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 이제 끝났다고?” 이들의 열정(passion)에 희망이 싹튼다 [세상&]

손인규 2025. 8. 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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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패션허브, 동대문 도매 상인과 디자이너 전방위 지원
재단실, 패턴스튜디오, 봉제작업실은 누구나 이용 가능
서울패션허브에서 패션 업계 종사자가 봉제 실습을 하고 있다. 손인규 기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예전보다 침체됐지만 아직 동대문은 국내에서 가장 큰 의류 산업의 거점입니다. 변화에만 잘 대응하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침체된 동대문 의류 시장에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밤낮없이 많은 사람이 몰렸던 동대문 쇼핑몰과 거리는 온라인 쇼핑에 주도권을 뺏기며 예전만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졌다. 하지만 K-컬쳐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동대문을 뺄 수 없는 관광 코스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여전히 패션에 열정을 가진 젊은 디자이너와 창업자가 모여들고 있다. 서울시까지 나서 동대문의 옛 명성을 찾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 ‘동대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패션’이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동대문은 조선 후기 때부터 많은 사람이 몰려들며 당시 유통 물류의 중심지였다. 그리고 1962년 평화시장이 문을 열면서 이곳에 옷을 만드는 봉제 기술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면서 의류 원단부터 패턴, 봉제, 가공, 도매, 소매까지 하나의 의류 생태계가 동대문 일대에 조성된다. 그리고 경제성장기인 1970~80년대 의류 소비가 증가하며 동대문은 의류 산업의 성지가 됐다.

지난 2009년 24살의 나이에 동대문에서 원단 만드는 일을 시작한 윤동휘 대표(40)도 옷이 좋아 동대문에 발을 들여놓은 경우다. 윤 대표는 몇 년간 원단 일을 배운 뒤 제일평화시장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일하던 상가를 인수해 여성복 브랜드 ‘디애니’를 론칭했다.

윤동휘 동대문 도매 상인 디자이너. 손인규 기자

윤 대표는 “원래는 B2B인 도매 사업에만 집중하다가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야 브랜드가 확장될 수 있을 거 같았다”며 “그러려면 온라인 등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데 도매만 하다 보니 마케팅 활동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막막했다”고 말했다.

아직 동대문 의류 시장은 도매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동대문에서 대량의 의류가 제작되면 전국의 소매 상인이 이곳에서 의류를 가져가 내다 파는 구조다. 때문에 동대문 상인에게 마케팅은 중요한 사업 요소가 아니었다.

윤 대표는 “사실상 도매 상인이 주로 활동하는 동대문은 아직도 재래 시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온라인으로 판매 경로가 바뀌면서 상인들도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그 방법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도매 상인을 위해 나선 것이 서울시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바로 옆 서울시설공단 건물에 서울패션허브를 열었다. 허브의 역할은 동대문 패션상권의 활성화 거점으로 크게 ▷동대문 기반 K-패션 브랜드 육성 ▷온·오프라인 판로 다각화 지원 ▷디자이너-의류제조 일감연계 체계 구축 ▷K-패션 인적 인프라 강화라는 4가지 추진 과제를 수행 중이다.

그 가운데 윤 대표처럼 동대문 기반 도매 상인의 브랜드를 지원하고도 있다.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고 시제품 개발도 지원한다. 브랜드 홍보를 위한 룩북·홍보 콘텐츠 제작도 지원하며 다양한 수주회와 패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서울패션허브의 샘플교육실에 다양한 의류 샘플이 놓여 있다. 손인규 기자

이혜인 서울패션허브 센터장은 “동대문 패션 산업을 일궈왔고 이끄는 도매 상인들의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매 상인 지원과 함께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우선 동대문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하기 쉽도록 허브 내에 입주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 입주한 디자이너들은 부대시설 및 성장지원 프로그램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입주한 기업이 19곳이고 비입주기업 21곳까지 총 40곳이 지원을 받고 있다”며 “맞춤형 컨설팅, 시제품 개발, 룩북과 홍보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패션허브에 지난 4월 입주한 ‘세인트 이고’의 김영후 대표(34)는 “서울패션허브에 입주하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운 좋게 들어오게 됐다”며 “동대문은 패션과 관련된 모든 인프라가 모여 있어 이곳에서 패션 사업을 하면 많은 득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김영후 ‘세인트 이고’ 대표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일하고 있다. 손인규 기자

서울패션허브에는 이처럼 디자이너와 도매 상인 뿐만 아니라 패션업계에 관심이 있거나 앞으로 패션 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허브에는 자동화재단실, 패턴스튜디오, 샘플교육실, 봉제작업실, 디지털체험존 등이 갖춰져 있다. 패션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나 패션 전공 학생, 디자이너 등이 자유롭게 여기에서 자신이 원하는 옷을 만들어보고 패션과 관련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작년부터 패션취업 기술 아카데미를 통해 과정을 수료한 교육생은 현장 실습을 통한 취업 연계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패션에 관심이 있거나 패션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서울패션허브에 와서 다양한 정보를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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