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북촌, 오후엔 방탈출 … K관광에 푹 빠진 외국인들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5. 8. 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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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한국관광공사 최근 2개년 여행트렌드 분석
명소 구경만 하던 과거와 달리
K드라마·아이돌 따라해보는
'한국살이' 여행 방식이 인기
PC방서 라면 먹고 게임한뒤
노래방서 K팝 부르며 놀기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인 서울 북촌. UNSPLASH

방한 외국인의 여행 방식이 격변하고 있다. 핵심 포인트만 쓱 훑고 지나가는 종전 방식 대신, K일상을 직접 살아보는 '데일리케이션(Dailycation)'이 뉴노멀로 뜨고 있다. 이는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최근 2개년(2024~2025년, 1~6월) 카드데이터(소비 건수 기준)와 소셜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데일리케이션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다.

관광객에서 '일상 소비자'로

'한국살이를 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을 보는 느낌이다.'

방한 외국인 여행 방식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과거 방식이 딱딱 정해진 '스폿 중심 이동'이었다면 지금은 방한 외국인 여행족들은 'K일상 살이'에 열광하고 있다. 한국인 삶 속 장면들을 따라 살아보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이 즐긴 음식' '드라마 속 메이크업 루틴' '한국인처럼 여가를 보내는 방식'이 새로운 '관광 동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흐름은 2024년 잠재 방한 여행객 조사 결과(한국 방문 시 참여 희망 활동, 중복 답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을 물었더니 전통 명소 관광보다는 △한국 식도락(길거리 음식, 편의점 먹거리 등 62.2%) △K뷰티 체험(49.7%) △PC방·노래방 등 이색 공간 경험(48.9%)이라는 답변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인상적인 건 방한 외국인의 이러한 소비 패턴이 놀랍게도 내국인의 여행 트렌드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카드 데이터를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 소비 패턴에 대한 데이터 유사도를 분석한 결과 K푸드, K뷰티, K컬처 등 주요 업종에서 외국인의 소비 순위가 내국인 여행 소비 순위와 90%에 가까운 일치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선택한 'K일상 체험'은 한국인에게도 가장 선호되는 체험"이라며 "이 트렌드는 문화의 차이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감각적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K놀이까지 즐기는 외국인

PC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K라면을 맛본다. 이어지는 오후 방탈출 카페에 몰입한다. 밤에는? 당연히 노래방이 다음 순서다. K팝을 부르며 흥겹게 논다. 한국인의 일상이 아니다. '한국인의 노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하루다. 그저 하루 한국인처럼 노는 경험이 그 자체로 '여행'이 되고 있다. 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그들이 즐기는 여행 핫스폿도 지각변동하고 있다.

K놀이 공간으로 부상한 지역은 경기 성남시 서현동,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울 종로구 종로동,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서울 강남구 역삼동 등이다. 이곳은 소비 성장률까지 1000% 이상 치솟으며 급성장 중이다.

놀이 체험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놀랍게도 미국(23%)이다. 다음은 중국(18%)과 일본(13%) 순이다. 단순한 오락이 아닌, 콘셉트가 있는 놀이 공간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건 'PC방' 부활이다. 다양한 K놀이 중 특히 외국인들은 PC방에 열광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PC방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81.5% 증가했다. e스포츠 체험이 가능한 마포구 서교동 'T1 베이스캠프'는 무려 1528.6%의 소비 성장률을 기록해 눈길을 끈다.

최근 Z세대는 PC방을 단순한 게임 공간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이곳이 열린 공간이나 다름없다. 과제나 영상 편집, 공부 등 생산적 활동을 위한 '갓생' 공간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삼겹살·숙성회 등 고급 식사를 즐기고 굿즈 구매와 포토부스 체험까지 가능한 라이프스타일형 복합문화 공간이다.

인프라스트럭처도 딱이다. 빠른 인터넷, 고사양 장비, 개인 공간이 결합된 환경은 Z세대 몰입과 휴식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Z세대 전용 '일상형 놀이터'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PC방에 대한 긍정어 비중은 2021년 상반기 39.4%에서 2025년 상반기 59.4%로 무려 20%포인트나 급증했다. 한국인의 일상 감각을 체험하는 공간인 PC방이 진화된 K놀이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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