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K-신스틸러'를 만나다…안석환 "연극은 나의 처음이자 끝, 그리고 행복"

이세영 2025. 8. 24. 15:3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신스틸러'(scene stealer)란 어떤 배우가 출연 분량과 관계없이 주연을 뛰어넘는 큰 개성과 매력을 선보여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인물 혹은 캐릭터를 이르는 말입니다. 단어 그대로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강탈한다는 뜻입니다. 연합뉴스 K컬처팀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 중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로 영역을 확대해 '신스틸러'로 활약하는 배우의 릴레이 인터뷰 콘텐츠를 연재합니다. 콘텐츠는 격주로 올라가며 한국의 연극출신 'K-신스틸러' 배우 아카이브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배우 안석환(66)은 연기를 "보여주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아무리 치열하게 몰입해도 관객이 공감하지 못하면 '꽝'이라는 것이다. 그는 "연극은 불특정 다수가 함께 보는 대중예술"이라며 작품과 언어는 시대와 관객에게 맞게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안석환의 연극 철학과 영화 속 변신, 그리고 연극에 대해 변치 않는 애정을 연극평론가 김수미와 후배 연극배우 이마리가 함께 들어봤다.

▲ 김수미 평론가(이하 수미) : 선생님은 연기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 안석환 배우(이하 석환) : 연기는 '한다'라기보다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대중이 이해 못 하면 '꽝'이다. 특히 연극은 대중예술이니까 누구나 와닿아야 한다고 본다.

▲ 수미 : '고도를 기다리며', '에쿠스', '남자충동' 같은 작품은 20세기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번역극인데, 어떤 생각을 했는지.

▲ 석환 : 나는 그 작품을 1천회 가까이 공연했다. 계속 재공연되는 건 여전히 패셔너블하고 고전에 가깝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해석을 지금 그대로 가져오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대와 관객이 달라졌으니 언어와 해석도 변해야 한다. 연극은 어렵게 할 이유가 없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도를 기다리며'의 첫 대사가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온갖 투쟁을 다 해왔지"다. 이처럼 원래는 난해한 표현인데, "안 올지도 모르지, 그 생각을 떨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로 바꿔 말하면 훨씬 쉽게 다가올 수 있다. 관객은 '쟤들이 안 와서 저러는구나' 하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거다.

▲ 이마리 배우(이하 마리) : 저도 안석환 선배처럼 연기 비전공자 출신이라 고전을 보고 가라고 할 때가 있는데 가끔은 고전이 너무 어렵다고 느껴지곤 했다.

▲ 석환 : 그런데도 20세기에 해석한 작품의 결과 21세기에 해석한 결이 과연 똑같아야 할까에 대해서는 굉장히 의문이다. 왜냐하면 관객의 환경이 다르고 예술 행위자 자체도 환경이 달라져 있다. 그래서 현재에 맞춰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 만약에 '햄릿'을 공연하는 이 시대 햄릿을 17세기, 16세기에 공연한 것과 똑같이 해석해야 할까?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고전을 공연하는 것이 엄청나게 고급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못 알아듣는 너희가 바보야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아니면, '나는 고급스럽고 엄청난 작업자'라는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렵게 보이게 작업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연극이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나 봐도 와닿게 번역도 쉽게 번역이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왜 이 단어를 썼는지 고민하고, 더 좋은 우리말로 풀어야 한다. 번역자가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소설가 한강 씨가 노벨상 수상을 한 것도 좋은 번역의 역할도 컸다고 본다.

▲ 수미 :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 '태백산맥' 같은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셨다. 영화 경험은 선생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나.

▲ 석환 : 솔직히 밥벌이하게 된 건 영화 덕분이었다. 1994년 '너에게 나를 보낸다'와 '태백산맥'을 하면서 연봉이 세 배 넘게 올랐다. 관객은 몰라도 영화인들은 알아봤다. '저 배우 누구냐' 하고. 그때부터 시나리오가 쏟아졌다.

▲ 마리 : 그때 굉장히 강한 인상을 주는 신스틸러를 맡았다고 들었다.

▲ 석환 :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는 국정원 직원 역을 맡았는데, 검은 옷을 입고 나오는 역할이다. 하지만, 영화가 사회 비판 메시지가 강하지만 약간 핑크빛 분위기라 장선우 감독에게 내가 이 캐릭터는 게이 느낌으로 가자고 끝까지 주장했다. 나중에 현장 스태프들이 다 따라 할 정도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반대로 '태백산맥'에서는 거칠고 남성적인 에너지를 극대화했다. 두 영화가 동시에 개봉했는데, 많은 영화인이 내 변신에 주목하면서 기회가 열렸습니다.

▲ 수미 : 여성성과 남성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이 인상 깊다.

▲ 석환 : 완벽한 인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 안의 여성성을 극대화하면 게이 캐릭터가 되고, 남성성을 극대화하면 '남자충동'처럼 거칠게 갈 수 있는 거다. 연기자는 그 간극을 드러내야 한다.

▲ 마리 : 최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등에서도 활약하셨는데 해외 반응도 좋았다고 들었다.

▲ 석환 : 농담처럼 말하자면,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운이 좋았던 거다. '꽃보다 남자', '쾌걸춘향', '경이로운 소문' 같은 작품이 잘 돼서 해외에서도 기억하는 분이 있다. 나는 운 좋게 좋은 작품에 걸쳐 있었을 뿐이다.

▲ 마리 : 상업작품뿐 아니라 독립영화에도 출연하신다고 들었다.

▲ 석환 :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다. 싫은 걸 억지로 할 수는 없잖은가. 작은 작품이라도 보람 있고,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 수미 : 선생님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인가.

▲ 석환 : 연극은 내 인생의 처음이자 끝이고, 행복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었던 일인 연극을 통해 먹고 살았고 지금도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것이 이 직업을 선택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무대에 서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나를 발전시킨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김희선, 프로듀서 : 신성헌, 구성 : 민지애, 진행 : 김수미·이마리, 촬영 : 박소라, 웹기획 : 박주하, 스튜디오 연출 : 박소라,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