 사과, 쇠고기부터 반도체, 스마트폰까지 포함된 잡채가 준비되어 있다. 자칫 포크를 잘못 찔러 농산물을 개방하면 농민들이 비명을 지르고, 15% 기본관세에 품목별 관세를 잘못 추가하면 중소상인과 기업들이 울부짖을 것이다. 벌써 K-푸드는 가격이 8% 이상 인상되어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다급해진 한국정부가 조현 외교장관을 비롯한 전문 요리사들을 미리 파견하여 양념 맛을 조정하고 있지만 고집불통 루비오 셰프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더 어려운 것은 망둥어를 닮은 호스트 트럼프 대통령이다. 망둥어는 생선이면서도 어류와 양서류의 생활방식으로 살고 육지에서 기어 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먹이 활동 외에도 세력다툼 싸움, 구애 행동 등 모든 것을 물 밖에서 한다. 어디로 뛸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횡무진, 전천후 지적질 스타일과 너무 흡사하다.
그렇다고 잔칫상을 받고 포크만 들고 굶을 수는 없다. 메인디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애피타이저(Appetizer)부터 잘 챙기면 된다. 정치나 경제로 만든 동맹 요리가 부담스러우면 트럼프 대통령의 일상사로 만든 노벨상, 막내아들 배런, 젤렌스키가 준 골프채, 총알 피한 전설, 2017년 먹은 독도새우와 같은 가벼운 주제로 공통점을 찾고 공감하는 것이 좋다. 애피타이저가 부족하면 속을 풀어주는 호박죽이나 크림스프를 더 청해도 좋고, 그래도 부족하면 과일, 초콜릿, 타르트, 케이크, 아이스크림, 팥빙수 같은 디저트(Dessert)를 미리 요청해도 된다. 마음이 열리고 호기심, 호감이 생길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외교는 사람 사이의 일이다. 가장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전제가 호스트에 대한 이해와 존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와 정책결정 스타일을 비난하는 이가 많지만 대단한 인물임에는 분명하다. 집권 1기의 성과를 보면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 미국 역사상 최고와 최저의 실적 모두를 기록했다. 집권 당시 GDP성장률 1.5%였던 것을 1년 뒤에 2.3 %까지 올렸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주택 가격도 올랐다.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국가는 장기채권 투자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경기가 좋아졌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소비가 늘어나고 실업률이 낮아지고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이 많아졌다. 집권 1년차 실업률이 4.1%로 낮아졌다. 특히 흑인 등 소수 인종의 실업률은 2차대전 이후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3년차 중반 무렵 영국 BBC방송은 "우리 경제는 세계의 부러움을 산다. 아마도 미국 역사상 가장 최고의 경제일 것이다" 라는 트럼프의 이야기를 실었다. 만약 코로나의 기습이 없었다면 트럼프의 공격적인 경제정책은 미국을 한층 더 부유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집권 2기 집권에 성공한 것도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이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트럼프의 물질적 현실주의와 만나는 지점이다. 늘 부딪히고, 자신을 비판하면 참지 못하고, 원색에 가까운 비난을 트위터에 올리는 개구쟁이처럼 보이지만 그는 미국의 이익만을 탐하는 고집쟁이다. 그런 그를 이해하고 그의 스토리를 들은 후에야 비로소 메인디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트럼프도 게스트인 한국의 위상을 알고 있다. 한국은 모범적인 미국모델 실현국가라는 점을 알고 있고, 한미관계도 매우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쩌면 상견례 자리라서 조건이나 협상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처음 만나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인상과 호기심 충족일 것이다. 심리학자 커트 리히터(Curt Richter)는 야생 쥐 익사 실험에서 희망이 생기면 생존능력도 수십 배 높아진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사자가 토끼사냥에 최선을 다하면 토끼는 목숨도 불사해야 한다. 설사 트럼프 대통령의 장난기가 발동해 고양이 쥐 놀리듯 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은 딱 한마디, "10월 말, 경주 APEC에 꼭 오세요. 좋아하시는 한우 갈비찜과 독도새우를 준비하겠습니다"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