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인프라〉 “벽화는 남았지만 사람은 없다”…광주 K-팝 거리, 관심 식은 이유

정유철 기자 2025. 8. 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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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인기와 달리 찾는 이들 줄어
수십억 예산 투입 불구 점차 흉물
"지속성 없고 일시적 효과 그쳐"
"'한류 열풍’ 맞춘 특화전략 시급"
24일 광주 동구 충장로에 조성된 K-팝거리 입구에 인근 상가에서 버린 쓰레기 봉투들이 쌓여있다. 김양배 기자
광주 남구 백운광장 스트리트푸드존 및 백양로상가 거리에 그려져 있는 K-팝 스타. 정유철 기자

광주광역시 도심 상권은 한때 K-팝 스타를 앞세운 콘텐츠로 활기를 띠었지만 조성 1년이 지나면서 효과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젊은 층의 발길은 끊기고, 기대했던 문화적 파급력도 단발성 이벤트에 그쳐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24일 오후 찾은 광주 남구 백운광장 스트리트푸드존. 방호벽에는 이강인, 임영웅, BTS, 뉴진스, 차은우 등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15명의 스타 얼굴이 그라피티 형태로 400m 가량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거리를 찾은 시민은 드물었다. 폭염과 폭우 등 날씨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방문객 유입이 초반 이벤트에만 집중됐다는 아쉬움이 크다.

인근 주민 이모(54)씨는 "처음에는 팬들도 와서 사진 찍는 모습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그림은 예쁘지만 경기 침체 때문인지 찾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 거리는 지난해 5월 31일부터 6월 29일까지 한 달간 조성됐으며 약 2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광주 남구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유휴 공간을 활용해 주민과 청년의 관심을 끌겠다는 계획이었다. 남구청은 "사업 직후에는 젊은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가 있었고, 지하철 공사 가림막이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해 미관 개선과 청년 예술가 창작 기회 확대라는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운영의 지속성이 부족하고 추가 콘텐츠 부재를 지적한다. 벽화 근처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벽화 하나 그려놓고 끝나니 관심이 금방 사그라졌다"며 "꾸준히 연계 프로그램이나 문화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은 광주 동구 충장로 'K-팝 스타의 거리'에서도 반복된다. 이날 현장을 찾았을 때, 거리를 구경하려는 방문객은 거의 없고 지나는 시민만 눈에 띄었다.

광주시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국·시비 37억원을 들여 이 거리를 조성했다. BTS 제이홉 팬 메시지 조형물, 75명의 스타 핸드프린팅, K-팝 영상 전광판, 미디어파사드, 벽화, 포토존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됐다. 완공 직후에는 다양한 콘텐츠로 인파를 모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방문객이 드물다.

대학생 이모(20)씨는 "고등학생 때는 팬으로서 들렀지만 지금은 굳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고, 친구 김모(20)씨도 "좋아하는 스타가 뚜렷하지 않고 거리에 대한 관심도 떨어졌다"고 전했다.

광주시는 "국비 지원이 끊겨 더 이상 시설 확충 계획은 없다"며 "라온페스타·충장K팝스타 등 지역 축제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민들은 '한류 열풍'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광주만 뒤쳐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쓰레기와 낙서가 방치된 공간, 누군지도 모르는 연예인 벽화, 참여할 수 없는 일방적 조형물들은 결국 젊은층과 지역민의 관심을 붙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븐틴 팬인 김효빈(17) 양은 "세계적으로 K-팝이 각광받는데 정작 광주는 보여주기식으로 그쳐버린 느낌"이라며 "광주에도 진짜 K-팝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K팝 콘서트장 같은 시설을 만들어 주면 아이돌을 보기 위해 수도권까지 가야하는 불편과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공감할 수 없는 K-팝 시설물만으로는 지속성이 부족하다.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공연·체험·페스티벌과 결합해 일상적인 문화 소비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