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피어난 수원의 독립혼… 창작 뮤지컬 ‘향화’ 연습현장을 가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하나. 무엇이 우릴 이토록 강하게 하나. 그 언제부터인가 내 앞에 서서 날 이끌어 주는 사람들. 무심히 옷자락 살랑 들춰내는 기분 좋은 바람처럼 어느새 내 옷을 적신 여우비처럼 어느새 내 마음에 물든 사람아. 생각만 해도 힘이 나는 사람 그 음성 듣기만 해도." -뮤지컬 넘버 '생각만 해도 바라만 봐도' 중
성별과 직업의 편견을 깨고 민족의 독립 의지를 만방에 알린 수원의 여성 독립운동가 김향화의 삶이 뮤지컬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수원시립공연단은 다음 달 5일부터 7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김향화 열사의 행적을 조명한 창작 뮤지컬 '향화'를 선보인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공개된 이번 작품은 1919년 3월 29일 자혜의원 앞에서 33명의 기생을 이끌고 만세운동에 앞장선 김향화 열사의 의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향화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부정한 이들에게 앞장서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꿈과 재능을 꽃피우고 싶어 하는 여린 소녀이기도 하다.
극 초반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밝히며 수원에 오게 된 까닭을 설명하는 향화의 독백에서 관객들은 그녀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초반의 연출은 다양한 분위기와 모습을 드러내며 작품 배경이 격동의 시대 한복판에 놓여있음을 강조한다. 단순한 시계열 순으로 진행되는 시대극이 아닌 배경과 인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층적인 연출은 관객의 깊은 몰입을 돕는다.
작품 초반, 어두운 사건과 경쾌한 장면이 교차하는 연출은 일제의 지배 아래에서도 수원의 활발함과 시끌벅적함을 강조하며 언제든 민중의 목소리가 일제에 대한 항거로 전환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아울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경직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일본 순사들과 밝고 유쾌한 등장인물들의 대비는 언제 어디에서도 일제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 조선인의 상황을 암시하며 독립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한다.
향화를 비롯한 등장인물들 역시 여러 성향과 배경이 혼재된 모습을 나타낸다.
학비를 벌기 위해 가리지 않고 일하며 조선의 독립을 꿈꾸는 윤승현과 일제의 앞잡이를 상징하는 수원경찰서 경부 윤익춘은 배다른 형제로 등장해 조선 청년의 삶이 각기 다른 선택으로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묘사한다.
극 중 기생들이 선보이는 장구춤, 검무, 선유락 등 다양한 전통요소도 볼거리다. 특히 음악에 맞춰 등장한 일본군들을 장구춤으로 쫓아내는 안무 연출은 작품의 큰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작품을 연출한 권호성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김향화 열사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다. '향화'는 단지 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절 수원 사람들의 용기와 연대,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이라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금 이 무대에 그녀를 다시 불러낸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과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수원시립예술단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매표소에서 직접 관람권을 구매하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만세삼창 할인', '태극기 할인', '전통복식 할인' 등 특별한 할인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공연과 예매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수원시립공연단(031-267-164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준도기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