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창작을 침해? 오히려 상상력 자극하죠"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5. 8. 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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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 연사 나서는 이교구 교수
김광석이 부르는 '보고 싶다'
'카지노' 젊은 최민식 음성 등
음성 AI기업 수퍼톤 창업
최신곡도 5개 언어로 변환
하이브서 500억 투자 받아
음성 AI 기술 기업 수퍼톤의 설립자이자 CEO 이교구 서울대 교수는 "음성 AI 기술이 창작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퍼톤

가수 김광석과 불후의 명곡 '보고 싶다'는 시간적으로 교차할 수 없다. 김광석은 1996년 세상을 떠났고, 김범수의 '보고 싶다'는 2002년에 발표돼서다.

하지만 2021년 영상 하나가 공개되면서 세상을 뜨겁게 달궜다. 음성 인공지능(AI) 기업 '수퍼톤'이 김광석의 목소리를 복원해 그가 '보고 싶다'를 부르는 장면을 구현한 것이다. 허스키한 음색의 김광석이 '미칠 듯 사랑했던 기억이…'라고 노래하는 순간, 많은 이들이 소름 돋는 전율을 느꼈다.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에서 주인공 차무식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은 극 중 젊은 시절까지 직접 연기했다. 얼굴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변형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세월이 담긴 목소리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퍼톤은 목소리를 젊게 만드는 '보이스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했다. 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 2001년 영화 '파이란', 2003년 영화 '올드 보이'의 최민식 목소리를 딥러닝해 '젊은 차무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수퍼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교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로, 그는 26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2025 문화산업고위급대화에서 한국을 대표해 연사로 나선다. "음성 AI 기술이 문화창조산업에 가져올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이 교수와 최근 대화를 나눠봤다.

"음성 AI 기술은 창작자들의 상상력의 경계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APEC 2025 문화산업고위급대화를 통해 음성 AI 기술이 문화외교의 매개체로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흔히 AI 기술과 인간의 창작은 상호 대립적인 것으로 이해돼왔다. AI가 창작의 경계에 침입하면 인간의 고유함이 사라질 것이란 위기의식도 팽배하다. 하지만 이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음성 AI 기술을 활용하면 창작의 경계가 확장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1인 크리에이터가 미니 영화를 만든다면 여러 명의 대사를 직접 녹음해야 합니다. 그건 꽤 번거로운 작업인 데다 녹음을 위해선 장비와 공간도 필요해요. 그런데 음성 AI 기술을 활용하면 원하는 목소리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고, 품질도 훌륭한 음성 대사까지 만들 수 있어요. 수정과 편집도 용이하고요. 음성 AI 기술은 창작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음성 AI 기술은 단지 '세상에 없던' 목소리의 구현 단계를 지나 '언어 장벽'까지 넘어선 상태다. 가령 빅히트 뮤직 소속 가수 이현(활동명 MIDNATT·미드낫)은 디지털 싱글 'Masquerade(마스커레이드)'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베트남어로 동시 발표했다. 수퍼톤이 이현의 한국어 노래를 자연스럽게 다른 5개 언어로 변환한 것. 실제로 들어보면 믿기 어려울 만큼 이질감이 전혀 없다. 수퍼톤은 하이브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5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고, 현재 하이브가 최대주주다.

"최근엔 청각장애 아이돌그룹 '빅오션'과 협업했습니다. 멤버들은 선천적인 청각장애로, 보청기나 인공와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직접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수퍼톤은 빅오션 유닛인 '빅오션 JJ'의 신곡 작업에 음성 AI 기술을 제공했는데, 멤버들이 고유한 음색과 가창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영어 발음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의도했어요. 수퍼톤의 일은 창작과 표현 활동에서 한계를 넘게 도와주는 것이에요."

APEC 2025 문화산업고위급대화에서 이 교수는 음성 AI 기술을 통한 '문화외교'의 가능성을 모색하려 한다. "이번 APEC 2025 문화산업고위급대화의 주제가 '문화창조산업, 번영을 위한 새로운 지평'이에요. 이번에 제가 강조하고 싶은 비전은 문화창조산업이 국가와 지역 간 경쟁을 넘어 협력과 공유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음성 AI와 같은 기술은 언어와 공간의 장벽을 허물어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은 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즐기게 하는 기반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 교수는 2년 전 한 강연에서 수퍼톤을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 후 1년이 지난 2024년, 이 교수는 타임지가 선정한 'AI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저도 놀랐습니다. AI 분야에서 저보다 훨씬 더 영향력도 크고 훌륭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도 많은데, 창작이라는 분야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시도해왔던 도전들이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일은 여전히 도전적이에요. 항상 초심을 잊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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