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OTA 10만원 벌 때, 국내 OTA 절반 번다고?
국내OTA 수수료는 평균 10%선에 그쳐
일방적 수수료 정책 수용 불가피한 구조
해외OTA, 타국 대비 낮은 수수료라 반박
소보원, 작년 해외OTA 피해구제 1422건
국내 시장서 해외OTA 점유율 높아지며
다크패턴 규제 회피 등으로 생태계 교란
정부, 사실상 방관중…국내 자생력 악화

"데이터센터를 다른 나라에 두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뇌를 주는 것과 같다."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전한 말이다. 손 회장은 "도로와 같은 기본 인프라스트럭처가 없으면 자동차 산업이 클 수 없는 것처럼,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같은 기반시설은 AI 산업에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데이터 주권'은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데이터 통제력이 무기인 현 사회에서 자국 플랫폼을 키우는 것은 국력을 키우는 일과 같다. 이에 여행플러스는 국내 온라인 여행 플랫폼 생태계의 현황을 짚어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방한 외래 관광객의 82.6%가 여행 전 OTA(Online Travel Agency)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OTA는 부킹닷컴이었고 이어 아고다와 트립닷컴 순으로 나타났다. 단순 이용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글로벌 OTA의 성장세는 무섭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최근 OTA 시장 동향 분석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부킹홀딩스·익스피디아·에어비앤비·트립닷컴 등 4개사가 전 세계 OTA 시장 매출의 91% 이상을 차지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해외 OTA로 예약을 주는데, 국내 OTA에 비해 수수료율이 높아요.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호텔은 앞에서 벌고 뒤로 손실을 보는 구조를 울며 겨자 먹기로 감수해야 하죠."
서울시내에서 70객실 규모의 중소형 호텔을 운영하는 김정길 씨(54)는 갑갑함을 토로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며 김씨의 호텔도 항상 외국인들로 북적이지만 김씨는 마냥 밝을 수만은 없다. 이 수요가 새로운 수익 창출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외래 관광객이 주로 사용하는 해외 OTA가 국내 호텔들에 고율의 수수료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느는 시점에 토종 OTA가 아닌 해외 OTA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셈이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부킹닷컴·아고다·익스피디아·트립닷컴 해외 OTA 4사는 국내 호텔 업체들에 평균 16.5% 이상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통상 글로벌 최대 OTA인 아고다는 15~18%, 중국계 트립닷컴은 15% 이상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은 최소 18% 이상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숙박 업체의 규모와 거래액 등에 따라 최고 20%를 넘기도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호텔 숙박을 위해 50만원을 결제하면 7만5000~10만원 정도가 해외 OTA로 빠져나간다. 반면 국내 OTA의 평균 수수료율은 그 절반 수준인 10%대 초반이다. 결국 해외 OTA가 10만원 벌 때 국내 OTA는 그 절반인 5만원 정도 버는 구조라는 얘기다. 호텔은 별수 없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해외 OTA의 일방적인 수수료 정책을 수용하는 게 실상이다.

이에 대해 해외 OTA 관계자는 "국내가 아닌 해외 호텔의 글로벌 OTA 입점 수수료를 최대 25%까지 부과하는 사례도 있어 한국 시장은 외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며 "한국은 관광 수요가 높고 경쟁이 치열해 수수료율이 타 국가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OTA도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래 관광객을 위한 외국어 서비스 지원 기능 등을 장착해 플랫폼을 국제화해야 한다. 내수 시장을 빼앗길까 봐 눈치 싸움을 하기보다는 세계적으로 수요 있는 우리 OTA를 구축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국내 OTA 역차별 논란도 있다. 국내 OTA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규제를 따라 총 결제 금액을 초기 화면부터 명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와 달리 해외 OTA는 본사가 대부분 외국에 있어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해외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OTA에 강제 조사나 처분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실상 정부가 해외 OTA들이 '다크 패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있는 꼴이다. 다크 패턴은 사용자가 쉽게 속도록 왜곡하거나 정보를 숨겨 눈속임하려는 목적으로 소비자의 의도하지 않은 소비를 유도하게 설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뜻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다. 상품이 같다면 소비자들은 첫 화면에서 당연히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눌러볼 것이다. 국내와 해외 OTA가 동일한 마케팅과 노출 전략을 펼칠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규제 불균형을 바로잡고 해외 OTA에도 동일한 가격 표시 의무를 적용하면 소비자는 가격을 더 투명하게 비교할 수 있다. 국내 OTA도 공정한 조건에서 노출 경쟁이 가능해지면 국내 숙박업계의 수익 구조 개선과 관광수익 국내 환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OTA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력, 데이터, 마케팅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정부가 사실상 방관하는 상황을 지속한다면 국내 숙박업계의 자생력은 점점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크 패턴 등을 규제받지 않는 해외 OTA의 덩치가 날로 커질수록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접수한 온라인 여행 플랫폼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1422건으로 2021년 241건에 비해 약 6배 증가했다. 집계 대상은 부킹닷컴·아고다·에어비앤비·익스피디아·트립닷컴·호텔스닷컴·씨트립 등 7개 플랫폼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의 생태계 파괴 문제는 비단 높은 수수료율이나 눈속임 규제 회피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쌓인 소비자의 결제 데이터는 해당 국가 소비자의 생각과 성향 등까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자 국가 차원의 자원이다. 해외 플랫폼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이에 비례해 국내 플랫폼 경쟁력은 떨어진다. 국내 플랫폼이 자생하고 성장할 기회를 열어줘야 AI 시대와 그 너머 미래에 대응할 기반을 만들 수 있다.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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